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水滸傳•제 29편
오용이 말했다.
“내가 생각해 보니, 이 세 사람이 있습니다. 그들은 의롭고 대담하며 무예도 출중합니다. 그리고 끓는 물에 뛰어들고 불을 밟고서라도 생사를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 세 사람을 얻을 수 있으면, 일을 성취할 수 있습니다.”
조개가 말했다.
“그 세 사람이 누구입니까? 성명은 무엇이고, 어디에 살고 있습니까?”
“그 세 사람은 형제입니다. 제주 양산박 기슭의 석갈촌에 살고 있는데, 물고기를 잡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찍이 수적(水賊) 노릇을 한 적도 있습니다. 성은 완씨입니다. 첫째는 완소이(阮小二)인데, 건드리면 화를 불러일으킨다는 태세신(太歲神)에 비유하여 ‘지상에 내려온 태세신’ ‘입지태세(立地太歲)’라고 불립니다. 둘째는 완소오(阮小五)인데, ‘목숨을 내놓고 싸우는 둘째’ ‘단명이랑(短命二郎)’이라 불립니다. 셋째는 완소칠(阮小七)인데 ‘살아있는 염라대왕’ ‘활염라(活閻羅)라고 불립니다. 제가 예전에 석갈촌에서 몇 년 살았었는데, 그때 그들과 사귀었습니다. 그들이 비록 글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과 교분을 맺는 것을 보면 진정 의기가 있는 호남아들입니다. 그래서 그들과 왕래했었는데, 지금 2년 동안 보지 못했습니다. 이 세 사람을 얻는다면, 일은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나도 완씨 삼형제의 이름은 들어보았는데, 만난 적은 없습니다. 석갈촌은 여기서 백 리도 채 안 되니, 사람을 보내 불러와서 상의하면 어떻겠습니까?”
“사람을 시켜 부르면 그들이 기꺼이 오려고 하겠습니까? 제가 가서 이 세 치 혀를 놀려 그들이 합류하도록 하겠습니다.”
조개는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좋은 생각입니다. 언제 가시겠습니까?”
“일을 지체할 수 없으니, 오늘 밤중에 당장 가겠습니다. 내일 정오면 그곳에 도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좋습니다.”
하인이 음식을 가져와서 함께 먹었다. 오용이 말했다.
“북경에서 동경까지 가 본 적은 있지만, 생일선물이 어느 길로 갈지는 알 수 없습니다. 유형은 번거로운 수고를 아끼지 말고, 북경으로 가서 출발하는 날짜와 행로를 탐지해 오십시오.”
유당이 말했다.
“오늘 밤 떠나겠습니다.”
오용이 말했다.
“잠깐! 생일은 6월 15일이고 지금은 5월 초순이니, 아직 4,50일 남았습니다. 제가 먼저 완씨 형제를 설득하고 돌아오면, 그때 출발하도록 하십시오.”
조개가 말했다.
“그 말이 맞습니다. 아우는 우리 장원에서 잠시 기다리게.”
오용은 밤중에 은자를 가지고 출발했다. 조개와 유당은 문 앞까지 나와 전송했다. 오용은 밤새도록 걸어 정오경에 석갈촌에 도착했다. 길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남에게 물어볼 필요 없이 곧장 완소이의 집을 찾아갔다. 집 앞에 도착해 보니, 낡은 말뚝에 어선 여러 척이 묶여 있었고 듬성듬성 엮은 울타리에는 찢어진 그물을 햇볕에 말리고 있었다. 산에 기대어 물가에 10여 채의 초가가 있었다. 오용이 소리쳤다.
“소이 형제! 집에 있는가?”
완소이가 집에서 나오더니, 오용을 보고 황망히 인사하며 말했다.
“선생님께서 어쩐 일이십니까? 무슨 바람이 불어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사소한 일이 있어서 찾아왔네.”
“무슨 일인지 말씀하시지요.”
“내가 여기를 떠난 지 어느 덧 2년이 됐구먼. 지금 큰 부잣집 글방 선생이 되었는데, 그 집에서 잔치를 한다네. 그래서 큼지막한 금빛 잉어 10여 마리가 필요하다고 해서 자네를 찾아왔지.”
완소이는 웃으며 말했다.
“우선 저랑 한 잔 하시면서 얘기하시지요.”
“실은 내가 온 이유도 바로 자네와 한 잔 하고 싶어서였네.”
“호수 건너편에 주점이 있으니, 배 타고 가시죠.”
“좋지! 그런데 소오는 집에 없는가?”
“가서 찾아보지요.”
두 사람은 말뚝에 묶여 있는 작은 배 한 척을 탔다. 배를 저어 나아가다가, 완소이가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소칠아! 소이 못 봤냐?”
오용이 보니, 갈대숲 속에서 배 한 척이 미끄러져 나왔다. 완소칠이 삿갓을 쓰고 배를 저어 다가와서 말했다.
“큰형! 작은 형은 왜 찾소?”
