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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군의 장래 모습
정구복(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청양군은 내가 태어나서 잔뼈를 키운 곳이고, 여기에는 부모님과 그 위 10여대의 선조님들의 묘소가 있으며, 얼마 후 나와 아내도 그곳으로 돌아갈 고향이다. 그래서 청양군과 모교인 장평초등학교에 대해 지금도 나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청양군은 현재 인구 3만 명으로 충청남도에서 가장 작은 군으로서 소멸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처럼 농촌사회가 소멸 붕괴되는 것은 대한민국의 현대 역사가 중앙 중심으로 이루어져 지방의 문제는 관심대상에서 팽개쳤기 때문이다. 모든 국가정책이 도시 중심으로 계획되었을 뿐만 아니라 도시는 문화 환경이 시골보다 앞서기 때문에 도시는 농어촌 입구를 빨아드렸다. 전 국토를 도·농 간에 균형있게 발전케 하려는 정책이 그 동안 행해지지 않았기에 농어촌의 붕괴는 시간이 지날수록 진행되어 왔다.
엄격하게 따져보면 이런 농촌의 붕괴를 어느 한 가지 원인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이는 어떻게 보면 인류의 문명사적 조류라고 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른다.
시골마을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그친지 오래되었고 주민 대부분은 고령의 노인들이다. 국회위원을 인구수로 뽑는 제도가 정착되어 청양군은 부여군과 공주시에 합쳐져 하나의 선거구가 되었으나 국회의원의 기능이 세 지역의 문제를 얼마나 균형 있게 고민하는지는 알 수 없다. 한국의 국회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제도적으로나 의식수준, 지나친 특권으로 개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문제이다. 이는 한국의 민주주의 기본 문제로 깊이 있게 논의되어야할 것이다.
또한 교육제도는 교육의 독립성을 위해 일반 행정체제에서 분리되어 있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초·중등학교의 폐쇄가 이어지고 있고, 남아 있는 학교는 지역사회를 이끌어 가는 중심 역할을 맡을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 청양군을 발전시키려는 충청남도의 계획이 발표되어 나의 깊은 관심을 끌게 하였다. 충청남도에서 청양군을 5만 명의 자족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신문보도(한국경제신문 8월 27일자 A24면)는 군의 장래에 큰 희망을 던져주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 주요 골자는 청양 비봉면 신원리 일대에 예산 1089억을 들여 ‘일반산업단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에서 2,7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하는 계획과 남양면의 구봉광산에 골프장을 만들겠다는 계획, 장평면 지천리에 ‘기후대응댐’ 공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구봉광산 자리에 골프장을 만들겠다는 것은 청양의 발전과는 거의 무관한 것이고 위의 세 가지 계획이 인구를 확보하여 자족도시를 만들겠다는 전제와는 전혀 논리에 맞지 않는다. 인구 5만 명의 자족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은 허구적인 구호에 불과하다고 하겠다.
장평면 지천리(작천리)의 댐 공사는 환경부 소관 사업으로 다목적 댐공사라고 한다. 그러나 그 계획의 수립과 진행에는 졸속을 범한 듯하며, 그래서 지역주민의 맹렬한 극한 투쟁을 하고 있다. 이 댐의 건설 목적은 하류지역의 홍수에 대한 재난 방지, 서천 지역의 공업용수 보급 등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전혀 타당하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다. 작년 여름 홍수 때 지천의 하류인 청남면 왕지리에서 제방을 덮치는 홍수가 있었지만 이는 지천리에서 내려가는 물이 많아서가 아니라 금강의 수위가 높아져 역류현상이 더 큰 원인이었다. 그리고 서천지역의 공업용수를 쓰겠다는 계획도 동의할 수 없다. 이는 가까운 금강물을 퍼서 몇 차례 청정과정을 거치면 충분한 것이다. 지천리는 원래 까치내(작천)이라고 칭하고 청양 읍내에서 발원하는 내가 이곳에 와서 굽이굽이 갈지자 모양으로 마을을 돌아 나가기 때문에 라고 한다. 그리고 평탄한 마을을 빙글 빙글 도는 지형의 모습은 마치 예술가의 작품 이상으로 하늘이 준 천혜의 마을이다. 그래서 이곳 마을을 지나는 물은 청정하여 고등이, 피리미 등이 자라고 있어 여름철 피서지로 이름난 곳이다. 이 곳 상류에는 칠갑공원이 있고, 조금 위에는 1000년전의 문화재(보물) 3점이 있는 장곡사가 있어 댐 공사로 인한 급격한 환경변화는 안개와 습기로 인해 귀중한 문화재를 훼손할 염려가 있다. 이처럼 지천리에는 이처럼 냇물이 항상 맑고, 깨긋하여 여름 캠핑장으로 이름난 것은 충남 도민만이 아니라 전국의 산천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고려 초의 문화재인 장곡사는 청양이 자랑하는 귀중한 문화재이다. 많은 문화인이 찾아와 오랜 역사와 자연의 아름다움과 얽힌 사연을 작품화할 수 있는 천혜의 지역이다. 