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이라고 하면 그 범위가 어디까지일까? 피가 섞이면 친족(親族), 결혼해서 엮어지면 인척(姻戚) 친족과 인척을 합친 말이 친척이라고 칭한다. 친족은 8촌 이내 인척은 4촌 이내가 법으로 규정된 친척이다. 이러한 법률상의 친족 사이에서는 민법 제809조에 의해 혼인이 금지된다. 과거에는 동성동본이면 결혼도 못 했는데 많이 좋아졌다.
친척의 범위를 되새기는 것은 아침밥을 먹다가 친척 이야기가 나왔다.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비대면으로 지낸 지가 오래다 보니 제사도 없어지고 친척 간에 모이는 것이 쉽지 않아 서로 간의 안부가 궁금해진 어머니가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보신 모양이다. 당연히 나이 든 양반들의 뒷담화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흘렀을 테고 그 많은 이야기 중 한 10%만 기억나는 어머니는 그조차 잊어버릴까 싶어 두서없이 이야기를 꺼내놓으신다.
누구는 어느 학교에 입학해서 다닌다고 하고 누구는 장사가 안되 큰일이 났다고 하고 또 누구는 직장을 그만두고 식당을 차렸다고 한다. 그리고 어머니보다 나이가 많은 사촌 형수는 이제 걷지도 못하고 집에만 있으면서 눈물로 세월을 보낸단다. 오늘 전화 통화한 이야기가 다 생각나시면 오늘 종일 들어도 다 못 들을 판이다. 다행히 어머니의 기억은 그 정도에서 멈춘다. 친척들의 안부를 대충이나마 듣게 되는데 사촌을 넘어서면 집사람이나 애들은 누구인지도 모른다. 어머니와 나만의 기억에만 존재하는 게 친척들이다.
명절 때면 왁자지껄 집집이 모여 놀던 때가 그립다. 아들이 없는 우리 집 딸들은 지네 엄마 고생한다고 제발 친척들이 우리 집에 와서 놀지 않았으면 하는 푸념을 널어놓고 했는데 이젠 다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집안이 휑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화투도 치고 윷도 놀고, 방마다 나이에 맞게 모여 시어머니 뒷담화도 하면서 보내야 명절 같은데, 단출하게 동생들이랑 산에 계신 아버지 뵙고 와서는 별 할 일이 없어서 그냥 누워 잠만 청한다. 차츰 친척들 소식이 궁금하지도 않아진다.
나이가 들면서 갑자기 허전한 시기가 온단다. 애들이 직장 따라 집을 떠나고 부부간에 달랑 남은 집이 많다. 집안이 아주 썰렁해 시베리아 벌판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우리 집은 나갔던 애들이 다시 다 돌아왔다. 그래서 남들이 보면 대가족이 산다. 이번에 사위 될 놈이 인사 와서 같이 밥을 먹었다. 또 다른 친척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곧 사위들이 다 생기고 손자들까지 생기면 친척들이 오지 않아도 집안이 북적일 것 같다. 애들 시집가면 집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음 고쳐먹었다.
이래저래 친척들은 멀어져만 간다.
첫댓글 세상이 친척의 정을 끊어놓기도 하고.
친척에 대한 가치관도 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의 사정과 비슷합니다.
시대 변화에 빨리 따라갈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친인척을 찾는 세대는 우리 세대로 끝.
쓸쓸 하지 않으려면 수필가협회라도 부지런히 나와서 인척은 아니지만 친구라도 많이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가급적이면 나보다 더 젊은 분으로 ^^
정답.
이젠 시시마끔 명절 지내는게 당연하게 되었지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구정 때는
섣달 그믐 날 집집마다 어른 계시는 집은 마자막 세배도 올리고
정월 초하룻 날엔 새 세배를 올리곤 했답니다.
그리고 설 날 아침에 제일 윗 조상님 차례 올리는 집 부터~~
맨 아랫 대 다 지내고 나면 점 심때 쯤 된답니다.
마지막 차례 지내는 집엔
손님 치느라 정신없었답니다.
윳 놀이도 고스톱도 치면서~~~
그 당시는 힘든다 싶어도 지금 생각하면 아름다운 문화였다 싶네요.
이래저래 친척들은 멀어져만 간다.
그 친척들은 가도 다른 사람들이 오네요 ^^
친척이 아무리 많아도 정이 없으면 말짱 헛것 입니다.
아! 슬픈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