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동상동 재래시장에서 피워낸 사랑노래
부식가게에서 배달된 남승렬의 <즐거운 감옥>
사람이 살아 가면서 몸과 마음을 구속 당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그 구속된 시간이 오히려 즐겁게 느껴지는 시간은 또 얼마나 될까?
구속되고 감금되는 시간이 즐겁다고 한다면 이율배반적인 반문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즐겁다고 한 작가가 있다
사람 사는 맛이 진하게 느껴지는 동상동 재래시장,
김해 신도시가 들어 서면서 그 명맥을 간신히 이어 가고 있는 시장이지만
새벽이면 학교 급식을 비롯하여 식당 등에 신선한 부식 자재를 공급하는
부식가게 아저씨 남승렬선생이다
<즐거운 감옥> 이라는 시조집으로 깊어가는 가을에 따뜻한 시선을 던지고 있다
남승렬시인은 재래시장에서 시장 사람들과 부대 끼면서 사람 살아가는
참 맛과 진솔한 정을 느꼈기에 어느 누군가를 구속하고, 또는 구속 당하는 것도
곳 즐거운 감옥이다라는 명제를 달고 시조집 제목도 <즐거운 감옥>이라 하였다
도서출판 작가마을에서 펴낸 두 번째 시조집으로 작가의 모든 삶이 점철된,
그러면서도 어려웠던 지난 시간이 아름답고 귀하게 승화시킨 책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의 시 한편을 읽어보자
문간방 미스 김은 밤무대 3류 가수
무명 그 설움만큼 허스키한 목소리로
취객들 돌아갈 시간 안개비를 부른다
평촌 어디쯤에 아파트라도 당첨되어
남들처럼 둥지 틀고 앞치마도 두르면서
화초도 가꾸고 싶다며 눈시울이 젖는다
_남승렬의 떠돌이별 전문_
위에 시에서 우리는 시인의 과거를 조금 알 수 있다
문간방 미스 김 밤무대 3류 가수가 사는 동네, 그 어디쯤에 시인이 기숙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암울 했던 70~ 80년대 그 시절 시인은 시가 아닌 고시 공부를 하는
배고픈 사람이었을 것이다. 고시에 낙방을 거듭하고 실의에 빠진 자신의 모습이
무명 설움 허스키한 목소리로 울어 나왔을 것이다.
우리는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 가난이 옥죄어 오고 농촌이 붕괴되고 서울로
떠나 가던 우리 누이의 모습에서 아픈 나의 모습이 강하게 투영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인은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평촌 어디쯤에 아파트라도 당첨되어
소박하게 사는 게 꿈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의 심성이 착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보게 된다.
거듭 고시에 낙방하고 지금의 아내를 만나 김해로 낙향하여 동상동 재래시장에서
지금의 부식 가게를 열게 된다. 하마 어언 30 년 시장 토박이로 자리 잡았다.
그대를 생각하면
별이 총 총 뜹니다
내 가슴 길목마다
별들이 못을
챙챙 칩니다
별의별 궁리를 다해도
묘책은커녕,
늪입니다
-남승렬의 즐거운 감옥 전문-
이 글에서 보면 아픈 사랑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랑을 하면서 못이 내려
박히는 상처는 누구나 겪어 보아서 알겠지만 참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그러나 시인이 말한 그대는 상처받은 여인이라 할 수 없다. 그것은 우리가 일상의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다 좌절하는 내 모습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내 가슴 길목마다
무너지고 출루가 보이지 않는 미로, 아무리 둘러 보아도 묘책이 없는 암흑 천지의
세상을 걸어 나온 우리 아버지, 또는 소시민의 아픔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이 살아 가면서 좌절과 고통의 연속이 수행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달관의 처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남승렬 시인은 참 소탈하다.
창원의 동료시인 옥영숙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진종일 붐비는 시장골목을 지키는 시인의 일상은 진솔하고 소탈하다. 스밈과
적심으로 오랫동안 견지된 그의 삶은 느림과 비움의 철학을 담고 있다.
수평관계를 좋아하는 그가 그린 시적 단상들은 영원히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는
그리움의 무늬들이다. 평범 하지만 비범한 생각의 뿌리라고 말하고 있다.
남승렬 시조 시인은 경남 울진에서 태어났으며 1997년 전국 한밭시조백일장에서
장원을 하고 1998년 <시조문학> 봄호로 등단 하였다. 시집으로는 2003년 문예진흥원
우수 시집으로 선정된 <윤이상의 바다> 가 있으며 현재 김해문인협회 회원으로
구지문학 동인을 하고 있다
귀뚜라미 울고, 풍성한 들녘이 곡간으로 들어 가는 시간, 우리도 즐거운 감옥에 들어가
진정한 삶의 가치와 함께 사는 사람들의 정을 느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첫댓글 오랜만에 귀한 평설을 들어봅니다. 더구나 지척거리 동료 시인으로부터 듣게 되니 새롭고 새롭습니다.
뜻한바 없이 마음으로 그려내는 스케치에 더욱 고마움을 느낍니다.
늘 건강.건필하시고 향기로 남는 가을날 되세요.
고맙습니다^^
율보(울보) 선생님!
우리 구지문학은 즐거운 감옥에서 몇호실인지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