요컨대 지천리의 댐공사는 마지막으로 남은 청정한 청양을 파괴하는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를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구봉 금광이나 장평면 화산에는 유명한 텅그스텐 광산의 유적이 있다. 이 광산지대재개발하거나 새로운 관광명소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 역사의 자료로서 소중한 유산이다. 광산지대의 재개발, 보존책은 많은 좋은 선례가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감소 문제는 비단 청양군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적으로도 심각한 문제임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며, 현재 국가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로 파악하고 있다. 인구 문제는 인구감소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년층이 많아 초고령화 사회로 들어감으로 세대별 인구의 조성 비율이 문제이다. 인구의 감소 문제는 우리나라만을 생각할 때 그런 것이고, 전 세계의 인구는 엄청나게 증가하여 인간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 감소와 전 세계의 인구 증가를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는 우리들의 연구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국의 인구문제가 세대 간의 균형만 이룬다면 3천만 내지 4천만 명이 한반도에 산다면 적정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청양군의 인구도 3만 정도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이도 인구의 세대간 비율만 조화롭게 조정될 수 있다면 말이다.
현재 청양군에서 농촌을 부활하는 방법으로 청년의 귀농, 귀촌 활동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이런 귀농은 군단위로 보다는 면 단위로 실현시키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알기로는 모든 행정은 군청에서 담당하고 면단위 주민센터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군의 행정책임자는 제도적으로 개혁할 수는 없더라도 면단위 주민센터를 적극 지원하여 각 마을의 일을 파악,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청년층이 귀농하여 농장을 스마트농법으로 한 두 사람의 노동력으로 농장을 경영하고 힘든 일은 인공지능형 로봇을 활용하면 된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되었다. 인구의 증가문제보다도 농촌을 살리기 위한 방책으로는 현재는 가장 중요한 방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 드릴 수 있는 방책이기도 하다.
이는 비록 인구의 폭발적 증가는 달성하지 못해도 고령화된 농촌을 살리고 유지하는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귀농, 귀촌에 대한 정보는 최근에 열린 귀농박람회에서 얻을 수 있다. 청양에서 귀농자가 재배할 작물에 대하여는 연구기관에서 사전에 깊이 있게 연구해야 할 것이고 농작물을 1차 생산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2차, 3차 가공하여 판매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이는 급변하는 계절과 기후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다.
현재 상황에서 청양군을 발전시킴에 뾰죽한 방법이 없다. 여기에 한 두 가지 뚱딴지같은 의견을 제시하겠다.
우선 지역을 살리고 유지 발전시키는 일은 지역주민이 주인의식(주체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지역주민의 주인의식을 높이기 위한 활동은 군청과 문화원 그리고 교육기관, 농협, 경찰, 소방서 등에서 서로 협력하여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농촌에 살면서 이런 주인의식을 가진 지역은 농촌가꾸기 운동을 통하여 특색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농촌가꾸기 운동으로 울창한 숲을 만드는 일을 예로 들어보겠다.
청양군의 도로 사정은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다. 청양군은 청정한 산골이기 때문에 인공의 자연숲을 조성할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마을 마다 수 십 년 된 나무가 울창한 숲(산림)을 찾을 수 없다. 산에는 잡동산이 나무들이 저절로 자라고 있다. 인간이 조림한 울창한 숲을 만든다면 얼마나 좋을 가 하는 생각을 필자는 자주 가진다. 숲은 여름철의 홍수를 막고 물을 그냥 흘러 내려 보내지 않는다. 항상 흐르는 개울물을 확보하는 방법은 없을 가? 울창한 숲은 재목으로서의 가치도 있겠지만 여름철에는 쨍쨍 내려쬐는 햇볕을 막아 서늘한 그늘을 제공하여 폭염을 해결해주고, 바람결에 날아오는 오염된 공기를 막아 정화시켜준다. 또한 버섯, 산삼, 도라지 등 진귀한 자연 농산물이 나오고 다람쥐와 여우, 산토끼가 함께 살면 얼마나 정다운 곳이 될 가? 그러나 이에는 장기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오랜 시간과 과 같은 집요한 노력이 필요하다.
