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무렵 2년여간 단체장협의회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준비해온 귀금속 및 귀금속 가공상품 KS표준안이 그해 5월 18일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심의위원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다시 업계로 회부되어왔다.
당시 기표원 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면 그달 25일 기술표준원 관보에 최종 고시되고 바로 KS표준안이 제정되는 것이었다.
업계로 다시 회부된 이유는 아직 업계에서 반대하는 논리가 있다는 이유였다. 누군가 기술표준원 심의위원회에 반대의견을 내놓은 것이었다.
반대의견을 내놓은 사람은 국제보석연구원 조기선 원장이었다.
다음날인 19일 긴급히 소집된 임시 단체장협의회에서는 수십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띤 논쟁이 이루어졌다. 단협에서 앉을 의자가 모자랐던 적은 이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기술표준원에 제출된 귀금속 가공상품 KS표준안의 핵심은 지금까지 업계에서 적용해왔던 귀금속 가공상품의 금함량 오차범위를 천분의 5에서 천분의 2로 상향조정한 것인데 이날 단체장협의회에서 반대의견을 제시한 조기선 원장의 주장은 절대 오차범위를 두지말자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제로오차였다.
그날 상황은 반대의견을 제시한 조기선 원장, 이명호 예당보석 대표(소매)를 제외하면 거의 대다수 사람들이 기술적인 부분과 법적인 적용을 감안하더라도 오차범위를 0.2% 정도는 두자는 것이었다.
사실 당시 기술표준원측도 0.2% 오차범위는 합리적이라는 입장이었다.
순금 제품 가공업계에서는 천분의 2 오차범위가 오히려 가혹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합금제품(14K, 18K)에는 해리(Loss)가 10%나 있지만 순금제품에는 해리도 없으면서 오차범위를 천분의 2로 한다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일부 소매상들 입장에서는 “왜 오차가 필요하냐 오차가 있다면 오차만큼 돈을 덜 받아라”라는 입장이었다.
제조업계 입장에서는 가공하다보면 기술적으로 오차가 난다는 것이었다.
또한 대표적으로 가공상품에 오차를 두지말자는 입장에는 리골드 회장이자 월곡주얼리산업진흥재단 이재호 회장이 있었다. 당시 단체장협의회에 참석해서 가장 강하게 의견을 개진한 사람도 이재호 회장이었다.
그래서 이와 관련해 대다수 제조업 단체 관련자들은 대기업인 리골드는 제조시설도 좋고 리골드감정소와 코리아메탈 등 검인소 및 정련시설을 갖추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 영세사업자들은 시설이 열악해서 불가능하다라는 항의가 쏟아져 나왔다.
참고로 당시 논쟁에서 조기선 원장과 이재호 회장의 ‘제로오차’ 주장에 대척점에 섰던 대표적인 사람들은 (사)한국주얼리산업연합회 김성진 회장, (사)귀금속판매업중앙회 차민규 전무(당시 실장)을 비롯한 대다수 업계 단체장들이었다.
이미 단체장협의회에서 천분의 2 오차안이 통과되어 기표원 고시만 남았었던 금함량 KS표준안이 원점에서 다시 논의되면서 제조업계와 소매업계가 첨예하게 대립을 하게되고 결국 소비자 단체들의 지지를 얻은 ‘제로오차’가 최종 KS고시가 되기에 이르렀다.
당시 이에 대한 업계인들 사이의 논쟁은 귀경 토론게시판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당시 귀경 신문도 금함량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압력(?)에 공개적으로 ‘제로오차’에 대해 입장을 발표한 적이 있다.
결국 24K 순금제품은 999로 KS가 등재되고 이를 따를 수 없다고 판단한 순금제품 업계의 강한 요청으로 995라는 기형적인 KS기준이 하나 추가되면서 그 후 10년동안 순금제품 995 각인 문제로 제조 소매상간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 세계일보에서 기획 취재한 기사에 대해 보는 시각과 입장에서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갈리겠지만 결국 업계 전체에 대한 이미지는 크게 훼손이 불가피한 상태이다.
2016년 폐지된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의 귀금속 제품의 허용 오차는 천분의 5였다. 당시 단체장협의회에서는 이보다 좀 더 까다롭게 귀금속 KS표준을 만드려는 입장에서 천분의 2 오차를 준비했었던 것이었다.
충분히 상식적이었고 이는 미국의 공정거래기구 중 하나인 FTC 기준보다 강화된 기준이었다. 2018년 개정된 미국 FTC(연방거래위원회: Federal Trade Commission) 금함량 기준은 천분의 3이며, 땜이 들어간 제품의 경우 천분의 7까지 오차를 허용하고 있다.
또한 금함량을 검사하는 장비의 오차 또한 국제적으로 통상 천분의 3정도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합금에서의 ‘제로오차’와 순금제품에서의 천분의 1 오차만을 허용하는 국내 KS기준은 현재 업계의 수준으로 볼 때 지나치게 과한 기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세계일보 기사 중 『도소매 간 금 순도 논쟁이 평행선을 달리고, 당국은 수수방관하는 동안 소비자는 함량 미달의 24K 금을 사고, 누군가는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문구가 있다.
995를 반대하는 소매상들도 순금 제조업체들이 순금 한돈 제품을 팔면서 천분의 5 오차에 해당하는 ‘천원’의 이득을 보는 것에 분개한다기 보다는 소비자가 995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순금이 아닌 제품을 순금으로 속여 파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에 대해 더 분개하는지 모른다.
함량을 속일 사람은 999 아닌 제로오차 기준이라고 해도 속이게 마련이다. 개인적으로도 995 각인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995 오차로 수십억원을 벌고 있다고 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잘못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 김태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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