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의 새 부흥과 출발을 알리기 위해 대한탁구협회(회장 유승민)에서 마련한 올스타 탁구대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11월 3일부터 7일까지 대전 배재대체육관에서 열린 ‘2021 대전광역시&석정도시개발 올스타 탁구대회’는 국내 탁구계에서 보기 드문 남녀 2천만 원의 우승상금이 걸려있어 더욱 박진감 넘치게 경기가 진행됐다.
남자단식에서는 국가대표였던 김민혁(26, 한국수자원공사)이 우승후보로 지목되던 현 국가대표들을 연이어 격파하며 결승에 오른 후 테이블 위 반란에 성공하며 우승까지 차지했다. 여자단식에서는 국가대표 전지희(29, 포스코에너지)가 여자탁구 국내 최강자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번 올스타 대회를 준비한 대한탁구협회는 한국실업탁구연맹과 함께 내년 1월 한국 탁구 프로리그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국내에서 올림픽 종목인 스포츠 가운데 프로 출범은 골프, 야구, 축구, 농구, 배구에 이어 탁구가 여섯 번째가 된다. 해외에서는 중국과 독일, 일본 등이 이미 탁구 프로리그를 운영하며 자국의 경기력을 끌어올려 왔다.
가장 작은 공이 가장 큰 변화 만들어
탁구(Table Tennis)는 길이 2.74m, 폭 1.525m이고 바닥으로부터 높이가 76cm인 직사각형 테이블의 중앙에 15.25cm 높이의 네트를 설치해 놓고, 라켓을 사용해 가볍고 속이 빈 공을 상대방 쪽으로 처넣으며 승부를 가르는 스포츠이다. 상대 테이블에 집어넣은 공을 상대방이 받지 못하거나 상대방이 친 공이 내 테이블을 벗어나면 점수를 얻는데, 11점으로 이뤄진 7세트 중 4세트를 이기면 경기에서 승리하게 된다.
탁구는 빠르게 공이 오가면서 순간순간 나타나는 수많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들과 역동적인 플레이가 필요한 매우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이다. 가장 대중적인 생활체육으로 꼽히는데, 넓지 않은 장소에서 적은 인원으로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대한탁구협회는 생활체육 탁구인을 3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21 대전광역시&석정도시개발 올스타 탁구대회에서 남자단식 정상에 오른 김민혁 선수. ⓒ 대한탁구협회
탁구는 구기 스포츠 가운데 가장 작고 가벼운 공을 사용한다. 탁구공은 지름 40mm에 무게가 2.7g에 불과한데, 입김으로도 날릴 수 있을 정도로 작고 가벼우므로 라켓으로 공을 치는 순간 힘과 각도에 변화를 줘 다양한 회전을 줄 수 있다. 선수들은 상대방이 공을 받기 어렵게 전진성 회전(톱스핀)과 후진성 회전(백스핀), 좌우 회전(사이드스핀) 등을 다양하게 구사하는데, 스포츠 종목을 통틀어서 탁구공만큼 공의 변화가 다양한 스포츠는 없다.
탁구 라켓에서 뼈대를 이루는 블레이드(Blade)는 크기, 모양, 무게에 대한 제한이 없지만 85% 이상을 원목으로 해야 한다는 재질에 대한 제한이 있다. 블레이드에 부착하는 고무판인 러버(Rubber)에 대해서는 상당히 까다로운데, 전체 두께가 4mm를 넘어서는 안 되고 유독성이 있는 접착제와 부스터 오일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대세는 드라이브, 속도는 스매시
탁구 선수는 라켓을 쥐는 방법인 그립 형태에 따라 크게 두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라켓을 악수하듯이 잡는 ‘셰이크핸드(Shakehand) 그립’과 펜을 잡듯이 쥐는 ‘펜홀드(Penhold) 그립’이 있다. 라켓을 쥐는 방법은 선수의 전형과 스타일을 어느 정도 결정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셰이크핸드 그립은 양면 공격이 모두 비교적 용이하며, 수비범위가 넓고 기술들이 비교적 균형이 잡혀 있다. 탁구대에서 떨어진 중진과 후진에서 기술을 넣을 때 강점이 있다. 반면 펜홀드 그립은 상대적으로 융통성이 있고, 타법상 테이블 안쪽에 떨어지는 공의 처리에 있어 셰이크핸드 그립보다 더욱 정교하며, 재빠르고 다양해서 탁구대에 가까운 전진에서의 공격능력이 강한 장점이 있다.
