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늑한 숲길 올레와 생동하는 파랑의 바당 올레가 어우러진 길이다.
돌담길, 밭길, 숲길, 나무 산책로가 깔린 바닷길, 고운 모래사장 길이 이어진다.
바다에서는 아름다운 섬 비양도를 내내 눈에 담고 걷는다.
우리 현대사의 아픔이 배어있는 무명천 할머니의 삶터를 만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저지 예술 정보화 마을에서부터 한림항까지 이어지는 약 18.9km의 길이다.
고요하고 아늑한 초록의 올레와 시원한 파랑의 바당올레가 연이어 나타난다.
새벽 6시 30분, 호텔의 세미나실에서 주일미사를 봉헌하였다.
신부님께서 특별히 성체와 성혈을 함께 모시는 양형영성체를 준비하셨다.
"죄와 욕심과 집착에서 벗어나 하느님의 자비로 새로운 삶을 살자."고 강론하셨다.
다시 출발이다
어제 걸음을 멈추었던 저지마을에 다시 섰다.
육지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탓으로 아침바람이 쌀쌀하였다.
비트 수확
밭에서는 시골 아낙들이 비트 수확으로 여념이 없었다.
제주의 토양은 어디를 가도 기름져서 농작물이 잘 자라고 있었다.
TV에 출연하다
어느 펜션 앞에 텔레비전 모형이 설치되어 있었다.
갈 길이 바쁘지만 잠시 브라운관 속으로 들어가 쉬어갔다
물탱크
제주의 밭에는 대부분 물탱크가 설치되어 있었다.
흙이 부석부석하여 물을 오래 머금고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탱크에 감귤을 멋지게 그려놓아서 나도 모르게 셔터를 눌렀다.
오시록헌 농로
‘오시록헌’은 '아늑하다'는 의미의 제주어이다.
밭길을 걸어가는 느낌이 어머니의 품처럼 오시록허다.
굴렁진 숲길
움푹 파인 지형을 제주에선 '굴렁지다'라고 한다
굴렁진 숲길은 오소록헌 농로 다음에 이어져 있다.
이곳까지 자전거를 끌고와서 체력을 과시하는 젊음이 부러웠다.
벚꽃길
올레길은 다양한 길들이 차례로 나타나서 지루할 틈이 없다.
제주는 날씨가 따뜻해서 벌써 벚꽃이 만개하였다.
벚꽃길 아래를 걷는 우리 여인들이 또 하나의 봄꽃이 되었다.
월령리 입구
올레 14코스를 걷다가 선인장이 눈에 띄기 시작하면 월령리에 들어선 것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선인장이 자생하는 지역이다
해류를 타고 남방에서 밀려온 선인장이 모래땅에 자리 잡은 것으로 추측된다.
검은색 현무암과 보라색 열매를 맺는 선인장이 함께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무명천 할머니 삶터(1)
4·3 당시 총탄에 맞아 한평생을 턱 없이 살아온 故 진아영 할머니 삶터이다
진아영 할머니는 이름보다 무명천 할머니가 익숙하다.
얼굴을 감싼 무명천 때문이다
낮은 돌담 안으로 방 한 칸, 부엌 한 칸 작은 슬레이트 지붕의 집이 보였다.
긴 막대기 세 개를 걸쳐놓은 정낭은 돌아올 수 없는 먼 곳으로 출타 중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무명천 할머니 삶터(2)
1949년 1월, 35살의 나이에 경찰이 쏜 총탄에 턱을 맞았지만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할머니는 무명천으로 턱을 가린 채 말을 할 수도 없고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55년의 외롭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오다 2004년 9월 8일 한 많은 세상을 등졌다.
할머니의 삶의 모습을 그대로 남겨두는데 중점을 두고 생활 속 동네박물관으로 조성하였다.
한 여자가 울담 아래 쪼그려 있네
손바닥선인장처럼 앉아 있네
희디흰 무명천 턱을 싸맨 채
울음이 소리가 되고 소리가 울음이 되는
그녀, 끅끅 막힌 목젖의 음운 나는 알 수 없네
가슴뼈로 후둑이는 그녀의 울음 나는 알 수 없네
무자년 그날, 살려고 후다닥 내달린 밭담 안에서
누가 날렸을지 모를
날카로운 한발에 송두리째 날아가 버린 턱.........................................허영선 <무명천 할머니>
월령해안
올레길은 월령해안을 따라 이어진다
비양도가 손에 잡힐듯이 보이고, 선인장이 지천에 깔려 있다.
해변을 따라 나무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어서 걷기가 매우 편했다.
월령포구
4.3사건 당시 청년들이 산으로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청년들이 쌓았다고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포구는 현재에도 많은 어선들이 이용하고 있다.
특히 월령포구 방파제와 갯바위는 낚시를 좋아하는 분들이 찾아와 즐기는 곳이다.
월령리 선인장 자생지
선인장의 자생 상태를 잘 보여주는 국내 유일의 선인장 야생 군락지이다
천연기념물 제429호로 지정 보호되는 곳이다.
6월이나 7월이 되면 노란 꽃이 피고, 11월에는 열매가 보라색으로 익는다.
