50대 주부 임모씨도 지난 4월 1학기 중간시험 때 중학교 3학년 딸이 다니는 학교에 보조 시험감독을 하러 갔다 깜짝 놀랐다. 시험지에 이름만 쓱쓱 적더니 곧바로 엎드려 자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런데도 교사는 당연하다는 듯 내버려뒀다. 임씨는 "안타까워서 선생님을 쳐다봤는데 아무 일 아닌 것처럼 자는 아이들을 깨우지 않아서 속만 태우다 나왔다"고 말했다. 임씨는 "시험시간에도 엎드려 자는 걸 보니 수업시간에는 어떨지 충분히 짐작이 가더라"며 "학교에서 이런 아이들을 바로잡아 공부시키지 않으면 도대체 하는 일이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주부 성모(52)씨는 "많은 학생이 1교시부터 잔다는 아이 말을 듣고 분통이 터졌다"고 했다. 그는 "가끔 야간자율학습 감독이나 시험 감독을 하러 학교에 가보면 그 말대로 자는 아이들투성이"라고 했다. 성씨는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앞 두 줄에 앉히고, 그 뒤에 앉는 아이들은 잠을 자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던데, 학교가 아이들 교육을 포기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공고 2학년 아들과 외고 1학년 딸이 있는 조모(46·회사원)씨도 자녀로부터 학교 수업 분위기를 전해듣고 답답했다고 한다. 조씨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선생님이 수업할 때 '이거 다 알지? 학원에서 다 배웠지?'라고 한다기에, '설마 선생님이 그러겠니?'하고 물으면 '엄마는 왜 내 말을 못 믿느냐'고 하더라"고 했다. 조씨는 또 "다 아는 애들은 그냥 대충 듣는 척하고 넘어가고, 모르는 애들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채 그냥 넘어가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고등학교 3학년, 중학교 3학년 딸을 둔 김모(47·주부)씨도 "교사들이 학생들 모두 사교육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이거 학원에서 다 배웠지?'라고 묻는 게 당연한 일처럼 됐다"며 "교사들이 아이 교육을 학원에 의지하며 나태해져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학원에서 배워 아는 애들도 많겠지만 그렇지 않은 애들은 알아들을 수 없으니 수업시간에 잠을 잘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학부모들은 교사들의 작은 관심이 학생들의 학습태도를 바꿀 수 있고 적어도 학교에서 잠자지 않게 할 수 있는데도 교사들이 그런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학부모들은 학교 선생님보다 학원 강사를 더 좋아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장씨는 "학원 강사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전화해서 아이가 문제없이 잘 지내는지 먼저 물어보고 학원 친구들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점이 있으면 메모를 해놓았다가 얘기해준다"며 "학교 선생님은 1년에 한두 번 시험감독할 때 만나 인사하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학부모 임씨(51)는 "선생님들이 시험이 끝나면 원하는 학부모들과 간담회라도 좀 해줬으면 좋겠다"며 "그래야 부모가 애들이 뭐가 부족한지를 알 수 있는데, 그걸 모르니까 불안해서 무조건 학원을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어떤 선생님은 아이 이름 대신 번호를 부른다는데 이름이라도 불러주는 최소한의 애정만 보여도 학교에서 잠자는 아이는 없어질 수 있다"며 "교육환경을 개선한다며 한 학급 학생 수도 예전보다 많이 줄였는데 선생님의 관심은 왜 더 줄어드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중학교 3학년 아들을 둔 한모(43·주부)씨는 "학부모들은 입시공부도 중요하지만 예민한 사춘기 아이들이 학교에서 바르게 자라 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며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잠을 잘 때는 깨우고 올바른 태도를 가르치는 것이 학교 선생님이 해야 할 기본적인 교육 아닌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