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빗물흐름·침수·붕괴 고려 없어 - 해마다 태풍·폭우 피해 되풀이 - 재난 징후 무시한 행정도 문제
- 수방시설 주기 50→100년 확대 - 방재장비 운용 인력도 늘려야
자연재난이 빈번한 계절이 돌아오면 재해위험지역 거주민은 불안감이 커진다. 하지만 당국의 대처가 느슨해 매년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부산의 산사태 위험지역은 343곳, 자연재해 위험지구는 47곳에 달하지만, 예산·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선제적인 재해 예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 개발계획 수립 때 '환경' 뒷전
부산에서 기록적 피해를 낸 자연재해는 2002년과 2003년 잇달아 내습한 태풍 '루사(중형급 태풍)'와 '매미(중형급 태풍)'로 인해 발생했다. 2002년 8월 30일 내습한 루사는 순간풍속 초속 39.7m(중심기압 970hpa)의 위력을 보이며 사망 2명, 부상 5명 등 인명 피해와 125억 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이듬해 9월 12일 내습한 태풍 매미는 사망 17명, 부상 116명 등 역대 최대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이후에도 2005년과 2006년, 2009년, 2011년, 2012년 태풍과 강풍, 호우 등 크고 작은 재해가 발생해 1000여 건 이상의 침수·붕괴와 16명 이상의 사상자가 속출했다. 사고 때마다 전문가들은 대형 자연재해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도시 난개발을 막을 체계화된 환경보전 계획을 수립하는 게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국가환경종합계획이 추상적일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별로 마련한 자연환경보전계획이 선언적 수준에 그치다 보니 각 지자체의 각종 개발계획 수립 과정에서 해당 지역의 생태적 특성에 대한 검토는 제각각이었고, 이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집중호우가 내릴 때 빗물의 진행로와 침수 지역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따져보지 않다 보니 해마다 피해가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50년 주기(최근 50년간 최다 강우량)로 설계된 수해방지시설을 100년 이상 단위로 확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일본 도쿄의 수방시설은 300년 단위로 설계됐다. 부산과학기술대 정진교(토목과) 교수는 "우수저류시설 등 수방시설 설계 기준이 너무 낮다. 이는 최근 벌어지는 기상 이변을 반영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선제적 재난 대응에 나서야
자연재난의 피해가 반복되는 것은 비단 정책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25일 부산에 집중된 '물폭탄' 사례만 보더라도 재난에 대한 재난안전 당국의 대처가 체계적이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25일 폭우 때에도 당일 기상청의 집중호우 예보가 있었지만 도로 통제가 늦어지는 바람에 2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산사태가 일어난 부산 북구 구포동 산비탈은 지난달 18일 비가 내렸을 때 토사가 흘러내리는 등 징조가 있었음에도 더 큰 피해를 막으려는 예방 대처가 없었다.
폭우로 붕괴된 기장군 장안읍 내덕저수지 사고는 원인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피해 주민들은 기장군에 저수지 보수를 수차례 건의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해방지시설과 인력의 불일치 역시 개선 과제다. 부산 지역 방재시설과 장비는 2008년 7종 172개에서 올해 29종 734개로 급증한 반면 이를 관리하는 인력은 19명에서 14명으로 줄었다.
# 효과적 예방책
- 재난 전 사각지대 발굴 '골든타임' 확보해야 - 고지대 급류피해, 선제 대응 시급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달 25일 부산 북구 구포3동 한 아파트 앞 인근 도로에 산에서 내려온 빗물이 쏠리면서 계곡처럼 변했다. 김상섭 독자 제보
전문가들은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 재난안전당국이 안전대책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재해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고, 재해 관련 정보를 시민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연재해방지시설을 구축할 때 100년 이상의 빈도를 내다보고 건설해야 하는 것도 과제로 부상했다.
다양한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일본은 국토보전정책 추진, 기상예보의 강화, 재해정보의 전달 수단 구축 등을 통해 자연재해의 피해를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의대 류상일(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재난안전당국은 자연재해가 시작돼야 피해를 예방하는 활동을 한다. 이는 자연재해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이다. 예보가 되면 재해가 시작되기 전 예방활동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해당 자연재해가 발생한 후 안전사각지대를 발굴해 예방 대책을 세울 것도 지적했다. 이번 집중호우 발생 시 드러난 부산의 고지대 비탈길에 대한 수해방지대책은 부산이 가진 안전사각지대로 꼽힌다. 각종 개발로 산에서 내려온 빗물이 도로를 따라 집중되면서 시민이 쓸려가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쏟아진 빗물이 아래로 흘러가 상부는 안전할 것이라는 고정관념과는 정반대다.
고지대 급류는 인명 외에도 차량을 쓸고 가거나 축대를 무너뜨려 대형 2차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 부산 일부 고지대에서는 길가에 주차돼 있던 차가 산에서 내려온 급류에 휩쓸리면서 위험천만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아직 부산 구·군은 고지대 급류 생성 지역에 대한 현황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고지대 수방 대책을 재정립하겠다"고 밝혔다.
# 태풍·폭우 대비는 이렇게
- 지하수 멈추거나 문설주 비틀어지면 산사태 징후 - 차수판 설치하면 저지대 침수 줄여
지난달 25일 내린 폭우로 부산~울산 고속도로 부산 기장군 장안사 부근 산에서 토사가 흘러내려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집중호우와 태풍 등 자연재해에 대비하려면 먼저 신문과 TV 등에서 보도하는 기상 상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상 예보를 듣고 주의보가 발령될 것으로 예상되면 응급약품과 손전등, 식수와 비상식량 등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이와 함께 가정이나 직장 등에서 취약한 곳이 없는지를 살펴 침수와 강풍 등으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 지붕이나 벽의 틈새로 빗물이 새는 곳이 있는지를 점검해 미리 보수해야 한다. 집 주변 배수구와 빗물받이 등을 점검하고 막힌 곳이 있으면 뚫는다. 우수구 덮개를 제거하고 내부를 청소해 막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천 주변에 주차해 놓은 차량은 높은 곳으로 옮기고, 침수가 예상되는 건물의 지하공간에는 주차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지대 주택과 침수 피해 우려가 있는 가정은 차수판을 설치하는 것이 사고를 막는 지름길이다. 이런 것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물이 집안으로 흘러드는 것을 막기 위한 모래주머니나 튜브 등을 마련해야 한다.
물에 떠내려갈 수 있는 물품은 미리 안전한 곳에 보관하고, 중요한 물건은 방수 비닐팩에 보관하면 된다. 상습 침수지역 주민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피 장소와 비상연락 방법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도시가스를 이용하는 가정은 계량기 옆의 메인 가스밸브까지 잠그는 게 바람직하다. 태풍 때에는 건물 간판과 위험 시설물 주변에서 걸어 다니면 안 된다.
산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는 여러 징후가 나타난다. 경사면에서 갑자기 물이 샘솟거나, 평소 잘 나오던 지하수가 갑자기 멈춘다. 또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나무가 흔들거리고, 문과 창문이 뻑뻑하거나 문설주와 틈이 비틀어진다. 이때는 신속하게 건물을 빠져나오는 게 급선무다. 탈출이 불가능하면 책상 밑으로 피하고, 몸을 움츠려 머리를 보호해야 한다. 도움말=부산시 안전정책과
첫댓글 건강은 건강할 때 챙기자! 안전 역시 평상시에 챙겨야 한다는 교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