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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작은 태형제가 20살이 되던 어느 봄날의 실종사건으로부터 시작됐
다. 약초를 내다팔러간 일행이 왠일인지 제때에 돌아오지 않았고 엿새가
지나서야 돌아온일이 있었다...돌아온 일행들은 아무말도 하지않고 묵묵
히 있었지만 장님이 아닌이상 눈앞에 벌어진일을 대번에 알수있었다.
보름전 약초를 매고 일행의 선봉장이 되어떠난 왕태가 돌아오지 않은 것
이었다.....
때때로 약초를 내다팔러가는이들이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험악한 산적이나 그에 버금가는 맹수를 만났을때와 도리가 없는 극한의
자연재해를 만났을때,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람이 나,돈을 가지고 중원으
로 토꼈을때....이렇게 세가지 경우로 압축할 수 있었다...
그런데 돌아온 이들의 행색을 보아하니 갈때 그대로 사지 멀쩡하고 의복
도 상한것이 없는것이 도저히 산적이나 맹수, 재해의 피해를 입은것 같
이 보이진 않았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하나 !!!
대범하고....한번 결심한 일은 끝장을 보는 성격의 왕태라면 이런 산골에
서 썩기를 원치 않았을터..모두의 눈에는 그려러니....체념의 눈빛이 떠
올랐다...
'아~~~ 또 한명의 인재가 떠났구나....'
하지만 이 상황을 믿지않는 이가 있었으니. 그것은 왕태의 쌍둥이동생
량태였다.
'형이 속내를 잘 말하지 않고 뭔가 하고픈일이 있다고 말해왔던 것은
사실이지만..그렇다고 할아버지와 나에게 아무런 말 한마디없이 매정하
게 떠날사람이 아냐.필시 무슨일이 있었을 거야.'
량태는 우선 그 당시의 정황에 대해 소상히 듣기로 했다.
"양소형..형이 어떻게 사라진건데?"
량태의 청명하다못해 유리라도 꽤뚫을것만 같은 진실갈구의 눈빛이 돌아
온 일행3명에게 꽂혔다.
"음..... 그러니까 말이지.....켕켕..."
일행중 가장 나이가 많은 얌생이 양소가 나지막히 그동안의 사연을 꺼내
놓기 시작했다.
-------8일전 상황-------------------------------------------
일행이 묶고있는 객잔에서는 대낮에 난데없는 즐거운 비명이터져나왔다.
"케케케케.... 이것좀 보라고. 내 생전에 금화는 처음 보네그려.."
얌생이 양소의 웃음소리가 그리도 반가이 들리는 것은 생전 처음이었다.
양소의 손에쥔 주머니의 끈을 풀자 그 안에 든 금화들이 번쩍거렸다.
맘이 급한 떡대 길보가 급히 주머니를 채가다 놓쳐 그 안의 금화들이 바
닥으로 나뒹굴며 특유의 청아한 금속성의 소리를 내질렀다.
"아~~아~~"
일행들역시 금화가 마치 제 애인이라도 되는양 그 소리에 장단을 맞추어
허리가 꺾이는 소릴질러냈다. 누군가 이 모습을 본다면 그들이 보물상자
라도 발견한지 알테지만 바닥에 떨어진 금화는 달랑3냥 뿐이었다.
장정 3명이 금화 한냥씩 손에 쥐고 얼싸덩덩 춤을 추는 모습이 우습다
못해애처롭기까지했다.
"우리...이....돈..으로 ...뭐...하지..?"
말더듬이 구랑이 오늘따라 더 심하게 입술을 찌그러트리며 말을 꺼냈다.
예전처럼 몇푼정도라면 그저 산골에선 먹기힘든 생선이나 사서 요기하거
나 구봉골에서 기다릴 각자의 이쁜이를 위한 선물을 살텐데....이번은
좀 달랐다...금화로 것도 3냥이나 들어오지 않았냐말이다...
바보 삼형제(형제는 아니지만... 그리 부르도록 하겠다.)들은 그 금화의
쓰임에 대해 의논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이곳을 떠나는것은 내일아침이니 오늘 밤안에 끝낼수있는 평생
토록 각인될만한 계획이 필요했던것이다.
