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날씨가 많이 풀려 뒤뜰에서 서성인다
날씨가 풀렸다고는 하지만 가문비 나무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여전히 차고
메말라 버린 화초들의 줄기가 눈 쌓인 틈에서 볼품없어
인터넷에서 읽었던 동백꽃의 신문 기사를 떠올린다
빨간 동백꽃이 저 눈 속에서 핀다면 쓸쓸한 뒤뜰의 풍경이 한결 나아 보일텐데 ~
(12월의 제주엔 동백꽃이 만발하다
황량한 겨울을 붉게 수놓은 동백 군락은 감탄을 자아낸다
동백꽃이 예술작품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이유다
추울수록 색이 짙어지는 붉은 꽃은 흰 눈 속에서 유독 애처로움을 발한다
사연마다 쓸쓸한 이유다)
며칠 전 한겨레 인터넷 신문에 실린 어느 미술사학자가 쓴 칼럼의 일부를 인용한 것으로
미술을 전공한 분답게 붉은 꽃이 눈 속에서 애처로워 사연마다 쓸쓸하다는 구절이 특이했다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같은 날 동일 지면에 실린 사진 -
아름다운 동백꽃과 동박새의 사진이 감탄을 자아낼 만큼 돋보여서 한동안 살폈다, 위의 그림이다
칼럼에 쓰인 것처럼 동백은 겨울에 피는 꽃이다
사철 두툼한 잎사귀만 내보이다 겨울 추위가 매서워지면 광택 나는 진녹색의 잎 사이로 빨간 송이의 꽃망울을 맺는다
겨울 꽃이지만 온화한 고향의 남쪽 해안가에서 주로 볼 수 있었고 우리식의 동백이란 이름 때문인지
동백꽃은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추위에 강한 품종으로 개량되어 미국의 중부지방과 심지어 캐나다의 오대호 근처에서도 기를 수 있다고 하는데
아직 이곳 겨울 길거리에서 동백꽃이 핀 것을 본 적은 없다
유년의 고향집 마당에는 동백꽃이 가득하여
어린 나는 동백꽃 사이의 노란 동박새를 쫓아다니고는 했었다
아버지께서는
'애야 그만두어라 새들을 못살게 굴어서는 안 된다'
새를 쫓아내면 할머니 머릿기름을 짤 동백꽃의 열매가 맺지 않는다고 하셨다
동백꽃의 수정은 벌꿀보다는 동박새의 몫이라는 것을 성인이 된 후에 알게 되었다
찬바람 부는 뒤뜰에서
동백꽃이 지천으로 피어났던 유년의 고향을 떠올리며 서성이는 모습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는지 연휴에 하릴없이 무료하게 지낸다며
딸아이가 경치 좋은 곳에서 며칠 바람이나 쐬고 오자고 했다
주섬주섬 새로 장만한 방한용 물품으로 전신을 감싸는 듯 챙겨 입었더니
모녀는 어린아이처럼 좋아한다며 흉을 보았지만
연말이라며 꼭 챙겨야 한다는 낭비성 나들이가 내심 내키지는 않는다
어쩐지 차멀미도 하고 몸상태가 좋지 않아 모녀에게 눈치 보일 것 같아 조심했지만
치약을 챙겨 오지 않았다고 해서 아내에게 결국 볼맨 소리를 했었고
구차하게 데스크에 연락을 해서 치약 좀 갖다 달라고 했다
언제부터인지 호텔마다 세면물품에서 유독 치약은 빠져있다
아내는 해돋이를 기대했는지 일찍 일어나자고 했지만
뿌였게 흐린 탓에 이곳에서 유명하다는 일출을 맞이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아쉽지만 모처럼 식구들과 함께한 새해 첫날의 아침 풍경이 그런대로 괜찮다
'올해는 제발 담배도 끊고 포도주도 작작 마셔요'
'아빠 운동 열심히 하세요' 아내랑 딸이 그랬다
공연히 신문에서 보았던 동백꽃 사진을 보고 떠올린 유년의 기억처럼
매해 연말이면
아내와 딸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은 저 먼 곳의 일이 되어버린 떠나왔던 곳과 이전 생각에 우울해하고
