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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데이터를 얻고 논문 초고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연구자는 논문 제목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표준적 조언은 논문의 핵심을 한 단락 정도로 쓴 뒤에 이를 다시 15자 이내로 줄여서 간결하고 명료한 제목을 만들라는 것이다. 검색에 잘 걸리는 열쇠 말(keyword)을 제목에 넣는 것도 중요하다. 주의해야 할 것도 있다. 몇몇 사람만 이해하는 잘난 척하는 단어 사용은 금물이다.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반짝반짝하는 제목은 좋지만, 제목에 조크를 쓰거나 제목을 유머러스하게 다는 것은 피할 일이다. 논문을 읽기 전에 제목을 보고 가벼운 연구라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연구자들은 주목받기 위해 기발한 논문 제목을 마다하지 않는다. 영화 ‘석양의 무법자’의 원제는 ‘좋은 놈, 나쁜 놈, 못난 놈(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인데, 이 제목은 ‘좋은 놈, 나쁜 놈, 외주받은 놈’ 같은 식으로 패러디되어 사용되었다. 또 ‘섹스, 거짓말, 비디오테이프’는 ‘섹스, 거짓말, 살충제’ 식으로 이용됐다. ‘Th17 세포 분화 – 길고 구부러진 길’이라는 논문은 400회 이상 인용되기도 했다.
2022년에 생물학 아카이브(bioRxiv)에 올라온 연구는 더 유머러스하다고 평가받은 제목의 논문이 더 많이 인용되었음을 보여준다. 또 다른 연구는 유머러스한 제목이 인용과는 큰 상관이 없지만, 트위터와 같은 SNS에서 더 많이 포스팅되었음을 보여준다. 웃음을 유발하는 제목이 더 큰 관심을 받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최근 인공지능 번역과 챗GPT 등의 생성형 인공지능을 촉발한 구글 연구자들의 트랜스포머에 대한 논문(2017)은 비틀스의 ‘네게 필요한 것은 사랑(All You Need Is Love)’의 가사 일부를 패러디해서 ‘관심만이 네게 필요한 것(Attention Is All You Need)’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다. 이 논문은 지난 6년 동안 9만4000번 인용되었는데, 이 중 제목이 기여한 비율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