낮부터 이루어진 모의는 동생을 위해 의학서적을 구해온 왕태가 다시객잔
으로 돌아온 저녁무렵에야 끝이났다. 한손에 가득 의학서적을 들고온 왕
태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피어났고 그에반해 모의의 결과가 그닥 공명정
대한 일이 아니었는지 바보삼형제의 얼굴에는 뜻모를 비굴얍삽한 웃음이
피어났다.
저녁이나 먹자하며 왕태를 이끌고 객잔을 나선 3명은 그를'매취각'으로
이끌었다. '매취각'이 무엇이냐....'진로각'과 양대산맥을 이루며 그
지역 최고의 미를 자랑하는 기녀들이 있다는 기루가 아니냐!!
세명의 바보들은 금화3냥으로 총각딱지를 떼기로 한것이다. 산골짝이
구봉골의 이쁜이들은 순진한 맛은 있는데 그 순진함이 도를 지나쳐 손길
만 스쳐도 애가 생기는줄알아..일체의 신체접촉이 힘들기도 했지만 마을
처녀의 3분의2이상이 태형제의 '절대수절'파였기 때문에 다른 얼뜨기들
은 그 근조차도 힘들었다.
당연히 얌생이 양소와 떡대 길보, 말더듬이 구랑이는 공을 들이고있는
이쁜이는 있지만 그 이쁜이들이 상대를 해주지않았다.
"여기서 밥을 먹자고???? 비쌀거 같은데......."
우리의 왕태는 이들의 속셈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진 난만한 웃음을 띠며
일행에게 물었다.
'크헉..... 이 따식.... 오늘따라 왜이렇게 이쁜거샤??????'
바보삼형제는 왕태와 함께 가면 비교가 되기때문에 별로 내키지는않았지
만 손님을 가려받는다는 '매취각'에 들어가기 위해 어쩔수 없이 동행하
는것이라...필요이상 살인미소를 날리고있는 왕태가 부담스럽다 못해 얄
미워보이기까지 했다.
"아니.... 괜...괜찮아....아...까....대금....받...받은...거"
"대금 받은거에서 돈이 좀 많이 남았어..괜찮아 들어가자구.."
길보는 구랑의 덜덜떠는 입을 막고 말을했다.
"그래??? 그럼.... 가자..."
왕태는 머릿속에 온통 량태에게 줄 새 의학서적생각으로만 가득차서 더욱
더 정도가 깊은 살인미소를 날리며 3명과 함께'매취각'안으로 들어갔다.
"어머머머머!!!!! 어서오세요~~~~!!"
왕태가 '매취각'의 문을 들어서니 그 안의 모든 기녀들의 이목이 그에게
로 집중되어 부지불식간에 수많은 여자들에 둘러싸여 버리고 말았다.
당연 일행은 왕태만 제외하고는 속으로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으흐흐흐..... 이런 화끈한 여인네들을 바래왔던 거야....'
바보 삼형제는 기녀들이 내미는 손끝의 감촉을 느끼며 황홀경에 빠져들었
다.
...하지만....
기녀들의 손길은 그들을 환영하며 맞아주는 컴온의 손길이 아닌어서 꺼지
라는 겟아웃의 손길이었다.순식간에 밖으로 내쳐진 3명은 황당하고 억울
하여 말이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진정으로 황당함을 느낀이는 왕태였다.
갑자기 요란딱딱한 떡칠화장과 야시패션으로 무장한 여인네들이 자신을
포위한 것도 그렇지만 들어올때는 분명 함께였던 일행이 보이질않으니..
순진하기 그지 없는 청순소년(나이는 20살이지만...)의 얼굴은 금새
빨갛게 물들었다.
"어머...이 피부좀봐..... 파리가 낙상하겠어....호호"
"이런 이런 이런... 얼굴 빨개진것좀봐.... 너무... 이쁘다..."
"얘야.... 너 몇살이니? 기껏해야 15살? 아님 16살? 암튼 요즘얘들은
이르기도하여라...."
뭐라뭐라 기녀들은 왕태를 보며 갖은 찬사를 퍼부어댔고 급기야 자신의
손님으로 만들기위해 왕태의 손을 잡아끌었다.
밖에서이리 한바탕소란이 나니 안에서도 무슨일이 일어났나? 하여기녀들
이 창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멀리서 얼핏보니 새로운 기녀가 당도한
듯 보였다. 작은 얼굴에 하얀피부, 그 흰얼굴에 선명히 도장찍혀있는 입
술...... 아무리 봐도 여자이지...절대 남자로 보이진 않았다...
