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에 맞설 정예 중 정예를 가리는 과정인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국내대표선발전은 일반적인 예선과는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다. 예선을 통과하는 순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올해의 기사가 된다. 그런 만큼 더욱 치열하고 험난하다. 제12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국내대표선발전 4회전이 7월 19일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오후 1시부터 열렸다. 강자들이 대거 탈락하고 새 얼굴의 약진이 많은 흐름은 계속됐다. A조부터 D조까지 살펴본다.
황소삼총사가 한 데 몰려 지옥의 조로 분류됐던 A조는 박영훈 9단과 원성진 9단이 떨어지고 최철한 9단이 홀로 남아 ‘황소’ 중 유일한 기사가 됐다. 중국갑조리그 출전 때문에 3회전 대국을 연기했었던 최 9단은 김형환 5단을 제치며 문제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박영훈 9단을 떨어뜨렸던 장본인 강창배 2단은 4회전에서 이원도 2단에게 승리하며 5회전에 진출했다. 5회전에서 만날 상대는 김진우 5단. 계속되는 진격으로 자신의 승리가 운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는 강 2단의 꿈은 의외로 소박하다. “아직도 어려운 판들이 남아 있다. 현실적으로 선발까지는 힘들 것이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농심신라면배는 국가대항전인 만큼 랭킹 순으로 출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하지만 기왕에 나도 기회를 잡았으니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원성진 9단을 탈락시킨 전영규 4단은 그러나 박지훈 5단에게 패해 좋은 기회를 놓쳤다. 난적을 꺾고 올라왔지만 아쉬운 행보를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B조는 랭킹 18위 박정상 9단이 대표 선발에 가장 유력한 후보다. 박 9단은 이춘규 3단을 꺾고 올라온 박승화 4단과 예선결승행을 다투게 된다. B조 다른 한쪽에서는 이변의 주인공 2명이 예선결승 진출을 노린다. 박지연 2단과 김영삼 8단이다.
박지연 2단은 여자 기사 중 유일하게 생존했다. 남자기사들과 같이 겨루는 기전에서 예선 3회전까지 오른 것은 개인 최고 기록. “농심신라면배 예선 기간에 아시안게임 여자대표에 선발실패라는 아픔을 겪었다. 너무도 바랐던 것이 사라지자 아무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런데 오히려 농심신라면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게 돼 기쁘다. 그렇긴 해도 운이 많이 따랐다고 생각한다. 역전한 판이 많았다. 대표가 되는 것까진 어려울지 모르지만 대신 많은 수확을 거뒀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해설로 유명한 김영삼 8단 역시 ‘무심’ 덕을 톡톡히 봤다. “농심신라면배 예선은 천하의 이세돌 9단도 10년이 걸려 1번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하물며 나일까. 무거운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즐겁게 예선에 참여하고 있다. 이기면 기쁘고 져도 아쉬울 게 없다.”며 “예선은 잘 치르고 있지만 특별히 더 공부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C조가 은근하다. 박정환 8단, 목진석 9단, 유창혁 9단, 허영호 7단, 홍민표 7단 등 눈과 귀에 무척 익숙한 기사들의 각축이 일찌감치 예상되던 조다. 현재 김정현 2단 목진석 9단이 예선결승행을 다투고, 허영호 7단과 홍민표 7단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각광받는 신예 김정현 2단은 크게 그리 표정이 밝지 못했다. 최근 자신의 성적 때문이다. “주위에서 많이들 관심을 가져주시는데 여러 기전에서 떨어져 심신이 지쳤다. 허영호 7단 등 까다로운 기사들도 남아 있어 대표가 되는 것이 쉽진 않겠지만 이번 농심신라면배 예선에서 분발하겠다”며 의욕을 다졌다.
D조는 눈에 확 띄는 기사가 둘 보인다. 이세돌 9단과 김지석 8단이다. 이 9단은 박시열 2단을, 김지석 8단은 돌풍을 일으켰던 여자 기사 박소현 2단을 각각 꺾었다. 박승현 6단은 남가 국가대표팀 코치 김승준 9단의 기세를 잠재웠고, 강지성 8단도 김기원 2단을 제치며 순항하고 있다.
이세돌 9단은 박시열 2단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나서 밝은 표정이었다. 숨가빴던 접전의 순간이 많았던 듯 길게 복기하며 주요 승부처를 살폈다.
한편 여자 기사로 3회전까지 활약했던 박소현 2단은 “남자기사들을 한판 한판 이길 때마다 자신감을 얻는다. 김지석 8단과 대국하면서 평소 구상했던 수들을 맘껏 구사했기 때문에 졌어도 후회가 없다”며 밝게 웃었다. 김 8단은 “초반에 어렵다가 중반에 풀렸다”며 쉽진 않겠지만 다시 한 번 대표에 발탁되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한 중 일 삼국의 대표가 출전하는 제12회 농심신라면배 본선은 10월17일부터 21일이며, 2차전은 11월29일~12월4일, 3차전은 2011년 1월18일~22일에 열릴 예정이다. 예선전부터 농심신라면배의 중요대국은 사이버오로, 파란바둑, 야후바둑 대국실에서 4판씩 실시간 감상할 수 있다.
농심辛라면배는 일간스포츠가 주최하고 (재)한국기원이 주관하며 (주)농심에서 후원한다.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 초읽기 1분 1회이며 덤은 6집반. 국가별로 출전하며 최종우승국이 받는 상금은 2억원, 3연승부터 연승상금 천만원이 지급된다.(10연승을 했을 경우 1억원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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