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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국방부의 현재 적자는 270억 달러에 이른다." (30일, 흐마라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의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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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00대 이상의 드론 공격을 1,000회로 늘려라."(28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저녁 연설)
전투 현장에서는 예산이 모자라 쩔쩔매는데,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공격 드론 출격을 3배나 늘리라고 지시하는 게 우크라이나의 대책없는 현실이다. 드론은 서방 진영이 우크라이나에 공짜로 제공하는 물품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국내외의 드론 제조 업체로 구매해 드론 사령부와 각 부대에 배분한다.
서로 많이 달라고 아우성치는 부대들을 향해 우크라이나는 지난해(2025년) 5월 컴퓨터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센티브 포인트'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적(러시아 군인)을 사살하면 6점, 탱크나 방공시스템을 파괴하면 20점, 30점 등 전과를 올릴 때마다 인센티브( 포인트)를 제공하고, 이를 새로운 무기를 확보하는데 쓰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의 도입에 앞장선 이는 최근 국방장관직에서 쫓겨난 미하일 페도로프로, 당시 부총리겸 디지털 개혁부 장관을 맡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부총리겸 디지털개발부 장관 시절의 페도로프/사진출처:페도로프 텔레그램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28일 속보 기사를 통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날 저녁 연설(동영상)에서 "러시아에 대한 드론 공격 횟수를 하루 1,000회로 늘리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하루 300대 이상의 드론을 세 배나 늘리라는 것.
연합뉴스도 30일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을 겨눈 대규모 공습 준비를 시작했다는 러시아 국방부 발표를 전하면서 "이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공습 강도를 끌어올리겠다고 28일 선언한 것의 대응으로 보인다"고 썼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저녁) 연설에서 "지금 우리는 하루 평균 300차례 이상의 장거리 타격을 가하고 있는데, 이를 더 늘려야 한다"며 "목표는 매일 1천기의 장거리 드론을 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러시아의 정유시설 등 에너지 인프라를 집중 타격한 결과를 두고 "러시아는 사상 처음으로 휘발유를 수입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종전을 합리적으로 논의하지 않는다면 더 큰 손실을 볼 것"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말로야 상대(러시아)를 천 번 때리든, 2천 번 때리든 좋다. 군통수권자(대통령)의 추상같은 지시가 허공에 머물다 사라지지 않으려면 최소한 실행 가능한 조건인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현장에서는 실행 불가능한 지시가 계속 내려오면 당연히 무시하기 마련이고, 그 이후 대통령의 지시는 프로파간다(선전전)로 치부된다.
흐마라 신임 국방장관을 소개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출처:젤렌스키-오피셜 텔레그램
젤렌스키 대통령의 드론 공격 강화 지시가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은 우크라이나 국방예산이 이미 무려 270억 달러나 구멍이 나 있다는 점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예브게니(에브헨) 흐마라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30일 기자회견에서 "올해 270억 달러 규모의 군사비 적자에 직면해 있다"며 "내년으로 예정됐던 유럽연합(EU)의 차관 지급 시기를 앞당기거나, 개별 국가에 추가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본인도 1주일전(23일) 270억 달러 규모의 국방비 적자를 공개한 바 있다.
국방예산 부족을 메꾸려는 시도는 이미 지난 6월에 이뤄졌다. 우크라이나 최고라다(의회)가 1조 6,400억 흐리브냐(약 410억)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채택한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우크라이나는 예산을 추가함으로써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국방비를 지출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공격으로 모스크바 인근의 와일드베리스 온라인 쇼핑몰 물류창고(위)와 정유공장이 불타고 있다/사진출처:텔레그램
국방비 적자의 가장 큰 이유로는 우크라이나군이 상반기에 배정된 예산을 초과하면서까지 러시아 본토에 대한 드론 공격 강도를 높인 것이 꼽힌다. 장거리 드론 공격의 효과가 어느 정도 입증되자 고무된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공격 규모를 확대하기로 결정한 결과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드론 격추율을 95% 이상으로 끌어올리면서 진퇴양난에 처했다. 드론 격추율이 높아지니 우크라이나군은 표적 타격을 위해 더 많은 드론을 동원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로 이어진 것이다.
프랑스의 OSINT(Open Source Intelligence, 공개적으로 사용 가능한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 연구원 클레망 몰린은 엑스(X)에 "러시아 드론 공격의 성공률은 약 10~20%인데 반해 우크라이나는 최대 2~5%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언론인 유리 니콜로프도 18일의 모스크바 대규모 드론 공격 이후 "드론의 대규모 편대식 공격은 사용된 드론의 종류에 따라 비용이 20억~30억 흐리브냐(약 5천만~7천500만 달러)에 달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군대의 거의 한 달 치 식량이나 병원 건물 하나를 지을 수 있는 돈"이라고 꼬집었다.
다소 의아하겠지만, 장거리 드론 공격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든다고 한다. 미사일보다 훨씬 값이 싼 드론을 사용하는데, 무슨 돈이 그렇게? 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장거리 드론 공격에 드는 경비도 수월찮다.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 방공군은 7월 한 달 동안 우크라이나로부터 날아오는 장거리 드론 약 9,800대(하루 평균 300대 안팎)를 요격했다. 격추되지 않은 드론의 비율은 당연히(?) 발표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측 발표에 따르면 하루에 여러 대가 목표물을 정확하게 때린 것으로 추정된다. 또 우크라이나측 영상을 보면 각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는 드론이 수십 대, 수백 대가 아닌 겨우 몇 대만 확인된다. 대다수의 드론이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던 중 일찌감치 격추되거나 전자전의 영향으로 항로가 뒤틀렸을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의 류티 장거리 드론/사진출처:우크라 국방부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공격에 주로 사용하는 드론은 '류티'(러시아어로는 Лютый, 대당 약 20만 달러), 보베르(Бобер, 10만 달러), FP-1(ФП-1, 6만 달러)이다. 이 세 드론의 평균 가격은 12만 달러. 세 종류의 드론을 똑같이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7월 한 달 동안 러시아 방공망에 의해 격추된 9,800대의 드론 가격은 약 11억 8천만 달러다. 우크라이나군은 최소 약 11억 달러의 비용을 들여 러시아군의 목표물을 타격, 파괴했다. 물론, 러시아측의 재산 피해는 훨씬 더 클 것이다.
