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언덕엔 마음을 기댈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없지만 그래도 우린 충분히 흔들릴 수 있지. 많은 말들이 떠올랐다 가라앉는 동안 세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 같고 억겁의 시간이 흐른 것도 같다. 울지 않았는데도 언덕을 내려왔을 땐 충분히 운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이 시집이 당신에게 그런 언덕이 되어주기를. 나는 평생 이런 노래밖에는 부르지 못할 것이고, 이제 나는 그것이 조금도 슬프지 않다.
2020년 7월, 안희연
비밀이 그대로 집이 되자 사람 사는 것 같았어요 낭만적이고 끔찍했습니다 새 무덤에는 잔디가 자라났고 무덤 문이 열릴까 조마조마했던 마음 그러나 별일 없이 낮과 밤이 지나갔고요 숲에서 누군가 걸어 나오는 소리가 들리던 밤 사람들은 창문을 숨기고 모든 불을 꺼뜨렸습니다 골목마다 라일락 향기 그렇게 여름이 오는 것입니다
그렇게 여름, 박은지
시에스타, 도시의 모두가 잠든 시간
점점 더 바다 쪽으로
점점 더 바다 쪽으로
3km 안 해변을 알려주는 표지판
이 무더위 끝에 사랑이 언제 멈춘 것인지 알게 된다
*
나는 그냥 행복하네 달려도 달려도 올리브나무가 보이는 곳에서
삶에 대한 쓸모없는 집착에서 자유로우며 날아오르네 매일 꿈꾸고 내일이 즐거워 우리가 파랑을 너무 사랑하니까 나는 그것에 맞춰 춤출 수 있네 무한 속에서 희미하지 않게 아름답게 용기 내어 여기까지 살아온 내가 고맙다
2022년 7월, 주하림
첫댓글 나머지 두권 좋아하는데 여름 상설 공연도 읽어봐야겠다 너무너무 고맙잔아
여름키코만 읽어봣는데 나머지 두개도 읽어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