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으로 각색하다
최 병 창
쏟아지는 생명에도 빛을 말할 수가 있는가
빛은 아무렇게나 굴절되지 않는 것이라네
빛은 빛에 의해서만 굴절될 뿐이고
빛이 아닌 그 어느 것에도 굴절되지 않는
무조건적인 반사란 존재치 않는 것이라네
내게 보인 하늘은 항상 굴절된 나선형이었고
달빛에 밀려 나간 구름 조각도 빙빙 돌아나가고 있었네
그렇기에 매일 매일의 존재는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살아낸 것이고 그때마다
땅에서 오르는 온기 역시
역광으로 다른 길을 내고 있었네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보는 길이나 가는 길에서
내가 원하지 않을 때
다는 사람들은 원하고 바랄 수도 있는 것이라네
그것은 누구에게나 빛나고 유일한 생애가
전부가 되리라는 기대로 다가서기 때문이네
하지만 살다보면
어설픈 빛을 기대하기보단
삶의 한계만큼 바라보아야만 할 것이네
오늘의 달빛이
내일의 달빛의 되어주길 바라는 사람은 많고 많지만
찰나마다 꼭 같은 빛은 없는 것이라네
빛은 빛으로만이 존재하는 것이고
빛이 없는 어둠에선 빛나는 것이 없어
다만 지금은 굴절되지 않는 빛을 보고 있다네.
<2000.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