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회전
뜻없이 새벽 어스름에 잠이 깼다 더는 잠이 남지 않은 탓이다 빗방울이 듣는 아파트 현관을 나서지 못한다 더는 갈 곳이 없는 이유이다 검게 구겨진 외출복을 벗어버린다 더는 할 일이 없는 까닭이다
저마다 안식하는 양 저마다 갈 곳이 있는 양 저마다 할 일이 있는 양 빗방울 튀는 찻길로 외출을 준비하지만 나는 끝내 그들의 외출을 이해하지 못한다
허나 공회전은 않겠다는 공회전은 공회전만도 못해 천 원짜리 매일 기도문이 놓인 책상에 촛불을 켜보는 것이나 공회전이 아닐리는 없다
이리도 심심하여 무언가는 하게 생겼다 결단은 실행보다 어렵고 이제사 죽을 것 같기도 하고 살 것 같기도 하다
첫댓글 검게 구겨진 외출복을 벗어 버린다... 연작시 '경비초소'가 끝난 것인가?
금방 다시 시작하겠지요 이제 낮설 것도 없습니다 쓸 데 없는 이야기는 집어치우고 간명하게 살려고 그럽니다 포맷한 기분입니다 다시 불이나 지필랍니다
그렇지 어차피 인생은 공회전하는 내 자신을 지긋이 바라보는 건지도 모르지...... 가을비에 건강 조심하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