오용이 말했다.
“소칠! 내가 자네들과 할 얘기가 있어 왔네!”
완소칠이 말했다.
“선생님!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소오도 찾아서 함께 한 잔 하세.”
“저도 선생님과 한 잔 하고 싶었습니다.”
두 척의 배가 함께 나아가 잠시 후 뭍에 도착했다. 주변은 모두 물인데, 언덕 위에 7,8 채의 초가가 있었다. 완소이가 소리쳤다.
“엄마! 소오 집에 있어요?”
“말도 마라! 물고기는 안 잡고 맨날 노름만 하고 있다. 가진 것 다 까먹고 인제는 내 머리의 비녀까지 뽑아 갔다.”
완소이는 웃으며 배를 저어 갔다. 완소칠이 둘을 따라오며 말했다.
“형님! 진짜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노름만 하면 지네요! 운도 지지리도 없어. 작은 형만 그런 게 아니라, 나도 아주 탈탈 털렸다니까요!”
오용은 속으로 생각했다.
“내 계책이 맞아떨어지겠구나!”
배 두 척이 나란히 석갈촌 나루터로 나아갔다. 반 시간 정도 지났는데, 외나무다리 옆에서 한 사내가 동전 두 꾸러미를 들고 배를 풀고 있었다. 완소이가 말했다.
“소오가 왔네!”
오용이 소리쳤다.
“소오! 돈 좀 땄나?”
완소오가 말했다.
“선생님이셨군요! 못 뵌 지 2년은 된 것 같네요. 다리 위에서 누군가 하고 한동안 보고 있었습니다.”
완소이가 말했다.
“내가 선생님과 함께 집으로 너를 찾으러 갔더니, 엄마가 나루터에 노름하러 갔다고 해서 찾으러 온 거다. 주점으로 가서 선생님과 술 한 잔 하자.”
완소오는 다리에 묶여 있던 작은 배를 타고 저어 왔다. 세 척의 배가 나란히 나아가서 물가에 있는 주점에 당도하였다. 네 사람은 주점으로 들어갔다. 완소이가 말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 형제가 거칠다고 탓하지 마시고, 상석에 앉으십시오.”
오용이 말했다.
“그럴 수는 없지.”
완소칠이 말했다.
“큰형님이 주석에 앉고, 선생님께서는 객석에 앉으시게 합시다. 우리 둘은 그냥 대충 앉겠습니다.”
오용이 말했다.
“소칠이 역시 화통하구먼!”
네 사람은 좌정하고서, 점원을 불러 술 한 통을 가져오라고 하였다. 점원이 술을 가져오자, 완소이가 말했다.
“안주는 뭐가 있나?”
“황소 한 마리를 막 잡았는데, 고기가 떡처럼 부드럽습니다.”
“열 근 가져오게.”
완소오가 말했다.
“선생님! 대접이 시원찮아 죄송합니다.”
오용이 말했다.
“내가 도리어 자네들을 번거롭게 만드네.”
완소이가 말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점원이 고기를 가져왔다. 완씨 형제가 오용에게 먼저 권했다. 오용은 몇 점 먹고 말았지만, 삼형제는 걸신들린 듯 고기를 먹어치웠다.
완소오가 물었다.
“선생님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완소이가 말했다.
“선생님께서 요즘 큰 부잣집에서 글방 선생을 하고 계시는데, 잔치에 쓸 큼지막한 금빛 잉어 10여 마리를 구하러 오셨단다.”
완소칠이 말했다.
“예전 같으면 4,50 마리도 문제없었습니다. 그런데 요새는 큰 잉어를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완소오가 말했다.
“선생님께서 멀리서 오셨는데, 저희가 좀 작은 놈이라도 갖다드리겠습니다.”
오용이 말했다.
“내가 은자는 넉넉히 가져왔으니, 가격은 후하게 쳐주겠네. 다만 잉어가 커야만 하네.”
완소칠이 말했다.
“선생님! 큰놈은 구할 데가 없습니다. 작은 형이 말하는 좀 작은 놈도 며칠을 기다려야 겨우 잡을 수 있습니다. 우선 내 배에 작은 고기들이 있으니, 가져다 안주로 드십시다.”
완소칠이 배에 가서 물고기가 든 통을 하나 가지고 와서, 부엌에서 요리하여 가져왔다. 완소칠이 말했다.
“선생님! 이거라도 드십시오.”
네 사람이 먹고 마시는 동안 날이 차츰 저물어갔다. 오용은 생각했다.
“이 주점에서 얘기하기는 어렵겠다. 오늘밤 저들 집에서 자면서 얘기해야겠다.”
완소이가 말했다.
“오늘은 이미 날이 저물었으니, 선생님께서는 저희 집에서 하룻밤 주무시고 내일 다시 상의하시지요.”
오용이 말했다.
