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M 시리즈의 정점, M8을 선보인다. 최근 20년 만에 부활한 2세대 8시리즈를 밑바탕 삼아 M5를 뛰어넘는 고성능 쿠페를 빚는다. 사실 BMW는 1989년 최초의 8시리즈를 출시하며 850CSi를 기반으로 M8을 만들 계획이었다. 그러나 M 디비전이 수익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서랍 속에 넣어뒀던 M8 프로젝트가 약 20년 만에 꽃피운 셈이다.
글 강준기 기자|사진 BMW
지난해 부활한 8시리즈는 숫자 높다고 7시리즈보다 큰 세단은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쿠페, 렉서스 LC와 경쟁하는 2도어 럭셔리 쿠페다. 최초의 8시리즈는 1989년 등장해 1999년까지 코드네임 E31로 등장한 바 있다. 총 생산량은 3만1,062대로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특유의 단단한 생김새와 강력한 심장으로 BMW의 ‘맏형’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별했던, 그러나 비운의 8시리즈
1세대 8시리즈는 1989년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데뷔했다. 길쭉한 보닛과 네모반듯한 겉모습이 독특한 매력을 풍겼다. 팝업 헤드램프와 작은 키드니 그릴도 향수를 자극한다. 엔진도 특별했다. 840Ci는 V8 4.0L 가솔린 엔진(M60B40)을 품고 최고출력 286마력을 뿜었다. 1995년 이후 V8 4.4L 가솔린(M62B44)으로 폐활량을 키웠다. 변속기는 5단 자동변속기를 기본으로 6단 수동기어를 옵션으로 제공했다.
더욱 화끈한 버전도 있었다. 850i는 V12 5.6L 가솔린 엔진(M70B50)을 얹고 최고출력 300마력을 냈고,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V12 5.4L 가솔린 엔진(M73B54)으로 갈아 끼웠다. 8시리즈 라인업 가운데 가장 고성능 모델은 850CSi. 심장에 M 배지 붙인 V12 5.6L 가솔린(S70B56) 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380마력을 냈다. 참고로 이 엔진은 개량을 거쳐 당대 최고의 수퍼카인 맥라렌 F1의 심장으로 들어갔다.
사실 BMW는 850CSi를 밑바탕 삼아 M8도 만들 계획이었다. 그만큼 8시리즈는 강력한 엔진을 얹을 수 있을 만큼 뼈대가 견고했다. 3D 툴을 활용해 골격을 정교하게 빚은 결과다. 날렵한 디자인 덕분에 공기저항계수는 Cd 0.29를 달성했다. 그만큼 8시리즈는 또렷한 개성 가진 럭셔리 쿠페였다. 그러나 M 디비전이 수익성을 이유도 반대하면서 M8 프로젝트는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최고출력 600마력 이상 전망
BMW에 따르면 M8 쿠페는 양산 직전 마지막 단계에 돌입했다. 심장에 V8 4.4L 가솔린 트윈 터보 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600마력 이상 뿜을 전망이다. 또한, 신형 M5의 M x드라이브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도 얹는다. 운전자는 버튼 하나로 뒷바퀴 굴림(FR)과 상시 사륜구동(AWD)을 주무를 수 있고, 엔진과 서스펜션 등 각각의 세팅을 입맛대로 조합할 수 있다.
겉모습은 여느 BMW 쿠페보다 늠름하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843×1,902×1,341㎜.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쿠페보다 189㎜ 짧고 3㎜ 넓으며 70㎜ 낮다. BMW 특유의 짧은 오버행도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다. 또한 지붕을 CFRP(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로 빚어 무게중심을 낮추고 키드니 그릴도 큼직하게 키웠다. 풍만한 뒷바퀴 펜더도 포인트.
이러한 겉모습도 예고편에 불과하다. 실내는 BMW 고유의 분위기를 밑바탕 삼아 고급 소재로 치장했다. 가령 새롭게 개발한 스포츠 시트는 베르나스카(Vernasca) 가죽으로 감쌌고, 대시보드와 도어트림도 모두 가죽을 씌웠다.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색감은 크롬과 알루미늄으로 식혔다. 유리로 빚어낸 기어레버와 B&W 사운드 시스템도 눈에 띄는 요소다.
또한, BMW는 M8 외에 8시리즈 그란쿠페도 추가할 전망이다. 기존 6시리즈 그란쿠페를 대체하는 모델로 포르쉐 파나메라,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의 등짝을 겨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