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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소송은 작년 11월 26일 시작됐다. 꼬박 1년이다. 내달 3일 한강 소송 선고를 시작으로 연말이나 연초쯤 4개 재판부의 1심이 매듭될 것이다.
쟁점은 세 가지로 추릴 수 있다. 첫 번째는 가치 쟁점이다. 정부는 보(洑)를 막아 늘 강물이 출렁대는 한강 스타일의 강을 만들려 하고 있다. 반대하는 쪽은 계절과 지형마다 변화무쌍한 강의 모습을 그냥 내버려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어떤 강물 관리가 나은지는 가치관의 문제일 수 있다. 가치 논쟁은 합의가 요원하다. 이럴 때 정책 방향을 어디로 잡을 건지 하는 문제는 사법부가 개입하기 적절치 않은 부분이다. 법원이 아니라 선거로 뽑혀 민주적 정당성을 갖고 있는 정부나 국회가 여론을 수렴해 결정할 문제다. 다양한 가치를 반영하는 측면에선 정부의 여론 수렴이나 의회의 토론이 재판보다 기능적으로 효율적이다.
두 번째는 과학 쟁점이다. 예를 들어 보를 쌓으면 수질이 좋아질 것인가, 준설로 홍수 피해가 줄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것도 법원이 정부보다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정부는 축적된 자료와 풍부한 연구인력을 활용할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법원이 정부 정책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것이 관행처럼 돼버리면 그에 따른 비용도 문제고 의사결정의 적시성(適時性)을 잃을 수 있다.
문제는 세 번째의 절차 쟁점이다. 법원이 정부 정책의 가치·과학 쟁점에 끼어드는 걸 자제해야 한다는 건 맞지만 거기엔 정부의 정책 결정이 적법 절차를 지킨다는 전제가 있다. 정부 정책결정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불확실한 부분이 있다. 정부의 정책 재량권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정부가 결과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했어야 한다.
법은 그걸 위해 예비타당성 검토나 환경영향평가 같은 절차를 규정해놨다. 정부는 또 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대안을 검토하고, 모의실험도 해보고, 보유한 인적·지적 자원을 활용해 충분히 숙고하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과정을 거치는 게 원칙이다. 그런 과정이 생략됐다면 법률 다툼의 소지가 있는 절차적 하자가 된다. 재판부는 그 하자가 사업을 중단시킬 만큼 중대하고 명백한 것인지 판단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법원이 절차적 하자에 대한 판단만 갖고 결론을 내릴 수도 없다. 4대강 보 공사는 진척도가 50%를 넘겼다. 공사가 중단될 경우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어렵다. 행정소송법은 정부 행정행위에 하자가 있더라도 '그 효력을 중단시키는 것이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엔 원고 청구를 기각하는 이른바 '사정(事情) 판결'도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고심할 수밖에 없다. 새만금 때도 재판부가 힘들어했다. 1심 재판부는 조정(調停)으로 유도하려 애를 쓰다가 도리가 없자 공사 중단 판결을 냈다. 2심 재판부는 "법원은 어떤 정책이 더 국가와 국민 이익에 부합하는지 판단할 능력도 자격도 없다. 절차의 적법성만 판단할 뿐"이라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도 "법적 관점의 판단일 뿐 사업 타당성을 평가하는 건 아니다"라고 전제하고 정부 손을 들어줬다. 4대강 재판은 새만금 재판과 여러 점에서 비슷하다. 판사들이 원치 않는 재판일 것 같다. 정부가 밟아야 할 절차들을 빈틈없이 밟았더라면 사법부가 국책사업의 타당성을 심사하는 상황은 안 왔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