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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00노인정에 처음 방문했을 때 회장님께서 우산을 빌려주셨습니다. 우산을 구실로 다시 찾아뵈었을 때, 회장님께서 제게 부탁하신 일이 있습니다. 5월 중에 노인정 자체적으로 야유회를 떠나는 데 응급 상황을 대비하여 복지관에서 간호사나 응급 안전 요원을 파견해줄 수 있는지 여쭈어보셨습니다. 혹시 그런 사업이 없다면, 노인복지관에서 노인정 어르신들을 위해 반드시 이행해야 할 사업이라 말씀하셨습니다. 타 지역 복지관에서는 이미 야유회 간호사 파견 업무를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여 알려주셨습니다.
회장님의 부탁은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회장님의 말씀을 듣고 복지관에서 노인정 야유회를 위해 사회사업가로서 거들어드릴 수 있는 일이 생겼음에 기쁘기도 했지만 제가 나서야 할 일일지 고민했습니다.
노인정 야유회 간호사 및 응급 안정 요원 파견 업무.
어떻게 거들어 드리면 좋을까요?
회장님의 말씀을 듣고 복지관으로 돌아오는 길, 물리치료실 간호사 선생님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회장님의 이야기를 전하고 간호사 선생님께 복지관 자원에 대해 먼저 여쭈었습니다. 간호사 선생님께서 사전에 연락만 준다면 파견 나가는 일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씀하셨지만 팀장님과 먼저 의논해야할 사항이라고 알려주셨습니다.
간호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섣부른 물음이었습니다. 팀장님께 먼저 상황을 보고하지 않았고 간호사 선생님께 무턱대고 먼저 여쭈었습니다. 또한, 사회사업가로서 도울 마땅한 일인지 깊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사회사업가로서 노인정에 인사드리며 회장님께 부탁받은 첫 번째 일이라 급히 일을 시작하고 싶었나 봅니다. 마음을 다시 돌아보았습니다.
복지관 자원으로 노인정 야유회를 돕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이는 사회사업 근본에 맞지 않습니다. 복지관 자원으로 돕는다면 빠르고 편리하겠지만 그 지원이 언제 끊길지 모르고, 복지관 자체사업도 아닙니다. 이번 1회성으로 복지관에서 지원을 나가게 된다면 다른 노인정 야유회 때 분명 다른 문제가 생길 겁니다.
사회사업가라면 회장님 말씀을 듣고 복지관 자원을 살피기전에 노인정 자원, 지역사회 자원을 먼저 살펴야한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회장님께 복지관 자원보다 지역사회 자원으로 돕고 싶다 말씀드리고 의논하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2.
회장님 부탁을 받은 게 4월 중순입니다. 생각을 정리한지 약 2주가 지난 후, 00경로당 회장님을 다시 찾아뵈었습니다. 회장님께 야유회 날짜를 정확하게 여쭙고 간호사 및 응급 안전 요원과 관련한 제 의견을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회장님과 전화로 약속을 잡고, 찾아뵙기 전에는 사회사업가인 제 의사를 잘 전달 드리기 위해 마음속으로 계속 말을 곱씹으며 연습했습니다.
늦은 오후에 찾아갔음에도 노인정 안에서 회장님을 비롯한 노인정 어르신들이 모여 앉아 오렌지를 나눠드시고 계셨습니다. 저보고 먹을 복이 많다며 발이 길다고 하셨습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어르신들의 옛날이야기 전해 듣다가 야유회에 대한 내용 같이 의논했습니다. 이와 같이 의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전에 인사드리며 회장님과 노인정 어르신들과 천천히 관계를 쌓아나갔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회장님과 어르신들께 먼저 야유회 날짜와 장소, 진행상황을 여쭙고 이후 간호사 및 응급 안전 요원 파견과 관련한 제 생각을 말씀드렸습니다.