왕하오, 마린, 유승민 등 세계 정상급 펜홀더 선수들이 은퇴하면서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펜홀드 그립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펜홀드 그립이 셰이크핸드 그립보다 동작 가용성이 낮은 단점이 있어 크게 밀리는 추세인데, 펜홀더 선수들은 전반적인 기술의 완전성을 갖추어야 시합에서 승률을 높일 수 있다.(저우센허 외 『올림픽 남자탁구 금메달리스트의 그립 유형별 기술사용 효율성과 시합성과 분석』 참조)
2011년 중국에서 열린 펜홀드와 셰이크핸드 그립 세계 톱랭커들이 대결 특별경기. 펜홀드팀에는 왕하오와 유승민, 마린이, 셰이크핸드팀에는 티모볼, 장지커, 마롱이 참여했다(왼쪽부터). ⓒ CFP
탁구 경기에서는 서비스, 리시브, 포핸드 및 백핸드 드라이브, 스매시, 커트, 쇼트, 푸시 등 다양한 방법으로 득점을 올리게 된다. 경기 중 선수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술은 단연 ‘드라이브(Drive)’다. 드라이브는 공에 전진회전을 걸어서 공격하는 기술로 경기기술 중 대략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사용빈도가 높다. 이 때문에 드라이브 성공률은 바로 승리로 직결된다.
선수들이 드라이브를 가장 선호하는 이유는 공에 전진회전이 걸려 마그누스 효과로 인해 급격한 포물선을 그리면서 마치 상대 테이블로 빨려 들어가듯이 탁구공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또한 공을 치는 높이가 네트보다 낮을 경우 스매시 등 다른 기술을 사용할 수 없지만 드라이브는 공을 치는 높이와 상관없이 안전하게 공격을 할 수 있다.
상대방이 친 공이 약간 높이 떠서 돌아올 때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강한 스매시(Smash)를 구사한다. 스매시는 회전보다 속도에 최우선을 둔 타법이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의 드라이브는 고속회전이 걸려있지만, 시속은 120km 정도인데, 스매시는 회전이 없는 대신 최고시속이 200km에 달한다. 스매시의 최고속도는 회전운동과 직진운동을 합쳐 만드는데, 최대의 힘을 발휘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손월일 『탁구 포핸드 드라이브와 스매시의 각운동학 분석』 참조)
다양한 전술이 맞붙는 불꽃 튀는 승부
탁구 경기는 완성도 높은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전략과 전술의 운용과 상대방에 따른 순간적인 대처능력이 시합 승패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서브권을 가진 선수는 회전이 강한 서브를 넣어 상대방이 가까스로 받아넘기게 만들고, 3구에서 선제 포핸드 또는 백핸드 드라이브를 구사하는 공격 패턴을 주로 사용한다. 이와 같은 전략은 중하위권 선수들과의 경기에서는 매우 효율적이나, 세계 정상권 선수들 간 경기에서는 서브에 대한 리시브 능력이 매우 안정적이기 때문에 사실 큰 성과를 내기는 힘들다.
서브를 리시브하는 선수는 주로 2구에서 짧은 선제 백핸드 드라이브를 구사한 뒤 4구에서 백핸드 드라이브로 구사하는 공격 패턴을 많이 사용한다. 예전에는 서브를 커트 기술 위주로 받았는데 수비적인 국면을 지양하고, 2구에서 적극적인 공격자세를 취해서 4구에서 득점 능력을 향상시키는 추세다. 다만 상대방 서브에 대한 판단 실수와 리시브 단계에서 드라이브 기술의 실수 등으로 실점할 가능성이 있다.
서브를 넣는 선수와 리시브를 받는 선수의 전략과 기술이 팽팽히 맞서면 4구 이후 서로 버티는 단계로 들어간다. 4구 이후 랠리는 예전보다 더 격렬해지고, 타구 횟수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랠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범실을 줄이고, 빠르고 다양한 전술의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안정된 기술사용 능력과 각 단계별에서 임기응변할 수 있는 기술구사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최옥진 『국가 간 남자 탁구대표선수의 단계별 득실점시스템이 시합승패에 미치는 영향』 참조)
2021 대전광역시&석정도시개발 올스타 탁구대회 여자단식에서는 전지희 선수가 우승했다. ⓒ 대한탁구협회
과거 남자탁구는 유럽권, 여자탁구는 동양권이 강하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남녀 모두 중국으로 천하통일이 됐다. 2021년 11월 현재 탁구 세계랭킹을 살펴보면 중국선수들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남자의 경우 랭킹 1위 판젠둥을 비롯해 10위권 내 4명이 포진해 있고, 여자의 경우 1위 첸멩 등 10위권 내 6명이 중국선수다.
한국 탁구는 1988 서울 올림픽을 비롯해 1990년대까지 여러 국제대회를 제패했으나 지금은 세계 정상권과는 거리가 있는 모양새다. 올림픽 금메달은 2004 아테네 올림픽 남자단식에서 유승민이 이변을 일으키면 금메달을 따낸 게 마지막이다. 2021년 탁구 프로리그 출범이 한국 탁구의 부흥을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