왕언니인 '려여'는 이 모습을 보며 기가찼다... 가끔씩 자신을 팔러오는
어린계집애들이 있긴 하지만 이처럼 한참 영업중일 때는 그 출입을 입구
에서 철저히 막아야될터..또한 대낮에 새로이 계집이 왔다치더라도 이리
방정맞게 기녀들이 우르르 몰려가 소란을 피우다니....절대 있어서는 않
될 일이었다.
"얘들아..... 왕언니...왕언니...오신다...."
누군가의 '왕언니'란 말에 모두 혼비백산하여 뒤를 돌아보니 정말로
'왕언니'가 그 혼잡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기녀들은 모두 얼굴이 새하얘져 고개를 떨구며 무릎을 꿇었다. 기녀들
사이에서도 위아래가 있는 법.... 게다가 그녀들이 '왕언니'라 부르는
이는 '매취각'의 꽃이라 불려지는 천년진미 '려여'였다.
그녀에게 잘못보이면 '매취각'을 떠나야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녀는
그 일대의 최고세력가 '당천'의 애인이기도 하여 그녀의 한마디 말로 없
던 죄가 생기는 판이었다. 지금도 그녀는 뇌물을 한수레 지고 '당천'에
게 잘 보이려고 찾아온 이와 면담중이였다.
"뭣들하는 짓이지 지금 영업중이란 것을 잊은 것이더냐?
려여의 차갑고도 가는 목소리가 일순 조용해진 '매취각'내에 퍼졌다.
기녀들은 입도 뻥긋하지못하고 그져 처분만을 기다릴뿐..
여기서 한마디라도 했다간는 당장에라도 경을 칠 노릇이었다.
려여는 무릎꿇은 기녀들사이를 천천히 지나 얼이 빠져 서있는 왕태앞으
로 다가갔다.
빰을 한데 후린 후 내쫓을 생각으로 공작깃으로 만든 상품의 부채를 쥔손
에 힘을 가하는데....바로 앞에서 가까이 보니 남자였다..
그것도 미소년.
이미 올리기 시작했던 부채는 활짝펴져 빨갛게 부푼 자신의 빰을 가렸고
힘이 들어간 손에는 어느샌가 땀방울이 맺혔다.
지금껏 수많은 남정네들을 상대로 그네들의 애간장을 녹여온 그녀였지만
이토록 알흠다운 남자는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손님이 오셨는데 왜 모시지않고 그 난리를 떤거지?"
려여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갑고 가늘었지만 미세하게 떨리고 있음을 눈치
챈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의 물음에 기녀들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죽여주시옵소서만을 반복하고있었다. 하지만 이미 려여는 그녀들의 처분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오늘 처음 오신건가요?"
려여의 물음에 왕태는 평소와 같이 대답했다. 바로 앞에 천년의 미라 일
컬어지는 여인이 색기를 품고있는데도 말이다.
"아...음.. 예...맞아요.."
자분자분하며 강아지처럼 귀여운 목소리가 그 작은 입술사이에서 조용히
새어나왔다. 려여는 그 목소리에 취하여 당장이라도 쓰러질듯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녀뿐이겠는가? 바닥에 무릎꿇고 죄를 빌고있는 기녀들
역시 눈앞에 깜깜해졌다.
"저... 식사를 하러왔는데... 여기선 안되나요?"
또 한번 감동의 물결이 매취각을 휩쓸고 지나갔다. 이제는 기루안에서
연회중인 기녀들역시 이름모를 미소년의 목소리를 듣고자 귀를 쫑긋거렸
다. 정작 왕태는 자신의목소리가 작아 말을 못알아들었나 싶어 더 큰소리
로 말을했다.
"저...배고픈데요...여기 음식점아닌가요?"
왕태의 힘을 준 음성이 '매취각'의 정변에서 부터 안채까지 깊숙히 퍼졌
고 매취각의 풍악소리가 개업이래 처음으로 중단사태에 이르렀다.
악사들까지도 그 음악적 영감이 물씬풍기는 목소리에 감탄하여 연주하던
악기들을 손에서 놓아버린 것이였다.
그 고요함을 깨버린것은 려여였다. 역시 능숙한 기녀답게 다시 본분의
자세로 돌아와
"자...뭣들하느냐. 어서 창을 닫아라. 손님들께서 찬공기에 몸상 하신다.
매희는 저 윗층누각에 자리를 보거라.손님이 올라가신다."