"복지관 간호사 선생님께 여쭈었어요. 하지만, 복지관 자원보다는 지역 내에서 병원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노인정에서 허락하신다면, 지역 내 어르신들께서 자주 다니시는 병원에 물어보고 싶어요."
제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반응을 살폈습니다. 회장님과 어르신들의 표정이 어두웠습니다. 회장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건 아니라고 봐요. 나도 몇 곳을 찾아봤는데.. 병원에서는 최소한의 인력으로 간호사랑 간호조무사를 배치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를 위해서 하루를 빼줄 수가 없지요. 보건소에 연락해보는 건 어때요? 보건소가 지역 병원을 총괄하니깐.. 그런 병원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죠."
회장님의 말씀을 듣고 지역 병원 사정을 생각하지 못한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어르신들의 지혜가 아니었더라면, 당사자에게 먼저 묻지 않았더라면 제멋대로 일을 추진했을 겁니다. 그랬다면 분명, 병원에서도 무례를 범했을 겁니다. 큰 깨달음을 얻고 노인정 어르신들의 말씀대로 보건소에 여쭙기로 하고 물러났습니다.
복지관으로 돌아오는 길, 지역 보건소에 전화하여 노인정 사정을 말씀드리고 관련 사업이 있는지, 병원이 있는지 여쭈었습니다. 보건소에서는 해당하는 사업이 없고 직접 개개인으로 병원에 문의해야 한다고 알려주셨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팀장님께 다시 말씀드리고 이번 한 번 혹은 계속해서 복지관 자원으로 도와야 할까요? 아니면 노인정 회장님께 보건소 사정에 대해 말씀드리고 이번 야유회는 노인정 자체적으로 잘 다녀오시기를 마음으로 바라야 하는 걸까요? 혹여, 이번 일로 회장님과의 관계가 금가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임시로나마 복지관 자원을 활용해야 할까요?
제가 근무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현재 관련 유관 기관에서 노인정 야유회 일을 거들기 위한 사업은 따로 마련되어있지 않습니다. 지역 노인지회에서도 노인정 야유회 때 응급 안전 요원을 동행해야한다는 지침만 있을 뿐입니다.
풀리지 않는 고민.
길을 찾기 위해 복지요결을 펼쳐 87페이지 ‘의논하기’ 부분 읽고 고민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고 사회사업 근본을 따라가는 방향은 당장 지역사회에서 노인정 간호사 및 응급 안전 요원 파견을 도울 수 있는 병원을 찾는 것입니다. 사회사업가가 당사자께 제안 설명하고 절충 타협 설득하기도 하지만 병원사정도 있고 당사자들도 원하지 않는데 제 생각을 고집하고 설득하는 것이 당장 실익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섣불리 행동하여, 이 일로 노인정 어르신들과의 관계가 어긋나지 않을지 조심스럽습니다.
또한, 지역사회 내 병원에 아직 인사드리고 관계를 맺지 못했습니다. 그저 막연한 마음과 구상일 뿐입니다. 만약, 제 의견을 노인정 어르신들께 잘 설득한다 하더라도 야유회 전까지 병원을 주선하지 못한다면? 그 것 또한 문제가 생길 겁니다. 그래서 지역사회에 묻고 의논하기 전에 반드시 당사자와 사회사업가의 생각을 전해야 합니다. 당사자와 먼저 묻고 의논해야 합니다.
복지요결을 읽고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우선 보건소 통화내용을 회장님께 전해드리려 합니다. 이 후, 어떻게 도와드리면 좋을지는 회장님께 다시 여쭐 예정입니다. 당사자와 의논하는 것이 최선의 답이라 생각했습니다.
3.
바로 다음 날 □□노인정 회장님을 찾아뵈었습니다. 회장님은 노인정 회장직을 오랜 시간 맡으셨고 지역에서 노인정의 역할을 찾기 위해 노력해 오신 분입니다. 회장님께 매 년 다녀오시는 야유회 때 응급상황을 대비하여 어떻게 준비해 오셨는지 조언을 구했습니다.