청양의 칠갑산 공원을 만든 것은 아주 잘한 계획이었다. 칠갑산 공원에서 장평면 대나무 숲 공원, 대치면 무슨 소나무 숲 등으로 연결되는 숲 지대를 만들어졌으면 함이 필자의 이상이고 꿈이다. 숲에 대하여는 독일의 역사와 정보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숲은 인간에게 명상과 정신적, 육체적 건강(힐링)의 담보하는 장소를 마련하여주며 급격한 기후변동을 막아줄 자연의 제방이다. 그리고 숲은 인간에게 평화와 공존 등 많은 자연의 법칙을 가르쳐줄 것이다.
도시민이 숲을 찾는 사람이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기사는 경기도 광주시의 ‘화담숲’ 기사가 우리의 눈길을 끈다.(동아일보 8월 29일자 기사참조) 자연 숲을 울창하게 조성하면서 안락한 산간주택이 지어지면 얼마나 좋을 가? 시골에 있는 선조의 묘소는 잔디만을 가꾸고 있는데 묘지 주위를 큰 숲으로 둘러 싼 예는 찾기가 어렵다. 선조의 묘소 둘레에 큰 숲 단지를 마련할 것을 강조하고 싶다. 묘소에는 잔디만이 자라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우리는 벗어나야 할 것이다. 이런 숲 마을이 잘 형성되면 그 숲을 연결하는 마라톤대회, 걷기대회, 음악대회, 글쓰기, 그림그리가 대회등을 인근 시군과 함께 공동으로 개최하는 역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청양군은 백제문화의 요람지이다. 백제가 멸망한 후 청양군민이 당나라와 신라군에 치열하게 저항한 역사를 잊고 있다. 청양군의 주민의 삶을 그린 역사적 연구가 거의 없다.
마을마다의 숲을 조성하는 일은 단지 시골에 사는 주민만의 힘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출향인의 협조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군청이나 도에서 기본 계획을 세워 실현해야 하겠다. 이는 전국적인 제2 새마을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농촌운동에는 주민과 면사무소, 농협, 초등학교가 지역사회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초등학교에는 관심 있는 자들이 담벽에 벽화를 그린다든지, 조형물을 전시한다든지, 시를 써 붙인다든지 하여 예술과 문학, 역사가 공존하는 예술교육의 터전일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즐거운 삶의 경연장이어야 할 것이다. 초등학교는 도서관, 예술관, 체육관으로서 기능을 하면 뜻하지 않은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원도 모든 주민이 앞으로 살아갈 아름답고 멋진 농촌을 꾸미는 일이 무엇인지 그를 실현하려는 뜻과 의지를 일으킴에 더욱 적극 힘써야 할 것이다.
요컨대 청양의 발전을 위해서는 현재 살고 있는 주민들의 관심과 의지가 존중되어야 한다. 섣불리 자연을 파괴하는 지천댐의 공사계획은 밀어붙이지 말고 자연환경의 보존을 위해 세심한 연구가 필요하다. 지천리 상류 장곡사에는 중요한 국가문화재인 보물이 세 점이나 있다. 지천리 저수지 댐 공사는 이들 문화재를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자연경관이 수려한 지천리의 댐 공사는 청양군의 자연파괴라는 엄청난 재해를 가져올 것이다. 상류지역에 댐을 막지 말고 홍수의 물을 서서히 내려 보내는 치수 정책은 마을마다 숲을 가꾸는 작업으로 대치되어야 할 것이다. 자연이 잘 보존된 지역이 앞으로 유명한 곳으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반드시 올 것이다.
이는 비단 청양군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각 지역 및 세계인들의 관심이 될 것이다.
첫댓글 이는 청양문화원에서 발행하는 칠갑문화 34호에 제출한 원고입니다. 여러분의 질정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