려여의 말에 잠시 환상에 빠진 기루안의 모든이들이 일시에 깨어났다.
"예. 언니"
곳곳에서 아쉬운 마음으로 창을 닫았고 매희라 불리는 작은 몸종은 종종
걸음으로 누각을 향했다.려여는 고개돌려 무릎꿇은 기녀들에게도 말을
이었다.
"너희들은 내일 보겠다."
기녀들은 당장 쫓겨나지 않은것에 감사하며 임자가 있는 려여에게 소년
을 주긴 아깝운 마음이 들었지만 소년이 려여의 맘을 풀어주었으면하고
바랬다.
"으악"
왕태는 갑자기 자신의 손을 채가는 다른 손을 느끼며 당혹감에 소릴질렀
다. 려여의 희고 가느다란 손이었다.
"자...이제 우리는 누각으로 갈까요?"
"자...잠깐만요...:"
왕태는 잡아끄는 손을 뿌리치고 밖에서 실랑이를 벌이고있는 일행에게로
갔다.
일행은 문지기와 싸우고 있었으며 그 결과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비
참한 처지로 그들을 몰아가고있었다.
"이런...이런..어디서 너희같은 촌것들이 이곳에 들어가려고 하는것이
냐!!!! 너희들이 제정신인거냐!! "
"저희는 돈이 있습니다...."
문지기의 험악한 상판에 꼴난 금화3냥이 든 주머니를 들이미는 양소의 눈
에 비굴함과 치욕감이 엿보였다. 그 뒤에는 덩치가 아깝게 그져 고개만
숙이고..자신의 못난 얼굴을 탓하는 길보와 문지기와 말싸움도 하지못할
치명적 혀놀림 장애를 앓고있는 말더듬이 구랑이의 처진 모습이 보였다.
"이놈들아.... 너희들이 금천냥...만냥을 내놔봐라...이곳에 들어갈수
있는지....너희들이 기녀들과 한판 어울지게 놀길 원한다면 열심히 돈을
모아 기루를 하나 세우던가 아님 당장 목숨을 끊어 조금은 봐줄만한 얼굴
로 태어나야할게다.이것아...!!"
문지기의 비수와도 같은 말에 바보삼형제는 더이상 치유되기 힘든깊은
상처를 입고 그져...기녀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왕태를 부러운 눈으로 바
라 볼 뿐이었다.
"양소형, 길보! 더듬아!!!! 가자...."
왕태는 아는지 모르는지 축처진 일행을 향해 미소한방을 날렸다.
일행은 이제는 안으로들아갈수 있겠다는 안도감은 들었지만 문지기에게
당한 설움이 커서인지 웃음조차나지 않았다.
"태야...여기 이 아저씨한테 말좀해줘...우리도 같은 일행이지? 그렇지?"
"에?? 그게 무슨소리야... 빨리 밥이나 먹으러 가자...
나 배고파 돌아가시겠어.."
왕태는 세명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갔고 문지기들은 막지않았다.
왕태가 려여의 손님이니 그 세명을 함께 받을지 내쫓을지는 려여의 몫이
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사라졌다가 나타난 왕태가 세명의 촌티풍기는 인간들을 데리고오
자 려여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그들이 미소년의 하인임이 분명
할 것이라 생각한 려여는 하인들은 밖에서 기다리는 것이라 말했다.
세명은 더이상 떨어질데가 없는 나락으로 추락해 이제는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고개를 떨군체...가만히 있었다..
"어.. 이 사람들은 제 친군데.. 함께 밥먹으러 온거라구요...."
왕태는 려여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작게 쌍까풀진 눈이 웃을때
완벽한 반달모양이 되며 입술은 빨갛게 물들어 완벽한 정세모꼴의 비례
미를 보여주며 그 모든것을 감싸는 반듯하고 쭉빠진 턱선이 모여 만들어
내는 미소.. 려여는 어떤미소가 이보다 더 아름다울까싶었다.
당연히 허락이었다. 더 이상 뭘 바랄까...
왕태의 미소덕에 바보삼형제는 함께 누각으로 올라가게되었다.
"와...최고다. 양소형..정말 여기서 밥먹어도 돼? 비싸지 않나?"
왕태는 지금껏 본적 없는 엄청난 인테리어에 놀랐다.
최상층의 누각이라하면 가장 비싼 방으로 아무나 들이지 않는곳이다.
