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올 1~4월 롯데, 현대 등 주요 백화점 여성 영캐주얼 매출을 분석한 결과 상위권과 하위권간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등 양극화가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3~4년 전부터 영캐주얼 업계의 다크호스로 주목받았던 일부 영캐릭터 브랜드들의 낙폭이 거의 몰락 수준에 가까웠고, 신규 브랜드의 시장 안착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전 세계 패션 시장이 저가와 프리미엄 시장으로 양극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영캐주얼 시장은 사실상 그 틈에 끼인 중가 존에 해당해 이 시장의 향후 추이가 국내 패션 시장의 미래와 다르지 않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여성 영캐주얼 매출 비중은 롯데의 경우 백화점 전체의 약 8%, 현대는 약 5%를 차지했다.
브랜드별로는 한섬의 ‘시스템’, 톰보이의 ‘톰보이’, 신세계인터내셔널의 ‘보브’ 등 전통적 강자들이 롯데와 현대 모두 선두권을 점유하는 상황이 강화됐다.
점에 따라 ‘쥬시꾸띄르’나 ‘쿠가이’ 등 수입 브랜드의 상승세가 눈에 띄긴 하지만 신장률과 외형 면에서 브랜드 로열티가 높은 이들 브랜드들의 영역이 더 확고해 진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급부로 그렇지 못한 브랜드들의 침체는 더 심화됐다.
상위권 1~5위 브랜드들의 경우 소폭이나마 신장세를 유지했지만 하위권 10개 브랜드의 역신장폭은 15~50% 이상으로 크게 벌어져 있는 것이 전 점의 공통적인 상황이다.
특히 영캐릭터의 기대주로 주목받았던 브랜드들의 역신장은 거의 몰락 수준에 가까웠다.
‘오즈세컨’과 ‘매긴나잇브리지’ 등 한때 신선한 아이덴티티를 내세워 영캐릭터의 대표로 주목받았던 브랜드 상당수가 하위권에 내려앉았다.
롯데 여성캐주얼 매입팀 김재환 과장은 “하위 10% 브랜드가 전체 효율의 30%를 떨어뜨리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로컬 브랜드가 대부분인 여성 영캐주얼을 줄이고 수입을 늘린 현대가 롯데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도 그러한 상황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양극화 심화와 관련해 업계 전문가들은 브랜드로서의 위상 실추와 신뢰도 저하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확실한 로열티나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서는 까다롭고 보수적인 소비자와 살인적인 경쟁 속에서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지도가 낮은 신규 브랜드는 양극화의 상황에서 점점 더 심한 고초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백화점들이 신규 브랜드에 대한 매장 할애를 꺼려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유통 환경이 좋지 않고 로열티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작년 추동 시즌과 올 춘하 시즌 런칭된 신규 브랜드 12개 중 중위권 이상에 진입한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중 절반은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