또한 새해 첫날에 이런 모습으로 쳐지는 일이 우습기도 해서
'그래 올해는 담배 꿇고 포도주 쪼금만 마시고 운동도 넉넉히 하고
5060 카페는 조금만 들락거리겠다' 크게 대답했다
매해 갈수록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내년 이맘때면 또 이런 생각을 하게 될 텐데 어리석게 다짐을 참 많이도 한다
올해는 볼맨 소리 덜하며
불뚝거리는 심사 다 잡아서
다가올 연말에 한해를 그런대로 잘 보냈다는 소회를 가질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이곳은 지금 2023년 1월 1일입니다
어김없이 또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수필방 여러님들
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고 보람되고 풍성한 한 해 맞으시기를 바랍니다
(일출 기대에 아침 일찍 일어났지만 해 맞이를 못했고
(올 한해는 흐리기 보다는 보다 맑은 시간이 되기를 ~ )
첫댓글 담배 끊고 포도주 조금만 마시고 운동 열심히 하는거 까지는 좋으나
5060 카페 들락 거리는거는 보약입니당
자주 들락 거려야지 건강하게 오래 살겁니당
충성 우하하하하하
ㅎ 이제는 저도 일흔이라 남의 글 읽는것으로 만족해야할것 같습니다 ~
우리나라 남도 섬에는
유난히도 동백꽃이 많지요.
눈풍경 속에서도 동백꽃이
겨울을 품고 있는듯이
동백꽃이 피어도 예쁘고
눈위에 있는 모습도 예쁘고...
그 쪽은 오늘이 새해이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단풍들것네님 ~
가내 두루 편안하시고요.
네, 한 나절이 늦습니다
풍성하고 넉넉한 한해 되시길 바랍니다 ~
저의 집에 있는 서향 동백 나무에 달려있는 꽃몽우리들이 얼마 안있으면 곧 꽃을 피울 듯 보입니다. ^^~
무척 오랜만입니다'
따님때문에 고생하신다는 댓글 보았습니다 평안하시실요~
남해안은 지금. 동백이 한창이죠? 유년의 추억으로 따뜻한 겨울 보내세요
그렇지요 지금 한창 철이겠네요
동백은 이름마져도 정겹지요
새해 95세 되신
친정 어머니 계신 집에 왔습니다.
기억도 총총하시고
두 분 요양 보호사 보호 받고
편히 계신 어머니가 보고 싶다 하셔서
순천에 와서 마음이 편안합니다.
같은 나라에서 살면서도
고향집이 포근한데
타국에서 고향이 얼마나 그립겠는가
이해가 됩니다.
가족과 편안한 새해 되십시요.
정정하시다니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네 평안한 새해 되시길요
올해의 다짐이 꼭 지켜지시길요.특히 ㄷ
담배는 하루라도 빨리 금연하심이~~
4갑 남았어니 모두 피운후에~
여긴 담뱃값이 무척 비싸지요 ㅎ
@단풍들것네 저의 아버지는 제가 태어난 후로 어쩌다 감기 정도 말고는 평생 아픈적이 없었습니다.78세에 페암진단 받으셨지요.
술은 안하시고 담배만 40세후 부터 피우셨는데(마작을 좋아하시는데,함께하시는 분들 거의 다 피시니 피우기 시작하심)
하루 한갑은 기본으로.
병원에 가 폐사진을 보니 의사가 폐가 담배로 이미 망가져서 수술도 안된다고,ㅠ
결국 폐암 판정받고 일년후 돌아가셨죠. 담배 안피심 백세도 사실만큼 다른곳은 건강하셨어요.
@리진 아고오~~ 잘 알겠습니다 ~ 저도 사실 걱정이지요 ㅠㅠ
새해에도 단풍님의 깊은 사유의 글 많이많이
보고 싶은 희망사항을 가져봅니다.
ㅋ 위에 올린 장문의 글 보고는 기가 죽어서 몬하겄슴니다 ㅎ
담배는 꼭 끊으시기를
이 카페는 보약이니 매일 들리시고
새해 모든 일 잘 풀려나가는 한 해 되기를
건강 잘 챙기세요.
여기 담배값 무척 비싸니 이제 그만 둘때도 되었습니다
근데 아직 4갑 남았어요 ~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