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라는 지위
文 熙 鳳
하늘이 내려준 보석 같은 사람은 어디에 가면 만날 수 있을까? 요즘 이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어른다운 어른 보기가 왜 이리 어렵단 말인가.
자고 나면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신문과 방송을 도배한다. 더 좋은 뉴스거리도 많이 있으련만 그런 것들은 수초 속에 묻혔는가 물 위에 떠오르는 것들은 입과 귀를 더럽게 하는 얘기들뿐이다.
보범을 보이는 어른들을 보았으면 하는 것이 우리 청소년들의 바람이다. 학교폭력이나 고학력 사기꾼들의 횡행도 이런 것들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어린 자식의 손을 잡고 교통신호를 무시하면서 길을 건너는 부모에게서 어린이는 무엇을 배울까? 신호대기 중 차 안에서 흡연한 후 담배꽁초를 도로에 투기하는 운전자를 보면서 청소년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지금까지 배운 내용과 실제 일어나는 현실과의 괴리 때문에 어린이는, 청소년들은 심적 갈등을 겪을 것이다.
정말로 모범을 보여야 할 사람들이 얼마간의 돈의 올가미에 눈이 멀어 철창 신세를 지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을 넘어 증오의 대상으로 발전한다. 높은 지위를 이용해 큰돈을 꿀꺽하다 넘기지 못하고 토해 놓는 상황을 보면 속이 메스껍다. 그러면서 자신은 하늘을 향해 한 점 부끄럼이 없다고 큰 소리 치지만 이튿날 신문 지면과 방송 화면에 고개 숙인 모습으로 등장하니 혀가 찰 일이다.
양심 위에 법률 있고, 법률 위에 헌법 있는데 개인 양심으로 법을 깨는 판사도 생겨났다. 판사도 인간이니 그냥 이해해 주어야 하는가. 존경 받아야 할 사람이 막말을 해대는 상황에서 존경의 싹이 자랄 수 있을까. 가슴이 허전한 것을 넘어 통증으로 발전한다.
최고의 안전과 속도를 자랑하는 KTX만 유독 자주 멈춰 서고, 원전(原電)도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 나라의 안위와 관련한 군수 산업 입찰 과정도, 기상 관측 장비 구입 과정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것들은 빙산의 일각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음도 현실이다. 국회의원 비례대표 순위를 매기는 모바일 투표에서 엄청난 부정을 저지르고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해당 정당 사람들에게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실제로 우리나라의 부패 정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란다. 국가청렴도를 따지자면 태국이나 캄보디아만도 못한 나라가 됐다. 우리나라 부패지수는 꾸준히 나빠지고 있다. 비뚤어진 사고를 지닌 이런 어른들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수출강국이 되었다고 선진국은 아니다. 부패를 척결해서 높은 도덕성을 갖추지 못하면 소용없다. 부패하면 경제성장도 한계에 부딪힌다. 정직하지 않은 나라에 외국인 투자가 몰려들 리 없고, 부정으로 얼룩진 나라에서 만드는 제품의 이미지가 좋을 리 없다.
그러하기에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세대와 기성세대는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을 해야 한다. 공부 열심히 해서 경쟁자를 제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돈 버는 게 최고라고 가르쳐서는 안 된다. 열정과 재미를 말하고, 재능을 발굴한다. 그러면서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가 선(善)을 좋아하고 악(惡)을 부끄럽게 여기도록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궂은 날 물 새지 않는 신발이 드물다. 늘 시린 속 감싸주고 부끄러움을 가려주는 속옷이 될 수만은 없을 터이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은 지켜야 할 것 아닌가. 정치인들의 입에서 나오는 구린내 나는 말도, 기업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달작지근한 거짓말도 청소년들의 건전한 정신을 갉아먹는 원흉이 되는 것이기에.
하늘이 내려준 보석 같은 수많은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숨어 나오지 않는 것일까. 착한 심성이 얼굴에 배어 있는 사람들은 어느 곳에 숨어 있는가? 외진 벽지를 배정 받은 어느 집배원은 본 업무 외에 인간적인 배려와 정까지 보태서 우편물 이외의 것까지 주문 받아 배달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를 기쁘게 한다. 콩나물 판 돈을 모아 장학금으로 내놓는 어느 할머니의 얘기가 나의 가슴을 적신다.
교실 안에서도 어른들을 꼭 닮은 폭력이 만연해 있다니 혀를 찰 일이다. 누굴 탓하랴. 어른들이 모범을 보이지 못해 일어난 결관데. 학교도 잘해야 하지만 가정, 사회, 학교 모두 도덕교육, 인성교육에 책임이 있다. 국회에서부터 해머로 부수고 쇠줄로 묶고 널뛰기 하는 소식이 날아드니 그런 거 아이들이, 청소년들이 보고 배운 것이다. 그래서 사회는 점점 흙탕물로 변해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살아온 과정이 깨끗하고 한 번 지키기로 한 약속을 바꾸지 않고 설득할 줄 아는 어른들이 많다면 얼마나 좋으랴.
꿈은 자라나는 것이다. 살아 있는 생물처럼 성장하고 진화한다. 죽거나 병들어 있으면 자라지 못한다. 닫혀 있고 미워하면 자라지 못한다. 칭기스칸은 '성을 쌓는 자는 망한다.'고 했다. 꿈은 영혼이 살아있음을 드러내는 증표이다. 어르신이 이런 비전을 젊은이들에게 선물해 줌은 어떨까 생각해 보자고 권해보고 싶다.
용보다 뱀이 많으면 망한다(龍蛇混雜)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는 오늘이다. 원칙을 지키면서 과정을 중시하는 그런 사회를 꿈꾸어 본다. 그런 어른들 보기를 소망해 본다. 많이 가진 사람이 부자가 아니라 가진 것을 많이 나누어 주는 사람이 부자라 하지 않는가.
어르신은 아무나 오를 수 있는 지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