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 출간한 산문집 <가을일기> 머리말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에 <가을일기>라는 제목의 산문집 한 권을 출간했다.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나이 예순을 넘긴 데 대해 또 하나의 매듭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살아오는 동안 전공서적이든 수필집이든 5년에 한 권씩 책을 출간해온 버릇 때문이었다.
비록 ‘가을일기’라고 제목을 붙였으나 일상을 기록한 것이 아니고 몇 해 동안 인터넷신문에 기고한 캄럼을 한데 묶어 출간한 책이다. 첫 번째 일기로 ‘언뜻 떠오른 짧은 생각’ 35꼭지. 두 번째 일기로 ‘역사의 숨결’ 44꼭지. 세 번째 일기로 ‘발길 닿는 대로’ 39꼭지를 차례에 올렸다.
이 책을 출간한 지 10년을 넘긴 오늘, 다시 책을 펼쳐 머리말을 읽으니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그때나 지금이나 늙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것 같다. <가을일기>를 출간한 몇 해 뒤, <저물녘의 먼산바라기>라는 책을 냈으나 이제는 겨울일기를 준비해야겠다. 공연히 춥다.
<머리말>
이제 해를 거듭할수록 나이의 무게가 힘에 버겁다. 그리고 하루하루 무엇엔가 쫓기듯 숨이 가쁘고, 하릴없는 조바심이 가슴을 조여온다.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았다. 거울 속에 한 낯선 사내가 엉거주춤 서 있었다. 어깨는 처지고, 등은 굽었으며, 눈은 게슴츠레했다. 지친 듯 핼쑥한 얼굴에 남모를 연민이 생겼다. 손가락질로 얼굴을 가리키며 이렇게 묻고 싶었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래, 이제 뒤를 돌아다봐야 할 나이. 문득 살얼음 위를 걷듯 조심스럽게 걸어온 지난 삶이 떠올랐다.
누군들 꿈이 없었으랴. 하지만 나는 어릴 때 파산했던 집안 사정으로 인해 일찌감치 꿈을 잃었다. 그리고 자라면서 마음속으로 다짐한 것이 없다 보니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것도 없엇다. 이제껏 앞가림도 못한 채 쓸데없는 곁눈질로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살아왔다. 그리고 허튼소리와 입발림으로 살아오는동안 마음은 때 묻고, 메마르고, 일그러져버렸다. 걸어온 발자취를 더듬어보니 길을 잃은 채 주춤거리거나 갈팡질팡 에둘러온 자국이 몹시 어지럽다. 처음부터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을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하겠는가. 고쳐 걷기에는 너무 멀리 왔고, 앞을 바라보니 어느새 갈 길이 어둑어둑하다.
어느 날 한 지인으로부터 인터넷신문에 읽을거리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본시 글재주가 없는 터에 마지못해 받아들인 것이 잘못이었다. 그래서 열흘에 한 꼭지씩 여행기나 신변잡기를 쓰기로 했으니 그야말로 만용이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어줍은 글들을 묶어 몇 권의 책을 꾸몄다. 남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글들을 엮어 책을 낸 것이 몹시 부끄러웠다. 주섬주섬 이삭줍기로 책을 꾸미면서 어찌 뉘우침인들 없었겠는가. 그리고 또 몇 해가 흘렀다. 하지만 이쯤 해서 또 하나의 매듭을 조이고 싶었다. 그래서 몇 번의 망설임 끝에 졸고를 묶어 또 한 권의 책을 내게 되었다. 어찌 되었거나 살아오는 동안 피붙이처럼 살갑게 대해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드린다.
2014년 가을에 이영성
첫댓글 거울속에 한낯선사내가 엉거주춤 서있다
그는
지금 내모습입니다
그생각을 11년전에 생각을 해냈다 합니다
그냥 ㅡ
세상을 아무런 생각도 없이
아무렇지않게 되는대로
이세상을 살아왔고
또ㅡ
살아오는
나같은 인생을 한번더
돌아보게하는
그런 글입니다
보고도 듣고도
그냥
저어떠도는 저닭들처럼 살아가지는 않나
그냥 부끄러운 하루는
또ㅡ지나가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