-사회사업가 : "회장님 요즘 노인정에서 야유회 많이 가시던데, □□노인정에서는 이번 봄에 야유회 가세요?"
-회장님 : "이번 봄에는 안가지. 가을에 가려고 해."
-사회사업가 : "그렇군요.. 회장님! 회장님께서는 노인정 야유회 가실 때, 혹시 응급상황 대비해서 어떤 준비하세요? 약 이라 던지.. 간호사를 동행하던지.. 그런 준비요."
-회장님 : "우리는 그냥 자체적으로 해. 응급상황 생기면 119가 제일 빠르지."
-사회사업가 : "네.. 회장님, 제가 노인정 다니면서 여러 이야기 전해 듣고 있어요. 그 중에서도 어느 노인정 회장님께서 이번에 노인정에서 야유회를 가시는데 응급상황에 대비해서 간호사를 파견해주실 수 있는지 제게 물어보셨어요. 그런데 복지관이나 지회에서는 관련된 사업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회장님께서는 야유회 어떻게 다녀오나 궁금해서 여쭤봤어요. 회장님께서 회장직을 오랫동안 맡으셔서 노인정 사정에 대해 잘 아시잖아요."
-회장님 : "그렇지. 그런데 그런 건 복지관이나 구청에서 어느 병원을 협약해서 진행하지 않으면 안 되지."
이어서, 회장님께 제가 생각한 방안은 어떤지 여쭈었습니다.
-사회사업가 : "회장님, 그럼 이런 방안은 어떨까요? 지역에서 경로당 어르신들이 자주 다니시는 병원에 부탁해보는 건 어떨까요?"
-회장님 : "근데 그렇게 하는 것보다 협약을 해서 파견을 해줘야지. 동네 서민 병원에서는 어렵지.. 그런데 야유회가서 응급상황이 생길수도 있을 것 같아. 그런 게 필요할 것 같긴 해."
00노인정 회장님에 이어, 오늘 □□노인정 회장님 말씀을 들으니 제 마음이 욕심이었다는 것을 분명하게 깨달았습니다. 당사자에게 부담이 되고, 지역사회에 부담이 되는 일이라면 그 것은 사회사업이라 할 수 없습니다. 잘 되지도 못할 뿐더러 부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노인정 야유회 간호사 및 응급 요원 파견과 같은 일은 규모가 크고 인력이 갖추어져 있는 병원과 협력하여 정책과 제도로 움직이고 보급되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또한, 회장님의 말씀을 듣고 6월에 있을 복지관 ‘원탁토론회’ 행사가 생각났습니다. 복지관 20주년을 맞이하여 어르신 50분을 모시고 노인 정책, 제도를 비롯하여 마을 안에서 노인의 역할을 제안하고 토론하는 장을 엽니다. 이 때 나누었던 이야기는 실제 구청에 전달합니다.
□□노인정 회장님께 다시 여쭈었습니다. 회장니은 복지관 '원탁토론회' 행사 때 참석하십니다. 본 안건을 ‘원탁토론회’ 행사 때, 먼저 제안하고 어르신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건 어떨지 여쭈었습니다. 회장님께서 웃으시며 "제안정도는 할 수 있지." 말씀하셨습니다. 노인정 야유회 관련 간호사 및 응급 안전 요원 파견은 어느 노인정이나 공감하는 일입니다. ‘원탁토론회’가 이 일을 다루는 데 어르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일 겁니다.
□□노인정 회장님께서 간호사 및 응급 안전 요원 파견 이외에 '원탁토론회'에서 나누고픈 안건 더하여 말씀하셨습니다. 청소년 선도, 노인이 지역사회에서 아랫사람들을 위해 자제해야 할 행동... 이야기 들려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끝으로, 회장님께 '원탁토론회' 함께 참석하시고 싶거나 참석하면 좋을 회장님 있으시면 연락 달라고 부탁드리며 물러났습니다. 가는 길, 버스정류장 알려주시고 아파트 밖까지 배웅해주셨습니다.