또 다른 자료에 의하면 우크라이나군은 가장 저렴한 FP-1을 많이 사용한다. 스트라나.ua는 장거리 드론 공격에 FP-1 드론이 절반, 보베르가 30%, 비싼 류티가 나머지 20%를 차지한다고 추측했다. 이 경우, 드론 한 대당 평균 비용은 약 10만 달러. 7월에 격추된 드론 9,800대의 가치는 약 9억 8천만 달러에 이른다. 우크라이나군의 장거리 드론 공격 비용은 월 약 10억 달러라는 뜻이다. 연간 120억 달러로, 우크라이나 국방예산(6월 추가 증액분 포함 2026년 국방비는 약 972억 달러)의 12% 이상을 차지한다.
드론 공격 규모를 3배로 늘린다면, 국방비의 36%이상을 차지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드론 공격에 국방예산을 거의 '몰빵'한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군인들의 봉급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서방측에 통 사정하다시피 한 패트리어트 미사일 구매 자금은 또 어쩌고? 국방부가 전시 상태로 돌아가는데 필요한 기본 경비는 남을까?
우크라이나의 자금 부족은 유럽 일부 국가들의 동향에서도 짐작된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대부분 갖고 있는 벨기에는 29일 러시아 자산을 이용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려는 유럽연합(EU) 일부 국가들의 시도를 다시 한번 차단했다.
벨기에의 유로클리어 본부/사진출처:위키피디아
테오 프랑켄 벨기에 국방장관 이날 VRT 방송을 통해 러시아의 동결 자산을 이용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자는 EU 4개국의 제안에 대해 "우리의 입장은 작년과 변함이 없고, 이 문제에 관한 한 협상이 불가능하다"며 "이 문은 완전히 닫혔다"고 말했다. EU는 러시아 중앙은행의 자산 약 2,100억 유로를 동결했는데, 이중 약 1,850억 유로가 벨기에 예탁기관인 유로클리어에 보관되어 있다.
앞서 스웨덴, 폴란드, 네덜란드, 스페인 등 4개국은 EU 정상들에게 서한을 보내 동결된 러시아 자산 활용 방안을 재고해 줄 것을 촉구하면서 EU 집행위원회가 자산 몰수를 위한 새로운 법적, 기술적 방안을 모색할 것을 제안했다.
스웨덴이 앞장서 이를 제안했는데, 벨기에가 반대하자, 폴란드와 네덜란드, 스페인이 가세한 모양새다. 하지만 벨기에는 동결된 러시아 자산의 활용 불가 방침을 바꾸지 않았다.
이에 앞서 브뤼셀은 지난해 소송과 재정적 위험을 우려해 러시아 자산을 담보로 우크라이나에 최대 1,650억 유로를 대출하는 EU 집행위의 제안을 끝까지 거부했고, 이에 EU는 어쩔 수 없이 지난해 말 대출 형식으로 2년간 900억 유로의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다.
반면, 러시아 국방부는 30일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습 준비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의 1회성 공갈포(?)에 맞서는 조치라기보다는 우크라이나의 민간 시설 공격에 대한 보복 조치라고 봐야 한다. 푸틴 대통령이 22일 "우크라이나가 민간 시설 공격으로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고 선언한 뒤 국방부는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할 준비에 나설 것이라고 즉각(23일) 선언했는데, 30일 공식 발표가 나왔다고 할 수 있다.
크렘린은 앞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경제 및 무역 기반 시설을 공격할 경우 강경 대응으로 맞설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러시아 신형 드론형 '단T' 미사일/사진출처:텔레그램
러시아의 반데롤 미사일. 드론이나 활공포탄과 비슷하다고 한다/사진출처 텔레그램@gur.gov.ua
러시아의 보복 공격과 관련, 관심을 끄는 것은 신형 드론 형 미사일인 '단-T(Дан-Т)'다.
우크라이나 군 관계자들은 28일 러시아는 2027년까지 우크라이나 공격을 위해 단-T 미사일 1만 발을 생산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T 미사일은 탄두 무게 135㎏에 사거리는 최대 500㎞다. 댄-T 미사일은 현재 러시아군이 널리 사용하고 있는 '반데롤 미사일'과 유사하지만, 반데롤은 지상 발사대에서 발사된다는 점이 다르다고 한다.
반데롤 미사일은 지난 7월 말 블룸버그 통신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해상 봉쇄에 대거 동원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러시아는 또 미사일 생산 계획을 초과 달성하고 있다는 우크라이나군 정보총국(GUR)의 보고도 지난 10일 나왔다.
키예프 상공에서 요격돼 추락하는 러시아 샤헤드 드론/사진출처:텔레그램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의 최대 고민은 러시아의 제트 추진형 게란 드론이나 반데롤, 단-T 드론형 미사일의 요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흐마라 장관도 30일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신형 제트 추진 드론 요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확인했다. 그는 "4종류의 요격 드론이 현장 시험을 거쳤다"면서도 "아직 기술력이 더욱 정교해지고, 그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세르히 베스크레스트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기술 고문은 우크라이나 제조업체들이 아직 제트 추진형 샤헤드 드론을 격추할 수 있는 요격 드론을 개발할 능력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