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님, 공연 잘 보셨나요?
저는 토요일 마농 공연을 보았답니다.
원조 서양발레의 모습은 어떤 것일지 자못 기대를 갖고
세종문화회관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는데
세계 3대 발레단중 하나라는 이름답게 꽤 많은 관객들이
찾아주셨더라구요.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맨 꼭대기
4층에서 거의 째려보는 수준으로 휴식시간포함 장장
2시간 반을 즐거운 마음으로 버티어냈습니다.
화려한 무대와 의상, 그리고 힘과 기교가 넘치는 무용수들의
동작에 찬탄하면서 역시 역사와 전통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국내 발레단의
수준도 이제는 뭐 할 만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마농역의 발레리나였는데 그녀의 유려하지
그지없는 자연스런 동작과 가냘픈 몸매가운데 나오는 테크닉은 정말
최고중의 최고이지 않나 싶습니다. 반면 남성 무용수들은 충실한 기본이
느껴졌지만 안무 자체가 그래서인지 극중 역할이 그래서 였는지 보다
역동적인 움직임이 아쉬웠습니다. 물론 세계 3대 발레단이라는 기대치에서
봤을 때 이야기구요.
마농은 원래 푸치니의 오페라로 유명하지만 마스네가 작곡한 발레곡도
꽤 좋았습니다. 무용이 그냥 음악회보다 좋은 점! 아무래도 음악과 무용이
비슷한 가격에 동시상영된다는 점이겠지요. 다다익선이라고 같은 값이면
저는 무용이 택하고 싶어요. 그래서 로얄발레단 공연전에도 앨빈 애일리
댄스 씨어터 내한 공연을 봤었는데요 말이 나온 김에 한마디 하자면 제가 본
최고의 공연은 바로 앨빈 애일리 무용단 공연이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무대, 의상, 조명, 음악, 그리고 훌륭한 안무에서 비롯된 뛰어난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움직임 그 어느 것 하나 빼놓을 것이 없는 현대무용의 정수를 보았노라고
단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감동빨로 인해 로얄발레단 공연은 상대적으로
기대치에서 2%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라고 고백할 수 밖에 없겠네요.
혹시 베토벤님을 뵐 수 있을까 하여 마농 주말공연전전날쯤 제가 쪽지 보내
드렸는데 못받으셨나봅니다. 암튼 다음에 좋은 공연이 있다면 함께 의기투합할
기회를 가졌으면 합니다. 연이은 빅무대로 출혈이 심하니 당분간 쉬어야겠지요.
좋은 예술공연 소식과 이야기 계속 기대하겠습니다.
첫댓글 헉, 어찌 4층에서!!!!!!!!!!!!!!!!!!!!!!!!!!!!!!! 거의 언덕 끝자리였겠군요.. 경사도가 높아서, 시력만 좋다면야 앞사람때문에 시야가 가리진 않았을 법도 하지만.
만일 독일 함부르크에 가실 기회가 있다면, 피나 바우쉬 부퍼탈 무용단의 Tanztheater(무용극) 놓치지 마세요. 최근 내한 공연 했는데. 세계초연인 작품. 일찌감치 매진. 감동의 기립박수였죠. 블로그에 리뷰를 쓰긴 했으나. 위와 같은 방식은 아님. 제 감정이 물씬 묻어나는 글이라 여기 올릴 순 없고..,
쪽지 못 받았어요.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 프라하 심포니 내한 공연이 이벤트에 당첨 돼서 예술의 전당에 가게 생겼습니다. ^^ 그래요 다음에 자리 한 번 만들었으면 좋겠네요, 제가 워낙 낯가림이 심하고 병적인 수줍음인 데다가 아웃사이더 기질이 강해서.. 사람 만나는데 좀 어려움이....
정말 많이 부럽답니다.....^^
함부르크까지 갈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부퍼탈 무용단이 다시 내한한다면 그땐 정녕코 놓치지 않으리이다. 베토벤님, 쪽지 못받으셨다니 아쉽네요. 성격이 슈베르트랑 비슷하신가봐요. 걱정마십시요. 제가 알아서 뫼시겠습니다. 눈꽃하나님, 올해만 잘 넘기시면 더 좋은 기회가 많이 찾아올거예요. 조금만 인고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