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뜬금없는 제목이다. 하지만 이런 제목을 붙일 수밖에 없었다. 나의 작은 머리로는 더 이상 나올 단어가 없었다. 물론 이런 전제에 해당되지 않는 왕 즉 조선의 임금이 당연히 있다. 하지만 그들이 누구겠는가. 그리고 그리고 그런 이름을 올릴 그런 왕들이 존재했던가. 슬프지만 조선의 왕들이 가장 많이 묻혀 있다는 바로 그 동구릉을 다녀온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나라고 왜 이 한국을 만들어준 그 권력자들을 과소평가만 하겠는가. 하지만 멀리가지 말고 조선시대만 따져서 명군 내지는 정말 그가 묻힌 무덤에 가보고 싶은 욕망이 이는 왕들이 과연 조선에 존재했는가. 슬프지만 그렇지 않다. 나는 오늘 (2023. 10.31) 조선시대 최고로 많은 왕과 그들의 부인들이 묻혀있다는 동구릉을 다녀왔다. 2023년 10월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다. 나의 역사탐사 동료들과 함께 했다. 동구릉은 서울에서 꽤 먼거리다. 그래서 인지 동구릉은 적막속에 존재했다. 유치원생들의 해맑은 깔깔그림과 일부 가족끼리의 나들이를 제외하고는 조선최대의 왕들의 무덤이라는 동구릉은 상대적으로 쓸쓸했다. 원인이 무엇일까. 아마도 조선시대이후 이 한반도에 존재했던 정치적 권력 즉 왕들의 처신이 그다지 멋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조선의 시절은 왕권을 확립하는 시절과 신하들이 왕권을 견제하는 시절로 나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부 왕들은 왕권확립을 위해 피비릿내나는 살륙을 자행했다. 전대미문의 대학살을 저지른 킬 방원부터 조카를 처단하고 그를 받들던 세력을 도륙한 킬 수양대군까지 그리고 그 이후 당파싸움으로 상대방을 무자비하게 처단한 수많은 왕들이 존재한다. 당파싸움이 지긋지긋했던지 이제는 종교적으로 대 킬링필드를 가한 조선 후기의 상황도 한국 역사를 우울하게 한다. 왜 이리 살륙과 처단이 많았을까. 바로 조선의 왕들의 탐욕과 능력부재가 만든 드라마였지 않았을까. 오늘 동구릉을 다녀오면서 안내자가 설명한 이야기 가운데 가장 설득력있게 들리는 것은 한국 드라마속에 나온 그 탐욕과 처절한 살륙의 현장이 더욱 가슴에 와닿는 것이 바로 그런 상황을 제대로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조선시대 태조 이성계을 비롯한 9개 왕과 왕비가 묻혀 있다는 동구릉은 한양 사대문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다. 지금도 서울 사대문에서 경기도 구리시 동구릉까지 가려면 지하철을 타고 경기도 어느지역에 내려 경기도 버스를 타고 상당히 가서 내려 들어가야 한다. 시간적으로도 한시간 반이상은 걸리는 거리이다. 그렇다면 예전 조선시대에는 어떠했겠는가. 임금이 타계하면 한양의 시간은 중단된다. 그리고 발인해서 경기도 동구릉까지 가는 그 거리가 만만했겠는가. 지금도 서울 사대문안에서 승용차로도 한시간 이상이 걸리는데 걸어서 그곳까지 운구를 하면 정말 상상을 초월할 그런 상황이다. 왕이나 왕비가 떠났는데 그들의 운구가 지나는 자리에는 백성들은 한없이 엎드려 극락왕생을 빌었을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런 왕과 왕비가 정말 백성들을 위해 온힘을 다 했는가. 몇몇 빼놓고 그런 인물 사실상 없다. 그들만의 리그를 치르기 위해 온갖 기력 다 쇄진하고 백성들을 위해 정말 뭔가 할 일을 행한 왕이 조선에 몇명이라고 생각하시는가. 그런데 그들이 타계했다고 백성들은 농사일도 제쳐놓고 아침부터 그 행렬이 지나가는 터에 엎드렸을 것이다. 얼굴을 드는 백성에게 혹독한 철퇴가 가해지기 때문이다.