그리고 지금 그들 수중의 돈은 금화3냥...어림도 없는 일이지만 바보삼형
제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지금껏 당한 설움이 왕태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지만 그에대한 질투심에 눈이 멀어 왕태를 골려줄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돈을 안내고 도망갈까? 그럼 태, 저 얄미운 녀석이 다 뒤집어 쓸텐
데...케케케..'
'구봉골에 돌아가면 다시는 상종을 말아야지...'
어쩜 생각하는것도 얼굴만큼...그리 못난것인지... 바보삼형제는 악의
에 가득찬 눈빛을 앞서가는 왕태의 뒷태를 향해 힘껏 날렸다.
이윽고 도달한 최상누각에는 온갖 산해진미와 그윽한 양이 나는 술이 가
득 한상 차려져있었다. 술이라.......
'아항~~!!!!'
바보삼형제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것이 있었으니 다름아닌 술이었다.
술을 전혀 입에 대지않는 왕태... 그는 술을 한 모금만 마셔도 당장 그
자리에 쓰러져 3일 밤낮을 일어나지 못했다.
세상이 공평하게도 왕태에게 아름다운 용모를 준대신 그 몸뚱아리를 세상
사는 기쁨인 알콜을 거부하는 체질로 만든것이다.
바보삼형제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구석에서 바보3명이 왕태이지메음모를 꾸미고있는동안 려여는 또다른 음
모를 꾸미고있었으니....바로 눈앞의 미소년을 자기것 으로 만드는 것이
었다. 물론 그녀는 당연히 가능하리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지니고있었다.
"자.... 그럼.. 공자의 이름을 말해봐요....?
어느 가문의 공자지요? 나이는?"
왕태는 눈앞에 놓인 닭발 하나를 입에물고 말했다.
"전 왕태예요... 나이는 20살이구요...그리고 저희 가문은....
......근데 누나는 왜 여기있나요? 우리끼리 밥먹다 갈께요...
누나는 누나일 보세요...."
왕태의 조물거리는 입술에 닭발의 빨간 양념이 묻어 청순소년의 얼굴이
섹시미까지 겸하게 된것을 보고 잠시 흥분해있던 려여는 갑자기 놀람을
금치못했다.
'뭐20살? 그럼 나랑 동갑이라는 소린데...이런이런..근데 누난또 뭐야?'
려여는 왕태가 20살이라는 말에 짐짓놀랐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그녀의
맘을 끌었다. 자신은 10살부터 기방에 들어와 지금은 누구도 넘보지 못
할 최고의 자리에 올라왔지만 지금껏 만난 사내들이라면 허연수염을 매달
고 전구이마를 뻔떡이는 대머리 할아범이 아니면 돈깨나 있다고 뻐기기나
하는 대가집의 싸가지공자님들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현재의 애인이자..기둥서방인 '당천'역시 길하에서 한 싸가지하는
인물로.. 부모 잘만나 호사를 부리는 족속이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서 닭발을 아작아작씹고있는 이는 달랐다. 아니...
다른것 같았다.려여는 당황하여 옆의 물잔을 집다 놓치고 말았다.
"어맛!"
물잔이 엎어지며 려여의 치마가 흠뻑젖어버리자...그녀는 처음호감을 갖
게된 이 앞에서 추태를 부린것 같아 얼굴이 당근처럼 새빨개졌다. 이를
본 왕태는 소매안에서 손수건을 꺼내 려여에게 내밀었다.손수건과 함께
소매끝에서 딸려나와 떨어진 것이 있었으니 옥으로 만든 목걸이 반조각이
었다 그 목걸이는 분명 태형제의 내력과 깊은 연관이 있는 물건임에 분명
할터...지 반쪽은 동생인 량태가 지니고 있으며 이런것들이 수많은 사건
과 인연을 만들어줌은 려여역시도 잘 알고있었다.
"고맙습니다. 공자님...."
려여는 손수건을 받는척하며 그 목걸이를 몰래숨겼다.
물론 이 걸이 띠빔사건이 훗날, 려여에게 태형제에게 불어닥칠 시련과
또다시 엮일 빌미를 제공함은 당연지사였다...
한편 구석탱이에서 생전처음보는 화려한 음식을 탐하며 음모를 짜던 3명
은 술잔을 왕태에게 내밀었다. 매취각의 대표주인 매실로 담근 술이었
다. 당연 왕태는 거절했다.
