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스님, 계십니까
방송일 2024년 11월 11일(월) ~ 11월 15일(금), 77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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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한해의 후반부,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 앞에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건 아닌지 마음 한편이 휑하다면
무거운 마음 훌훌 털고 가을 사찰로 떠나보자
고즈넉한 절집에서 스님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 보면,
어쩌면 인생의 답을 얻을지도 모를 일.
마음의 평온을 찾아 떠나는 가을 사찰 기행
스님, 계십니까
1부. 고봉 스님의 고봉밥
대구 군위의 시골 마을에 자리한 작은 사찰 정토원.
17년 전, 버려진 농가에 자리 잡고 홀로 절집을 꾸려온 고봉 스님의
또 다른 수행처는 논과 밭이란다.
연로하신 마을 어르신들이 못다 짓는 농사까지 대신 지으며
스님은 황금물결 일렁이는 논에 가 벼를 베고,
주렁주렁 열린 사과와 감을 따느라
그 어느 때보다 바쁜 가을을 보내고 있는데
하루 일하지 않은 자 먹지 말라는 불가의 가르침에 따라
농사를 하나의 수행으로 삼은 고봉 스님은
자신이 키우고 관리하는 농작물을 세면
전 세계에서 신도가 제일 많단다.
우리 몸에 들어가 피와 살이 되어 사람을 이롭게 하고
또, 이웃들과 나누는 기쁨까지 주니
생명 깃든 농작물 하나하나가 신도고 자식 같다는 고봉 스님.
농사일이 바쁜 스님의 일손을 덜어주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팥 수확을 도우러 찾아왔다.
함께 땀을 흘리고 나면 어느새 새참 시간이 다가오고,
스님은 고생한 주민들을 위해 맛있는 짜장면 한 끼를 대접한다.
직접 수확한 쌀과 작물로 든든한 고봉밥 한 상을 먹는 때가
자신에겐 수행 에너지를 채우는 시간이라는 스님.
듬뿍 담긴 고봉밥만큼이나 넉넉하게 이웃들과 나누며
더없이 풍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농사짓는 고봉 스님의 가을을 만나러 가보자.
2부. 맛있는 가을 수다
청명한 가을 하늘, 사찰 기행자 무여 스님이
이번엔 절친한 지견 스님과 함께 가을 나들이를 떠났다.
두 스님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도반이자 사찰음식 전문가, 주호 스님이 수행 중인 김천 송학사로,
5년 만에 세 스님이 다시 뭉쳤다는데!
함께 사찰에서 귀한 손님이 왔을 때 대접했다는 부각을
풀칠해 가을볕에 말려 만들고,
여러 견과류가 들어간 연잎밥을 싸서
영양 가득 토란탕과 함께
따뜻한 한 상을 차려 가을의 정취를 맛본다.
주호 스님이 두 스님을 위해
정성스럽게 만든 송화다식, 호두정과 등 다과를 챙겨 향하는 곳은
가을로 물들기 시작한 경내가 아름다운 직지사다.
누각에 앉아 차 한 잔과 함께 웃음꽃을 피우는 세 스님.
세 비구니 스님의 유쾌하고 맛있는 수다와 함께
무르익어 가는 가을날의 사찰로 떠나보자!
3부. 약사암 가는 길
경북 구미 금오산 해발 976m,
천 길 낭떠러지에 자리 잡은 ‘천년고찰’ 약사암.
산세가 높고 험해 올라오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지만,
이곳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근심 걱정을 덜 수 있다는데.
도선 대사가 도를 깨우친 도선굴을 시작으로
금오산을 울리는 대혜폭포가 쏟아내는 시원한 물소리를 듣고,
세상 떠난 손자를 위해 할아버지가 쌓았다는 오형돌탑과
거대한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상에 참배를 드리고 지나면
기암괴석 험지의 정상 바로 아래 약사암이 고개를 내민다.
살아생전 언제 이런 천상에 살아보겠냐며
8년째 약사암을 지키고 있는 대혜 스님은
매일 아침 도량석을 돌고
지친 등산객을 위한 사탕과 커피도 잊지 않는다.
허나, 산꼭대기 산사에서 신선처럼 살기란 쉽지가 않단다.
떨어진 돌에 망가진 지붕 수리에 나서는 대혜 스님.
험지에 살다 보니 고칠 곳이 있으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으니
이제는 못 고치는 게 없는 맥가이버 스님 됐다고.
가을 달래를 손수 캐서 장을 만들어 값진 공양을 차리고
해가 질 때쯤 하루를 마무리하고자 강아지 방울이와 함께
일주문을 지나 정상 현월봉에 오르는 대혜 스님.
앞으로 보이는 탁 트인 구미 시내의 모습이 장관인데.
기암절벽의 암자에서 자연을 벗 삼아 홀로 수행 중인
대혜 스님과 함께 약사암을 올라 보자!
4부. 도겸 스님의 이심전심
천안 도심의 작은 사찰, 정안사.
들어올 당시 폐허였던 이곳은 세 명의 신자가 전부였다는데
이들의 도움과 도겸 스님의 노력으로
지금은 편안하고 아름다운 절로 바뀌었단다.
구절초가 피는 가을을 맞이하여 반가운 이웃집 스님,
현근 스님이 가을걷이를 돕기 위해 찾아왔다.
두 스님은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의 잘 익은 열매를 따고
작지만 알찬 고구마와 선물로 가져갈 모과를 따는데
도겸 스님은 부처님께 올리고 많은 분과 나눠 먹을 수 있어 그저 기쁘단다.
고생한 현근 스님을 위해 도겸 스님이 맛있는 공양 준비에 나섰다.
직접 텃밭에서 캔 고구마로 만든 담백한 야채 피자와
조물조물 손으로 빚은 수제비를 끓인다.
상대방이 맛있게 먹어주면 그것대로 힘듦이 싹 날아간다고.
직접 딴 단감을 들고 길을 나서는 도겸 스님,
아산 관음사에 도겸 스님과 인연이 닿은
고마운 노스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란다.
도겸 스님의 은사 스님으로 어렵고 바쁠 때마다 도움을 줬다는 지행 스님.
오래간만에 뵌 지행 스님과 차담을 나누는데
반가운 이가 찾아오고 고마운 이를 찾아가는
도겸 스님의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이심전심을 들어보자.
5부. 두 스님과 천년나무
금산 진악산 자락에 위치한 보석사 입구에는
천년의 세월을 품은 은행나무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라에 큰 일이 있을 때 울음소리를 낸다는
은행나무를 기리기 위해 매년 대신제가 열리고
사람들은 나무에 소원지 달아 간절히 소원을 빈다는데.
매일 아침 주지 장곡 스님은 이 은행나무를 지나 포행길에 나선다.
그 길 끝에는 ‘영험한 샘’이라는 뜻의 영천암에 승일 스님이 기거 중이다.
영천암은 바위에서 솟는 석간수가 예부터 약수로 소문난 곳으로
매일 들러 승일 스님을 만나 물 한 잔 마시고
내려가는 게 일과라는 장곡 스님.
승일 스님은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부엌에서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영천암의 샘에서 나온
깨끗한 물로 정겨운 차 한 잔을 권한다.
소원 하나쯤은 거뜬히 들어줄 것 같은 천년 은행나무와
영험한 샘물이 솟는 보석 같은 천년 고찰
그곳을 지키는 두 스님의 가을을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