왕과 왕비의 무덤 공사가 그리 쉬울까. 아마도 당시 조선의 모든 행정이 올스톱되었을 것이다. 경기도 일원에 존재하는 왕과 왕비의 무덤 공사에 그 주변 백성들이 모두 동원되었을 것이다. 왕들과 고관대작들의 그 상스러운 권력투쟁에 백성들은 말할 수 없이 피폐해져 있는데 그들이 죽었다고 백성들이 농사일도 제쳐놓고 왕과 왕비 무덤 공사에 차출됐을 것이다. 그들에게 나라에게 주는 보상이 있었겠는가. 미안하지만 전혀 없었다. 그들은 하늘같은 왕과 왕비가 죽었는데 생업은 당연히 중단된다고 생각하는 나라의 권력자들인 것이다. 왕이 제대로 외교를 못해 타국의 침략을 받으면 전쟁이 벌어지고 백성들은 그냥 차출된다. 처자식을 두고 전쟁터에 가는 그 백성들의 심정을 당시 왕들과 고관대작들이 알기나 할 것인가. 그리고 전쟁터에서 죽어 돌아오지 못하면 그 처자식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런 상황인데 왕과 왕비의 무덤 만드는 일에 무자비하게 끌려가는 그 백성들의 울음소리과 한탄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일년마다 돌아오는 기일에 백성들은 또 한차례 엄청난 피곤함을 겪는다. 현역 왕이 선대왕의 기일에 제사지내려 오는 그 행사에 백성들은 또 다시 동원되고 만다. 그들이 피땀흘려 키운 곡식과 동물들을 내놓아야 한다. 아마도 왕들 무덤 근처 백성들은 그 돌아오는 기일이 공포스러웠을 것이다. 왕의 행렬의 하루만에 끝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가마와 말로 이동하는 그들의 움직임은 아마도 일주일 이상 왕과 왕비의 기일에 이뤄어졌을 것이다. 그러면 그 왕릉 주변의 백성들은 망연자실한다. 그런다고 조선시대 관료들이 그런 백성들에 피해보상을 해주었겠는가. 군대차출이나 세금을 줄여주었을 것인가. 아마도 당시 조선의 백성들은 그 알량한 풍수지리설에 입각해 왕들의 무덤을 지정해 주는 그런 무리들이 너무도 증오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니 무슨 왕과 왕비의 무덤 주변 백성들이 그 장소를 신성시했겠는가. 정말 죽지못해 사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 아닌가. 왕과 왕비의 무덤을 찾아보면서 왜 이런 왕족들의 무덤이 지금 한국민들에게 외면을 받는지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나라를 위해 혁혁한 공을 세운 그런 왕들의 무덤을 찾는 것은 즐거움이다. 세종대왕이나 정조의 왕릉이 그렇다. 하지만 조선시대 대부분의 왕들 그리고 그 왕비들의 속사정은 권력을 잡기위해 피비릿내나는 살육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자신의 왕위을 차지하기 위해 이복동생들을 모조리 도륙한 태종 이방원에서부터 자신의 조카인 단종과 그 세력을 아작낸 세조 수양대군 그리고 당파세력에게 휘둘리며 나라를 왜국에 농락당하게 한 선조 그리고 청 나라에 무참히 밟혀 삼전도 굴욕을 당한 인조, 그 이후 온갖 당파싸움의 놀이개로 전락한 조선의 왕들... 결국 조선을 일본에 갖다 바치고 처절한 식민지로 전락하게 만든 그 조선 시대의 상황을 어찌 설명할 수 있으리요.
그런 아픔과 슬픔이 조선시대에만 그치겠는가. 그 이상 언급을 하지 않겠다. 스스로 판단하시라.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백성들을 피곤하게 하는 권력치고 역사에서 좋게 평가받는 집단은 한번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배운 것없이 왕이 지나가면 엎어져 일어날 줄 몰랐던 그런 조선 시절이 아닌데도 아직 그런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 너무 슬프고 아쉬울 뿐이다. 참으로 백성을 아끼고 섬기고 편안하게 해주는 왕 즉 정치적 리더는 이렇게 귀한 것일까.오늘 동구릉을 다녀와서 느낀 솔직한 심정이다.
2023년 10월 3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