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를 오랜만에 방문하는 외지인들이 한결같이 놀랍게 접하는 소식은 ‘마린시티’다. 이곳은 세계의 도시 뉴욕의 맨해튼을 연상해야 할 정도로 초고층 빌딩들이 우후죽순 들어서 있고 여전히 공사 중인 건물도 많다.
‘마천루’(摩天樓) 밀집지역으로 시선을 받고 있는 이곳은 탁 트인 남해바다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럭셔리 뷰’가 단연 으뜸으로 평가받는다.
과거 수영만 매립지 위에 조성된 이곳에는 현재 12개단지 7500여 가구가 들어서 있다.
이곳은 남해바다 외에도 노랫말로 유명한 동백섬 및 광안대교 등 부산의 명소들을 볼 수 있는 조망권까지 갖추고 있다. 이런 입지적 장점 때문에 부산의 부유층 뿐만 아니라 서울의 부자들까지 몰려들고 있다.
마린시티 내 R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이곳 입주자 중 외지인 비율은 약 30% 정도이고 그 중 서울 사람이 70%를 차지한다고 한다.
마린시티 내 건물들은 초고층이라는 특성 외에도 독특하고 개성있는 디자인으로 시선을 끈다. 특히 주상복합단지인 ‘현대 I PARK’와 ‘두산 위브 더 제니스’는 그 높이와 화려한 외관으로 관광객들의 사진촬영 장소가 될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바다조망권에 위치한 단지들의 경우는 분양시작 몇 일만에 매진될 정도로 그 열기가 뜨거웠다는 것이 인근 부동산들의 설명이다.
‘두산 위브 더 제니스’는 70·75·80층 등 3개의 주거동과 오피스시설 1개동으로 구성됐다. 총 1788세대는 148㎡(44.77평)부터 325㎡(98.3평)까지 주로 중대형 크기의 타입이다.
이중 80층의 최고 높이 301미터는 올해 기준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다. 이는 서울 강남부자의 상징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내 3차와 양천구 목동 하이페리온 1차 등 가장 높았던 69층의 주상복합아파트를 한참 넘어선 층고다.
단지 내에는 ‘제니스 스퀘어’라는 대규모 상가 단지가 위치해 있고, 각 동의 56층에는 바다를 바라보며 운동을 할 수 있는 환상적인 피트
니스센터까지 마련돼 있다.
‘현대 I PARK’는 최고 72층 높이의 주상복합아파트 3개동(1631가구)과 오피스, 명품쇼핑시설 2개동 등 총 5개동으로 구성된 복합용도 개발단지다. ‘두산 위브 더 제니스’에 이어 주상복합 층고 2위에 올라 있는 건물이다.
단지 내에는 269개 객실 규모의 특급 호텔 ‘PARK HAYATT 부산’도 내년 3월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두산과 현대의 두 주상복합아파트는 국내에서 이처럼 1~2위 층고를 자랑하는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도 호주
골드코스트 80층에 이어 2~3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마린시티가 이미 서울의 강남에 버금가는 부산의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고 있는 배경이다
마린시티의 마천루 스카이라인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새로운 주상복합단지와 건물들이 마천루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키높이 경쟁이라도 하듯 하루가 다르게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다.
따라서 부작용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무분별한 난개발’이라는 비난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개발 당시 조망권만을 집중적으로 감안한 나머지 다른 부분을 간과한 결과, 바다와 코앞에 인접한 단지 특성에 맞는 안전한 시설확보 등에서 다소 미흡하다는 것이 일부 주민들의 불만이다.
‘I PARK’ 인기, 분양시세 보다 2~3억 올라
이 같은 일부주민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마린시티의 인기는 식지 않았다. 최고 인기가 좋은 두산과 현대 중 굳이 선호도를 평가한다면 조망권면에서 우위를 점한 ‘현대 I PARK’의 인기가 조금 더 높다는 것이 부동산들의 설명이다.
R부동산 관계자는 “‘현대 I PARK’의 경우 초기 분양가가 평당 1400~1800만원 선을 보였다. 높이, 조망권 등에 따라 분양가가 다른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이곳의 경우에는 평수에 따라서만 분양가가 다를 뿐 이었다”며 “바다 조망권을 갖춘 세대를 분양받은 사람이 현재 많은 이득을 봤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I PARK는 대부분의 단지가 분양된 상태고 매매만
가능한 상황이다. 매매는 조망권 보유 단지의 경우 총 분양시세에서 2~3억 정도 올랐고 그 외 단지는 분양가와 동일한 시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두산 위브 더 제니스’는 그 열기가 한풀 꺾인 상태였다.
분양실적에서도 약 60% 정도만 분양됐을 뿐이었고 이에 다양한
마케팅을 분주하게 진행 중 이었다. 인근 부동산에 확인한 결과 입주자들에게 비교적 유리한 조건으로 분양이 이뤄지고 있었다.
제니스의 상가단지 내에 위치한 V부동산 관계자 N씨는 “2년간 총
분양가격의 20%만 내고 내면 바로 입주 가능하다”며 “2년 후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지불했던 금액을 받아 이사 가면 되고 마음에 들면 잔금을 무이자 할부로 지불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일부 주민 “바닷바람 심하고 파도도 넘쳐”
가을 기온으로 최저온도를 보였던 최근 마린시티에는 차가운 바람이 연신 불었다. 거리의 주민들도 바람에 휘날리는 옷가지를 부여잡고 분주히 걷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주민 L씨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고층아파트단지를 통과하지 못해 도로로 불어오는 것이다. 가을이나 겨울에 특히 더 심하게 부는 편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K씨는 “지난 8월 15호 태풍 볼라벤으로 한반도 전 지역에 심한 바람이 불었던 적이 있다. 바다와 인접한 마린시티 내에는 파도가 넘쳐 바닷물이 도로를 뒤덮었다”고 말했다.
그는 “차량일부가 침수되고 단지 내 심어져 있던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등 주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지난 2010년에는 마린시티 내 위치한 ‘우신골드스위트’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한 적도 있다.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라 화재진압에 애를 먹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무분별한 개발이 재해로 다가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