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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철학사를 2년동안 붙들고 있는데 끝났다 싶으면 또 나오고,언더스텐인가 싶으면 아니고, 승질을 슬슬 건드리면서 지혜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어 당근인지 채찍인지 당최 모르겠습니다. 마른 기침 때문에 기어이 외과까지 찾아갔는데 3년 동안 주치의를 했던 원장이 개원을 해서 나가버렸고 새 원장이 여자 닥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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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바이러스(감기)로 인해 목의 점막이 말라 기침이 나오는 거라며 술 담배를 끊으라고 합니다. 난 술은 원래부터 안 마신다고요. 소싯적 '용각산'을 끼고 사셨던 외할머니와 폐결핵 이력이 있던 선친 때문에 가족력인가 하고 예민해졌어요. 웬만하면 운동과 공부로 돌파한다는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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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하이데거-히틀러가 동시대(1889년) 사람이라고 하더이다. 기록하는 독서는 필살기인지 모릅니다. 필자에게 Archive는 포스팅 그 이상의 포트폴리오의 의미가 있다는 뜻입니다. 각설하고 상남자, 나쁜 남자 비트겐슈타인을 공부하려고요. 팔로 미! 에예공! 아비가 공부의 신(박문호)이 말하는 공부 잘하는 방법론에 꽂힌 이유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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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치는 힘', '요약하는 힘', '추진력'을 기술화하라고 하더라. 이 세 가지의 키워드는 내 쪽에서의 '간절한 욕망'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아버지는 인문학에서 재미를 보았는데 이제 말하기 영어에 적용할 생각이야. 20세기 영미 언어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1889~1951)의 전기 철학을 대표하는 저서는 '논리철학 논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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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쪽 남짓밖에 안 되는 이 저작은 논증이나 해설을 생략하고 단정적인 선언으로만 쓰인 탓에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저작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이 엄격한 책 속으로 들어가는 데 길잡이 노릇을 해 줄 것이 없을까. 박박사는 비트겐슈타인이 제1차 세계대전 중 전장에서 쓴 '전쟁 일기'가 이 단단한 책 속으로 들어갈 길라잡이라고 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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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형식으로 쓴 이 기록은 '논리철학 논고'의 본문을 이루는 철학적 사유의 최초 자료여서 본문 명제들의 팔 원 처를 그린 지도 구실을 합니다. '논리철학 논고'의 출간에 다리를 놓아준 버트런드 러셀도 이 일기를 참조해 책의 ‘서문’을 썼다고 해요. '전쟁 일기'는 애초 노트 일곱 권 분량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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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 성향이 있었던 데다 결벽증을 앓았던 비트겐슈타인은 '논리철학 논고'를 완성한 뒤 이 일기를 없애버리려고 했대요. 러셀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내 일기장과 노트들은 제발 부탁이니 불쏘시개로만 쓰라”고 한 데서도 비트겐슈타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곱 권 가운데 네 권만 소실되고 나머지 세 권은 비트겐슈타인 사후에 발견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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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은 노트만으로도 비트겐슈타인의 철학 작업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어떤 경로로 '논리철학 논고'의 명제가 도출됐는지 알아볼 수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시민이었던 비트겐슈타인은 1914년 여름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마자 자원입대해 포병부대 소속으로 동부전선에 배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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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후반기에는 이탈리아 전선으로 옮겨간 뒤 포로가 돼 1919년에야 귀향했고 전쟁터에 있던 이 5년 동안 노트 왼편에는 개인적 일기를 기록하고 오른편에는 철학적 일기를 기록했대요. 1914년 8월 9일 폴란드 도시 크라쿠프에 배속된 날 시작되는 일기는 이틀 뒤 “아직까지 작업하지 못했다"라는 문장으로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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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에게 ‘작업’(Arbeit)은 철학적 사유 작업을 가리켜요. 비트겐슈타인이 전쟁에 참가한 것이 전쟁터의 한계상황에서 실존의 고통을 잊으며 철학적 작업을 하는 데 있었음을 짐작하게 해주는 구절입니다. 비트겐슈타인은 정찰선을 타고 크라쿠프와 바르샤바를 관통하는 비스와 강을 오르내리며 러시아군의 포격 속에서 철학적 작업을 해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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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일기에는 이런 표현이 나와요. “하루 종일 극도로 격렬한 포격. 많이 작업했다. 나는 아직 근본적인 생각을 얻지 못하고 있다.”(1914년 10월 9일) 철학적 작업은 참전 뒤 두 달이 지나면서 본격화하는데, 비트겐슈타인은 이때의 상황을 공성전에 비유합니다. “아직까지도 성과는 없지만 강한 확신이 있다. 이제 내 문제를 둘러싸고 공성전에 들어갔다.”(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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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내 문제와 공성전을 벌이고 있다. 