열매를 백년초라고 부르는데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몸뚱이보다 무거운 절망을 안고
어느 절벽 끝에 서면
내 가슴 벽에 몰아와
허옇게 부서져 가는 파돗소리....
사랑하라 사랑하라
아직은 더욱 뜨겁게 포옹하라
바다는 내게 속삭이며
마지막까지 구석까지 채우고 싶어
출렁이며 출렁이며 밀려오고 있었다.................................................문병란 <바다가 내게> 부분
봉덕뜨락에서 점심을 먹다
올레길을 걸으면서 점심 식사하기가 매우 불편하다
떠나기 전에 오랜 시간 검색하여 <봉덕뜨락>에 예약하였다.
제주식 중국음식과 백년초탕수육을 시켜 연태고량주, 맥주, 빽알을 그윽하게 마셨다.
너의 눈이 천리를 안을 수 있다면
너의 눈이 천리를 안아
내 언저리에 둘러 앉힐 수 있다면
우리 가리
천리 함께 가리.............................................................강은교 <등대의 노래> 전문
금능해수욕장
한림읍에 위치한 금능해수욕장은 서쪽의 협재해수욕장과 바로 이어져 있다.
바닥이 훤히 비치는 투명한 물빛과 바닷물이 찰박거리는 얕은 수심이 매력이다
무엇보다 사람이 붐비지 않아 여유로운 것이 매력이다.
비양도가 보인다
월령해안부터 한림항까지 내내 비양도를 눈에 담고 걷는다.
비양도의 아름다운 앞모습 옆모습을 빙 둘러가며 보는 재미가 특별하다.
비양봉 분화구 안에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비양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얼마나 아파야 꽃이 될 수 있을까
얼마나 더 순결해져야 울음이 될 수 있을까
그리움 하나로
새들은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강물은 뿌리까지도 남김없이 온몸
바다로 가 닿네
돌아오지 않는 사랑 앞에서 날마다 가난한 마음으로
푸른 등을 내거는 별들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가슴에 작은 아픔 하나 밝힐 수 있을까
온몸으로
너에게 그리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이상윤 <그리움> 전문
협재해수욕장(1)
제주에서 바다색이 가장 아름다운 해수욕장으로 꼽히는 곳이다.
금능해수욕장과 협재해수욕장은 나란히 붙어 있다.
이곳에서 쌩쑈를 하고, 부르스를 추면서 오랫동안 쉬었다.
협재해수욕장(2)
모래에 조개껍질이 많이 섞여 있어 모래사장이 은빛으로 빛난다.
비취색 바다 빛깔도 탄성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해변 뒷쪽으로 야자수 숲이 우거져 있어 이국적인 느낌이 나서 좋다.
협재해수욕장(3)
이곳은 2007년도에 해양수산부에서 우수 해수욕장으로 지정했다
바다 앞에는 어린 왕자 속 보아뱀을 삼킨 코끼리 모양의 비양도가 있다.
비양도와 바다 위로 떨어지는 석양은 이곳에서 놓칠 수 없는 또 하나의 장관이다.
네 송이의 꽃
어느 이름모를 카페의 정원에 네 송이의 꽃이 피었다
이 꽃들을 피우기 위해 새벽에 그렇게 비가 내렸나 보다 ㅎㅎ
오징어 소녀
협재해변에 오징어 소녀가 나타났다.
소녀가 너무 예뻐서 누구나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오징어 말리는 풍경이 나타나면 한림항에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비양도 보는 오징어
비양도가 보이는 해변에 재미있는 카페가 있다
카페 앞에는 망원경으로 비양도를 보는 늘씬한 여인의 조형물이 있다.
시간이 많다면 들어가서 비양도를 마시는 낭만에 젖어보고 싶다
옹포포구(명월포전적지)
옹포포구의 옛 이름은 ’독개’로, ‘독’은 제주어로 항아리라는 뜻이다.
삼별초 항쟁과 목호의 난 때 상륙전을 치른 전적지이다.
고려시대 삼별초의 선봉군과 최영장군이 이끄는 대군이 상륙한 곳이다.
멋진 쉼터
옹포포구 마을에 멋진 쉼터가 있었다
쉼터 옆에는 '바른물'이란 용천수가 샘솟고 있었다
종착지 가까이 와있기에 이곳에서 긴 시간을 쉬어갔다.
방사탑(防邪塔)
방사탑은 제주도 전역에서 볼 수 있는 돌탑이다.
액운이 들어오는것을 돌로 탑을 쌓아 막을 수 있다는 믿음을 형상화한 것이다.
돌탑 위에는 까마귀나 사람 모양의 석물(石物)을 세워놓는 것이 일반적인 양상이다
한림항
한림항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어업 기지로 이용했던 곳이다
현재는 제주 서부지역에서 가장 큰 항구다
시멘트, 감귤 등의 화물을 실어 나르는 화물항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미스트롯2>에서 우승한 양지은의 고향이 바로 이곳이다.
14코스의 종점
한림항의 끝부분에 14코스의 종점을 알리는 간세가 있다.
함께 걸어온 동지들의 얼굴에 그윽한 행복이 번진다.
제주시로 이동하여 갈치조림으로 저녁식사를 하였다.
점심에 마신 고량주의 여운이 남아있어서 술을 많이 마시지 못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