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섯살,푸른 오선지들을 위하여...
내 인생의 어린 언덕,흐드러진 꽃들과 풀들, 아지랑이 빛깔을 띤 그 시절의 어느 페이지를 연다.
인생은 푸른빛 오선지깉은 거야.
높은 음자리표를 그리고 밝은 노래를 불러봐.
낮은 음자리표를 그리고 슬픈 노래를 불러봐.
누군가 나에게 속삭여주던 목소리. 텅 빈 하늘.
하얗다못해 푸른 빛이 감돌던 종이.
나에게 주어진 악보. 텅빈 오선지들. 온갖 색깔들이 난무하던 그 언덕위에 그저 흘러다니던 노래들이 있다.
지금은 잊어버린 그 언덕위의 노래들.
열 다섯살,다섯가지 방황...
오래된 일기를 꺼내어본다.
빛 바랜 종이들.
그 위에 연필로 꼭꼭 눌러쓴 낯 선 필채.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닌 어지러운 마음들이 있다.
나, 이대로 살아야하나.
이렇게 공부를 계속해야하나.
미래속에 무엇이 있을까?
어디로 가야하나?
누구를 사랑해야 하나?
방황의 흔적은 불분명하고 그 모습은 안개에 가리워져 있었다.
무거운 가방과 지친 어깨너머로 창백한 달이 뜨고 졌다.
눈부시게 빛나는 하늘을 본 적이 있었던가. 그랬다면 그토록 방황을 일삼진 않았을텐데...
스물 다섯살,눈물 겨운 오월... 언제나 어디서나 나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째서 약속들은 온통 지켜지지않았고 나는 항상 기다리기만 했는지,알 수가 없다.
기다리는 것 들은 늘 오지않았다.
기다림의 마지막까지 가고 나서야, 그것들은 왔다.
하지만 너무 오래 기다리던 나는 그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끝내 만나지 못했다.
나는 천천히 알게 되었다.
나를 버리는 법을.
눈물겹게 아름다운 오월이었다.
서른다섯살, 오십보 백보?...
마침내 거기 이르렀을때의 나를 생각해 본다.
스물 아홉에 죽고 싶었던 스므살의 나, 서른을 넘기고 서른의 중턱을 훌쩍 넘어섰을때.
두려워할 필요없다.
나는 안도의 한 숨을 내 쉴 것이다.
누구나 나처럼 살아왔다.
행복이란 내가 한번도 듣지 못한 아름다운 노래 같은 것.
듣는 순간 이미 사라지는 것.
누구나 나처럼 아프고 쓰린 기억들을 지우며 애쓰며 살아왔다.
그 뿐이다.
그것으로 만족한다.
나도 남들처럼 살아왔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