벌써 여러 거점을 점령했다.”(10월 29일) 이틀 뒤에는 이렇게 쓴다. “나는 절망에 빠진 채로 문제를 향해 돌격했다!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후퇴하느니, 이 요새 앞에서 피를 뿌리고 죽는 편을 택하리라.”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입니다. “최대의 난점은 정복한 거점들을 그 안에서 편히 앉아 지낼 수 있을 때까지 방어해 내는 것이다. 도시 전체가 함락되기 전에는 언제고 거점에서 편히 지낼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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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도시 전체’는 비트겐슈타인이 설정한 철학적 구도 전체를 뜻합니다. 비트겐슈타인의 작업의 핵심은 '논리철학 논고'의 머리말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말입니다. “말해질 수 있는 것은 명료하게 말해질 수 있다. 그리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 우리는 침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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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말해질 수 있는 것’이 뜻하는 것은 이 세계, 더 정확히 말하면 이 세계의 표면입니다. 세계의 표면은 논리적·과학적 언어로 기술될 수 있지만, 그 세계 너머의 ‘의미’는 논리적·과학적 언어로는 기술할 수 없다는 것이 비트겐슈타인의 가장 근본적인 생각인 것 같아요. 비트겐슈타인이 '논리철학 논고'에서 구명하려는 것이 바로 이 ‘세계’와 ‘의미’의 명확한 구분인데, 일기에서 그 구분이 명료해지는 과정을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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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의 일기는 비트겐슈타인이 철학적 작업을 하지 않는 시간에 톨스토이의 '복음서 해설'과 에머슨의 '에세이집' 같은 영성 깊은 책을 읽고 정신적 힘을 얻었음을 알려줍니다. 에에공! 이 대목은 아부지가 성경 묵상을 아직도 놓지 않는 이유라고 해두자. 니체의 '안티 크리스트'를 읽고는 “그리스도교에 대한 적개심에 감정이 크게 동했다”(1914년 12월 8일)고 밝히면서도 “그리스도교는 행복으로 이끄는 유일하며 확실한 길”이라고 단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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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의 내밀한 기록들을 보면 그리스도교 신앙이 비트겐슈타인을 떠받친 마음의 지주였음을 알 수 있어요. 하지만 병영 생활은 비트겐슈타인의 신경이 감당하기엔 너무 거친 곳이었는지 모릅니다. 일기 속의 비트겐슈타인은 “상스럽고 악랄한” 동료 병사들에게 둘러싸여 이해받지 못한 채 모욕당하는 사람입니다. 고통을 못 견딘 비트겐슈타인은 1916년 5월 “어쩌면 죽음과 가까운 거리가 삶의 빛을 가져다줄지 모른다"라는 기대를 안고 최전방 정찰대로 자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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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군의 총탄이 귓전을 스치는 관측 망루에 배치된 비트겐슈타인은 비로소 철학적 작업의 본령으로 진입합니다. 이해 겨울 ‘개인적 일기’는 죽음의 두려움과 삶의 본능을 기록해요. “총격을 받고 있다. 총성이 날 때마다 영혼이 움찔거린다. 계속 살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 모른다!” 동시에 같은 날 ‘철학적 일기’는 이렇게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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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와 미학은 하나다.” 이어 다음과 같은 문장이 등장해요. “올바른 철학의 방법은 말해질 수 있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이며, 오직 자연과학적인 것 즉 철학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형이상학적인 것을 말하려 한다면 그럴 때마다 그가 자신이 사용한 문장의 몇몇 기호에 아무런 의미도 부여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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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의 이 문장은 그대로 '논리철학 논고'의 소절을 이룹니다. 이 소절만 읽으면 비트겐슈타인이 형이상학적인 사유를 부정하고 거부한 것처럼 보입니다. 이 일기는 비트겐슈타인의 진정한 관심사가 ‘형이상학적인 것’, 곧 삶의 의미를 찾는 데에 있었음을 알려줍니다. '전쟁 일기'는 비트겐슈타인의 마음속으로 다가가는 길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바꾸고 깨달은 만큼 행동하는 양심이 비트겐슈타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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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4.9.tue. 맑음pm5:27 진접 19도(나)"
"2024.4.9.tue.흐림.am10:28 피렌체 19도"
"왜 자꾸 나 한식 못 먹는데 김치찌개 사진 보내요. 너무해 ㅋ ㅋ"
"미안, 아부지는 입맛이 없어서 김치찌개를 시켰어요. 사진 인스타에 올린 거 보았어요. 리워야단이 욥기에 나오는 데 악어로 알고 있었거든 근데 악어가 아닌가 봐. 오늘 일정은 어땠어요?(나)"
"입맛 없으면 김치찌개 드셔야지요. 부러워서 한 번 말해봤습니다. 리바이어던이 한예종 멀티미디어 영상과 기출로 나왔거든요. 어떻게 생겼는지 묘사되어 있는 글을 바탕으로 각자 상상해 보는 걸 몇 번 해본 적이 있어요. 괴물 형태가 꽤 그럴 둣 해서요. 리바이던이 어찌 생겼는지는 저도 확실히는 잘 몰라요. 오늘 일정 차분하고 재미있었슴당. 별일 없었고 기분도 나쁘지 않았어요. 숙소 들어와서 이것저것 정리 하면서 쉬고 있어요. 내일 베니스로 갑니다. 아부지는 요?"
"아부진 릴랙스 해지고 싶어서 2시간 일찍 근무 나와서 쇼핑도 하고 김치찌개도 먹고 네게 원망도 듣고 좋아요. 일도 잘 되는 것 같아요. 이제 퇴근하면 집에서 삼겹살에 맥주 한 캔 하려고. 공부의 신을 만났어요. 공부를 훔친다는 말을 들어 봤남요? 일단 아부지가 해보고 되면 알려줄게요. 로마는 베니치아가 끝인가? (나)"
"다행 이네유 기쁜 소식. 맛있게 드시고 푹 쉬셔요.베네치아가 끝입니다. 이후에 남부 바다 '니스'잠깐 들려요."
2024.4.9.tue.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