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회
김유미
여기 새를 가져왔어요
당신에게 날아가는
투명한 새
당신의 몸속에 기거하며
말을 들어주고
노래를 불러 통증을 희석해 주는 새
새도 비바람의 흔적을 지우려 당신에게 날아들겠지만
서로 기대어보는 마음은 좋지 않을까요
새와 당신이
하루하루를 조율하다 보면
새에 대해 관심이 생기고
새의 기분에 발을 맞춰주기도 하며
밥을 먹고
몸을 가누고
밖으로 고개를 내밀 수 있지 않을까요
혹 새가 다치면
괜찮아질 거야
쉬거라 쉬거라
이제 당신이 새를 어루만져 주고
그러다가 혹 새에 걸려 넘어지면
새가 되어 날아갈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서로에게 위험한 일
위험하지 않기 위하여
길어지는 그림자를 잠재우고
당신과 새 사이 더 깊은 곳에 집을 옮겨
오래 안녕을 빌며 동거할 수 있는
새를 두고 갈게요
—계간 《시와 반시》 2024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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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 / 1966년 전남 신안 출생. 2014년 《시와 반시》 등단. 시집 『창문을 닦으면 다시 생겨나는 구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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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11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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