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에 체조하네!"
세태의 변화에 따라 요즘은 좀처럼 듣기 힘든 말이 되었지만 70~80년대까지만 해도 자주 듣던 말 중에 '달밤에 체조하고 있다!'와 '놀고 있다!'가 있었다. 그 시절을 관통한 이들은 다들 자주 들어보았을 터이다. 비꼬아서 '사람이 격에 맞지 않는 짓을 한다'거나 '남의 마음에 들지 않게 행동한다'는 뜻을 지닌 지청구다. 사는 곳 기초단체에선 아파트단지를 물고 있는 수변공원 넓은 광장을 활용해 밤 8시부터 9시까지 전문강사를 초빙해 체조를 가르친다. 가르친다기보다 시민들 체력단련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연말까지라니 그 기간 안엔 달밤도 많을 터이니 그때까지 달밤 체조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달밤체조 광장은 내가 자주 찾는 도서관 바로 건너편이어서 마이크로 체조를 지휘하는 강사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려퍼져 도서관에선 소음공해가 된다. 정말 '달밤에 체조하고 있네!'란 마음이 드는 것이다. 참가자는 줄잡아 3백명쯤 될 것 같다. 가뭄에 콩나듯 남자들도 하나씩 보이긴 하지만 지만 대부분은 여성이다. 우선 강사부터 여자이니까 왠만한 남자는 합류할 용기를 내기도 힘들 것 같다. 확실한 여성상위시대란 걸 보여주는 현장이 아닐 수 없겠다. 저녁 산책을 도서관 투어로 시작해서 하천 제방 산책로를 걷는데 이틀을 지난 추석 보름달이 체조하는 사람들 얘기가 하고 싶은지 노인을 따라 붙으며 계속 싱글벙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