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사람이 발명한 한 것 중에 가장 훌륭한 것은 열 숫자의 발명이다. 0,1,2,3,4,5,6,7,8,9 열개의 숫자다. 사람들은 이 숫자를 활용해서 현대의 최첨단 과학과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전 세계의 나라마다 말과 글은 달라도 열 숫자는 동일하다. 현대인은 숫자 없이는 살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면 먼저 숫자인 생년월일과 주민등록 번호가 주어진다. 지금 내가 지니고 있는 휴대폰도 숫자를 연결해서 서로 소통한다. 이렇게 우리는 숫자를 이용해서 유익하게 편리하게 살고 있다. 20 |
나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숫자가 있다. 입대 당시 전세가 워낙 시급한 때라 나는 제대로 된 군사교육이나 훈련을 받지 못했다. 국군의 군번과 계급을 받지 못한 채 제3사단 22연대 수색대원이 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동부전선 양구 북방 지역에 투입되었다. 날마다 정찰, 수색, 생포, 잠복, 근무를 했다. 그렇게 최전선에서 사선을 넘으면서 6개월이 지났다.
드디어 대한민국 육군 본부에서 육군 일등병과 군번 0721793번을 명 받았다. 0에서 시작해서 '일곱 숫자'다. 72만1천793번
육군 군번 서열에서는 내가 대선배인 셈이다. 내가 받은 정말 자랑스러운 군번이다. 나는 그날 군번을 받고, 목에 걸면서 가슴 벅차게 감격했다. 군번은 나를 따뜻한 남쪽나라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나를 품어주는 사랑의 증표이다.
이제야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었구나. 21 |
이제야 나는 대한민국의 군인이 되었구나. 이제야 나는 죽어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죽을 수 있구나.
나에게 9월22일은 세상에 태어난 생일이지만 6월 3일은 내가 대한민국 국민으로 새롭게 태어난 날이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 정식으로 육군 군복과 내의 한 벌과 철모와 군화(운동화)를 지급 받았다. 이제야 대한민국 군인의 참 모습을 갖추었다.
그날은 더욱 북한에 두고 온 어머님이 보고 싶었다. 아들을 남쪽으로 보내놓고 날마다 남쪽 하늘을 바라보면서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어머님, 이렇게 대한민국의 국군이 된 늠름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순간 마음이 아릿아릿 아렸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아쉬웠던 것은 당시의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한 것이다.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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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된 군 생활 3년4개월 만에 나는 군복을 벗었다. 지금은 군번을 내 가슴에 품고 훈장처럼 자랑스럽게 여긴다. 국가 유공자로 예우를 받으면서 살고 있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벌써 강산이 일곱 번이나 변했다. 내 나이 88세로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이렇게 나를 사랑으로 인도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 눈물로 감사합니다. 나는 날마다 기도한다.
주여! 대한민국에 영원한 평화를 주소서. 주여! 우리 민족에게 통일된 나라에서 다 같이 평화를 노래하게 하소서.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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