“내가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을 좀 했는데, 그래도 다행히 자네 형제들을 다 만나게 되었구먼. 자네들이 이 자리 술값을 내가 내게 하지는 않을 것 같네. 오늘밤 자네들 집에서 하룻밤 묵어야겠는데, 나한테 은자가 있으니 여기서 술과 고기를 사서 우리 밤새 취해 보는 게 어떤가?”
완소이가 말했다.
“여기서 선생님이 돈을 쓰시는 건 안 됩니다. 저희 형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마십시오.”
오용이 말했다.
“내가 진즉에 자네들을 한번 초청하려고 했는데, 오늘 내 뜻을 따라주지 않으면 나는 이만 가겠네.”
완소칠이 말했다.
“선생님께서 이처럼 말씀하시니, 오늘은 선생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오용이 말했다.
“역시 소칠이 시원스럽구먼!”
오용이 은자를 꺼내 완소칠에게 주었다. 완소칠은 술 한 독과 고기 20근, 닭 한 마리를 샀다. 네 사람은 주점을 나와 다시 배를 타고 완소이의 집으로 갔다. 배를 묶어 놓고, 술과 고기를 들고 집 뒤의 정자로 갔다. 등불을 켜고 자리에 앉았다. 완소이는 결혼을 했는데, 소오와 소칠은 아직 미혼이었다. 완소칠이 닭을 잡아, 형수와 조카를 불러 주방에서 요리하도록 하였다. 얼마 후 술과 안주가 탁자 위에 차려졌다.
오용이 형제들에게 술을 몇 잔 권한 다음, 잉어에 대해 다시 말을 꺼냈다.
“이렇게 큰 호수에 큰 잉어가 없단 말인가?”
완소이가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큰 물고기는 양산박 근처에만 있습니다. 우리 석갈호는 좁아서 그런 큰 물고기는 없습니다.”
“여기서 양산박은 그리 멀지도 않고 어차피 물길이 다 통하지 않는가? 어째서 거기 가서 잡지 않는가?”
완소이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말도 마십시오!”
“자네는 어째서 한숨을 쉬는가?”
완소오가 말했다.
“선생님은 모르십니다. 양산박은 우리 형제의 밥줄이었는데, 이제는 갈 수 없습니다.”
“관아에서 물고기를 못 잡게 하는가?”
“관아에서 어찌 감히 물고기 잡는 것을 금하겠습니까? 설혹 염라대왕이 살아오더라도 금지할 수는 없지요!”
“관아에서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째서 못 간단 말인가?”
“선생님께서 그 내력을 모르신다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나는 이해를 못하겠네.”
완소칠이 말했다.
“양산박이라는 곳은 말로 하기도 어렵습니다. 지금 양산박에 한 무리 도적들이 점거하고서 물고기 잡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있습니다.”
“몰랐네. 그곳에 도적들이 있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네.”
완소이가 말했다.
“양산박 도적의 우두머리는 과거에 낙방한 자인데, 백의수사 왕륜이라고 합니다. 둘째 두령은 모착천 두천, 셋째 두령은 운리금강 송만입니다. 그리고 그 밑의 한지홀률 주귀라는 자는 지금 길 입구에서 주점을 열어 사정을 정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별로 두려울 바가 아닙니다. 최근에 새로 한 호걸이 왔는데, 그는 동경 금군의 교두로서 표자두 임충이라고 하는데 무예가 아주 뛰어납니다. 저들이 6,7백 명의 무리를 모아 민가를 약탈하고 오가는 장사꾼들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저희도 지금 1년 째 그곳에 물고기를 잡으러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들이 양산박을 장악하고 있어 저희들의 밥줄이 끊어졌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오용이 말했다.
“그런 일이 있는 줄 정말 몰랐네. 관아에서는 왜 그들을 체포하지 않는 건가?”
완소오가 말했다.
“저 관리라는 자들은 가는 곳마다 백성에게 해를 끼치기만 할 뿐입니다. 마을에 오기만 하면 민가에서 기르는 가축들을 다 먹어치우고, 노자까지 뺏어가는 형편입니다. 그러니 저 도적놈들을 어찌 하겠습니까? 도적 잡는 관군들은 감히 이 마을에 오지도 못합니다. 만약 위에서 저놈들을 도적 잡으라고 보내면, 놀라서 오줌이나 질질 싸지, 감히 똑바로 쳐다보기나 하겠습니까!”
완소이가 말했다.
“우리가 큰 물고기는 못 잡지만, 세금은 조금 줄었지요.”
오용이 말했다.
“그러면 도적놈들만 신났구먼!”
완소오가 말했다.
“저놈들은 하늘도 두려워하지 않고 관아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약탈한 금은은 저울로 달아 분배하고, 비단옷 입고 술을 항아리로 마시며 고깃덩어리를 씹고 있으니, 어째 유쾌하지 않겠습니까? 저희 형제는 힘만 셌지, 언제 저들처럼 살아 보겠습니까!”
오용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환호하면서 생각했다.
“드디어 계책을 쓸 때가 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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