노인정에서 나와 00경로당 회장님께 전화 드렸습니다. 보건소 통화 내용 알려드렸고, □□노인정 회장님과 나누었던 이야기 전하며 복지관 '원탁토론회' 행사 때 참석하시면 어떨지 여쭈었습니다. 회장님께서는 회장직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나서는 것에도 때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복지관 관장님, 지회 국장님을 차차 만나 뵈며 적응이 된 이 후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저 혼자 너무 앞서나간 것은 아닌지 염려되고 부끄러워 회장님께 죄송하다 말씀드렸습니다. 회장님은 제 이야기를 들으시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니에요. 이런 자리를 주선해주고 알려줘서 고마워요."
이번 노인정 간호사 및 응급 요원 파견 일을 부탁받고 회장님들, 노인정 어르신들과 이 일을 함께 의논하며 사회사업가의 역할은 대신 얻어다 주는 사람이 아니라, 노인정 어르신들이 주체가 되어 노인정의 일을 이루도록 거들고 그러한 활동을 주선하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사회사업가는 얻어다 주는 사람이 아니라 얻게 하는 사람이고, 주는 사람이 아니라 주게 돕는 사람입니다.
4.
결국 00노인정 봄 야유회는 간호사 및 응급 안전 요원 파견 없이 자체적으로 다녀오실 겁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00노인정 회장님께 사회사업가인 제 생각을 말씀드리고 의논했기에 제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노인정 운영에 대해 잘 알고계신 □□노인정 회장님께 조언을 구했기에 복지관 '원탁토론회' 라는 귀한 답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뚜렷한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당사자와 묻고 의논했기에 사회사업가인 저도, 회장님도 결과에 묵묵히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비록 시간이 걸릴 테지만 '원탁토론회'를 시작으로 노인정 어르신들이 야유회 다녀오실 때, 보다 안전하게 다녀오실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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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광활동문 민지가 기록을 먼저 읽었습니다.
글 정리하도록 용기 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찾아뵙기 전에는 사회사업가인 제 의사를 잘 전달 드리기 위해 마음속으로 계속 말을 곱씹으며 연습했습니다."
잘 부탁드리고 의논하기 위해 연습하고 시도하는 이선영 선생님!
어르신도 언니의 진심을 헤아리실거예요. 근본을 놓치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노력한 모습 놀라워요.
고맙습니다.
민지언니가 유익이 많을 거라며 읽어보기를 권해주었어요.
권해 준 민지 언니 고맙습니다.
끊임없이 어떻게 돕는 게 좋을 지 생각하는
이선영 선생님의 모습이 참 멋있습니다.
멋드러진 결과보다 그 과정이 참 귀합니다.
이곳저곳 직접 만나러 다니며
계속해서 배워가는 이선영 선생님!
기록 공유해주어 고맙습니다.
응원합니다!
"사회사업가라면 회장님 말씀을 듣고 복지관 자원을 살피기전에 노인정 자원, 지역사회 자원을 먼저 살펴야한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회장님께 복지관 자원보다 지역사회 자원으로 돕고 싶다 말씀드리고 의논하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어르신들의 부탁을 사회사업가로서 어떻게 도울까하는 그 마음. 소중합니다.
복지관 자원으로 도우면 쉬우니까 단순히 일회성 파견을 할 수도, 내 수준에서 맡을 일이 아니라며 팀장님께 넘길 수도 있을 텐데, 당사자인 어르신들께 묻고 의논하고 부탁드리며 함께하시는 모습에서 복지관 사회사업가가 어떻게 행동해야되는지 눈에 그려집니다. 고맙습니다!
사회사업가로서 뜻있게 도우려는 언니의 진심과 고민이 기록에서 느껴집니다.
성급히 돕지 않으려 기록하며 성찰한 언니에게 배웁니다.
기록 공유해주어서 고맙습니다.
언니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