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SBS TV ‘긴급출동! SOS24' -’야생소년‘편 유기된 야생소년 부모의 책임인가? 국가의 책임인가?
연초부터 충격적인 소식이다. 지난 2일 밤 방송된 SBS TV '긴급출동! SOS24‘의 참혹한 방송 내용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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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TV '긴급출동! SOS24‘의 '야생소년'편 일부. | | 이날 방송은 발달장애 1급의 16세 소년이 알몸 상태로 7개월간 폐가에 갇혀 지낸 사연을 공개했다.
일명 야생소년이라고 불리우는 영진(가명)이는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일정한 사회생활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긴급출동! SOS24' 취재진이 현장을 발견했을 당시, 영진이는 타인과의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정도로 말을 전혀 하지 못하고 괴성만 지르고 있었으며, 손가락을 물어뜯는 등 심각한 불안 증세와 함께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영진이의 생활환경은 그야말로 참혹했다. 그는 추운 영하의 겨울 날씨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한 채 오물로 범벅이 된, 쓰레기장 같은 곳에서 무려 7개월을 살고 있었다.
그렇다면 누가 영진이를 방치했는가? 그는 다름 아닌 영진이의 ‘친아버지’다. 그러나 이 사연이 더욱 안타까운 것은 영진이 상황이 ‘비장애인 가족에 의한 장애인 가족의 폭력’이라고 단정 짓기 힘들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초반, 영진이의 아버지는 “이동이 불편해 특수학교 다니기를 관뒀다”는 둥, “영진이가 너무 공격적이 여서 다가갈 수 없다”는 둥 횡설수설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는 아들에 대한 부성애를 찾아 볼 수 없는 전형적인 나쁜 아버지에 불과했다.
그러나 방송은 아버지의 이런 행동이 그의 만성 정신분열증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더욱이 질환은 발달 장애가 있는 아들을 돌보며 더욱 심화되었고, 한 아이를 돌볼 수 있을 정도의 건강한 상태가 아니였다.
영진이를 야생소년으로 만든 건 누구인가?
그렇다면 야생 소년으로 방치된 영진이는 누구의 책임인가? 영진이를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언급했듯, 영진이는 한때 일반버스를 타고 특수학교로 통학할 정도였다. 그러나 아이는 주민의 원성에 못 이겨 할아버지 집으로 보내졌고, 할아버지가 사망하자 정신분열증 아버지의 손에 의해 길러진다. 결국 악취나는 폐가에 사육 당하듯 방치되지만.
주로 시청자들의 반응은 영진이의 상황은 ‘부모 개인만의 책임이 아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시청자 이승은씨는 SBS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감히 누가 그 아버지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라며 “영진이를 그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것은 우리 사회다. 사회복지, 우리 자신들의 태도와 편견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이는 절대로 영진이 아버지의 책임도, 의무도 아니다. 우리의 책임이자 의무다”고 밝혔다.
시청자 최보라씨는 “물론 영진이 아버지는 나름의 방식으로 영진이를 사랑했다. 그러나 그건 잘못된 방식이였다. 무작정 아버지를 비난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진이가 아무도 없는 그 더러운 집에서 알몸인 채로 생활했던 것은 과연 누구의 탓인가”라며 “끝내 영진이를 포기한 것은 아버지였고, 그 결과로 (아버지도)망가지고 영진이 또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청자들, 가족의 책임이자 국가의 책임
주로 시청자들은 영진이 아버지와 정부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장애가족을 돌본다는 것은 가족 구성원의 책임인 동시에 국가의 책임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한편 이에 대해 SBSTV ‘긴급출동! SOS24'는 아버지와 소년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 간 사회 전체의 시선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아동은 국가적 차원에서 돌봐져야 한다는 것.
장애계의 반응도 마찬기지다.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용옥 감사는 “이는 근본적으로 정부의 책임이다. 이런 사건이 한두 번 있던 일도 아니고 이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그러나 정부는 중증장애인에 대한 관심 부족으로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장애아동에 대한 책임을 부모에게만 전가시키는 것은 옳지 못하다. 물론 영진이의 아버지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이는 개인 한 사람만의 책임이라 볼 수 없고, 국가도 책임이 있다. 장애아동 부모들도 정부의 책임을 환기시키기 위해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장애인 유기를 합법화 하고 있는 사회복지제도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 박인용 집행위원장은 “우리나라 사회복지제도는 장애인에 대한 방기 및 유기를 합법화하고 있는 구조다. 그래서 이런 충격적인 사례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고 밝혔다.
박 집행위원장은 “이번 사태는 우리나라 복지제도 시스템의 모순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정부는 장애아동에 대한 모든 책임을 가족에게 돌리고 있다. 장애인 복지를 가족의 책임으로 전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제 가족 중심적 복지가 아닌 개별적 복지로 전환되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시청률 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에 따르면 이날 ‘야생소년’편 시청률은 22.7%를 기록했다고 한다. 전주 시청률 10.5%보다 배 이상 높게 나온 수치고,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는 경쟁작인 KBS 2TV '상상 플러스‘ 시청률을 가볍게 따돌렸다.
우리는 심심치 않게 장애인 실상에 대한 충격적인 보도를 접하곤 한다. 그 현실이 매우 충격적이고 경악스러워 때로는 선정적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이제는 ‘얼마나 충격적인가?’가 아닌 ‘대책은 무엇인가?’를 논의해야 할 때다.
본 프로그램을 시청한 시청자 및 장애계 관계자들 모두 이번 사태가 ‘정부의 책임’이라고 한 목소리로 이야기 하고 있다. 정부는 ‘정부의 책임’이 무엇인지 깨닫고, 이에 대한 가시적 방안을 마련해야한다.
동시에 우리는 영진이의 유기가 이웃주민들의 원성에 의해 시작되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웃주민에게 영진이는 격리시켜야 할 대상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무관심한 정부와 사회에 의해 격리와 분리의 대상으로 간주되고 있는 장애인. 장애인이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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