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8강 진출은 자칫 월드컵 역사에서 가장 맥없는 개최국 중 하나라는 오명을 남길 뻔 했던 위기에서 벗어난 것이기도 하다.
17회를 맞는 월드컵 역사에서 개최국으로 8강에 오르지 못한 국가는 94년 미국과 이번 대회 일본 뿐이다. 나머지 15개 대회에서는 개최국이 모두 8강은 물론 우승컵까지 차지했었다.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에서 개최국이 얻는 홈어드밴티지는 의외로 많다. 우선 열광적인 홈팬들의 응원 외에도 시차와 기후, 그라운드에 대한 적응력이 원정팀보다 앞서고 또 심판진의 우호적인 판정 등이 역대 월드컵 대회에서 작용해왔다.
이런 점에서 개최국과 경기를 펼치게 되는 상대는 알게 모르게 부담감을 갖게 되고 비슷한 실력을 갖고 있어도 지는 경우가 많았던 것.
그러나 지난 94년 미국은 당시 세계 최강 브라질과 16강전에서 만나 0-1로 패해 처음으로 8강에 진출하지 못한 개최국으로 이름을 올렸고 2002년 8강, 4강을 자신하던 일본은 터키에 일격을 당하면서 2번째로 망신스러운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반면 한국은 지난 66년 북한이 이룬 8강 기적을 36년만에 재현하며 아시아 축구 사상 2번째로 월드컵 본선 8강에 오르는 기적을 이뤘다. 당시 북한의 8강 진출 제물이 이탈리아였던 사실도 흥미롭다.
개최국이 우승한 경우는 30년 초대 대회 우루과이를 비롯, 34년(2회) 이탈리아, 62년(7회) 브라질, 66년(8회) 잉글랜드, 74년(10회) 독일, 78년(11회) 아르헨티나 등 6회에 이른다.
조별리그부터 폴란드, 포르투갈을 잇따라 꺾고 올라와 우승후보 이탈리아까지 격침시킨 한국축구의 돌풍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구촌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허승준 / sjheo@imbc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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