"에이...형도 알잖아...나 술 않마시는거...."
"헤헤...태야... 그때는 네가 어려서 그런거란다. 나도 20살이
되기전에는 술냄새만 맡아도 기절했지.. 하지만 20살이 되서부터는
그러지 않더라..."
얌생이 양소가 입꼬리를 부자연스럽게 올리며 술잔을 권했다.
"하지만..........."
이때 려여도 거들었다. 왕태를 자신의 남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오늘밤을
그냥보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역시 자신의 능력을 최
고로 발휘하려면 술의힘이 필요했다. 마침 애인인 '당천'도 지금 성밖으
로 사냥여행을 떠났고,절호의찬스였다.
"이건 매실로 만든 술이라... 절대 쓰지도 않고 취하지도 않는답니다..
공자님...한번 드셔보세요.."
"음.......그런가요?"
왕태는 려여의 눈을 빤히 쳐다보며 아이처럼 물었다.
(아... 이쁘기도 하여라....)
"그럼.........그럼요.... 자.....들어봐요"
려여는 능수능란하게 사내들을 꼬시는 지금의 모습에서 벗어나 처음
기적에 올랐을때, 그때 뫼시던 첫 손님에게 하던것처럼 어색하고 서툰모
습으로 돌아가있었다.
"음.....근데....매실이라니...왠지.... 별루 맘에 안들어요..."
왕태는 매실주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짜증석인 목소리를 냈다.
"왕...왕태... 빨리...마셔.... 네가 마셔...야 나...도 마....
시지.....그거..내 술잔..이란..말야..."
말더듬이 구랑이 재촉했고....왕태는 그래 한번 해보자하며 기합을 넣으
며 매실주를 입에댔다.아주...극소량.....을 말이다.
왕태의 목으로 몇방울의 매실주가 넘어가면서 태는 서서히 잔을 내려놓았
다. 그런데 술잔을 내려놓는 속도가 점점 슬로우로 바뀌면서 완전히 술
잔을 내려놓는 순간에는 힘이 빠지면서 술잔을 엎고 말았다. 물론 왕태
의 몸이 술잔과 함께 엎어진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꺄악~~~!!!"
왕태가 기절하면서 려여는 놀라 소릴질렀고...밖에있던 시녀들이 들어왔
다. 의원을 부르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면서 매취각안은 금새 소란스
러워졌다.
의리도 없는 바보삼형제는 그 틈을 타 매취각을 빠져나왔고.....
다음날 아침 질투심이 가셔 왕태를 찾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때는
이미 다른 문제가 생겨 왕태를 찾으러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네들이 꽁돈이라며 왕태사건의 발단이 되게 만든 금화3냥은 사실 그들
이 돈이 아니었던것이다.
약초대금을 받으러간 양소가 그 유명한 고려땅의 인삼대금으로 잘못가져
간 것이었던 것이었다. 당장에 그들은 관가로 끌려갔고 다행이 수중
에 금화3냥이 남아있어 마음씨착한 고려인의 용서를 받아 풀려날수 있
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풀려난뒤 가본 매취각에는 그동안 려여와 당천
의불화로 큰 사단이 나 임시 휴업상태가 되버린 후였다.
시장통을 이잡듯 뒤졌지만 왕태의 종적은 찾을수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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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은 이러하지만 바보3명이 사실대로 털어놓기에는 그들의 죄가 너무컸
다. ............양소는 자신들의 악행을 은폐하고 압축하여 단 두마디
말로 대답하였다.
"네게 줄 의학서적을 사준다고 나가더라구,....음....
그리곤..... 안돌아온것 같은데...."
이런 갈아마셔도 시원치 않을 놈들.... 바보삼형제는 시간이 조금지나면
돌아오겠지... 하며 거짓을 고했다.... 하지만 왕태가 다시 구봉골에
돌아온것은 그로부터 수많은 시간이 흐른뒤였다.
이런 양소의 거짓고언에도 불구하고 량태는 형을 믿었다..
그리곤 자신만의 결론을 내기에 이르렀다.
'형은 ....사고를 당하여 못오는 것일꺼야.... 사고를...'
량태는 그 이후 심약한 자신을 강호의 거센손길로 부터 보호해줄 무언가
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태는 형을 찾으러 중원으로 나갈것을 결심한 것
이다.
하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게 그를 보내주지 않았다.
량태에게 닥친 시련이 있으니........그것이 두번째 날벼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