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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쓸려가는 일상에서 모든 일을 잠깐 멈추고 싶을때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잠시 정지하고 싶을 때, 지금까지 돌아온 시간을 돌아보고 싶을 때, 그때가 바로 떠나야 할 때다.
그런 여행은 일상을 멈춘 여행자에게 자유를 준다.
여행은 처음가는 곳을 정신없이 돌아볼 자유를 주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안할 수 있는 자유를 스스로에게 정당하게 부여하기도 한다.
과제를 내야할 필요도 없고,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
다람쥐 쳇바퀴도는 듯한 일상을 떠밀리듯 살다가 나를 찾아야 할 때 꼭 필요한 단절감, 여행은 그것을 안겨준다.
그래서 중요한 일을 시작하기 전 각오가 필요할 때나, 힘들고 지쳐 어떤 의욕도 나지 않을 때 우리는 어딘가로 떠난다.
모든 상황을 '잠시 멈춤' 시킨 채 나 자신을 만나기 위해서다.
지치지 않고 다니던 여행을 잠시 정지시킨듯한 시간이 흘렀다.
2018년 들어 8월말이 될때까지 5개월간이나 여행준비를 했다.
이미 준비단계부터 여행은 시작되는 것이나 출발일을 기다리며 반복적 일상을 살아내는 일에 서서이 한계가 오고 있었다.
그럴 때 망설이지 말고 예정한대로 무조건 떠나야 한다.
오지탐험하듯 떠나는 여행도 좋고 크루즈여행처럼 타고 있으면 밥주고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그런 여행이라도 좋다.
'타고만 있으면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여행'에 너무 촛점을 맞춘 탓일까 첫번째 기항지인 슬로베니아 코페르에서 에피소드 하나를 만든다.
여행길에서는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느닷없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다.
때로는 길을 잘못 들 수도, 사람을 잘못 만나 봉변을 당할 수도, 갑자기 비를 만나거나 폭풍을 만나 발이 묶일수도 있다.
아무리 발을 굴러도 소용이 없을 때가 있다.
지난번 2012년의 유럽여행에서처럼 비행기를 놓치는 일도 벌어진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다.
베니스를 출발한 크루즈는 첫번째 기항지 발칸반도의 슬로베니아의 코페르(KOPER)에 도착한다.
슬로베니아는 1991년 유고연방에서 독립한 인구 약 200만명으로 수도는 류불랴냐(Ljubljana)인 나라다.
첫 번째 항구에 내려 타고온 크루즈를 찍어본다.
위풍당당 하기도 하여라.
지도에서의 위치처럼 코페르에 크루즈가 오전 7시에 도착한 것이다.
이 곳에서 아랫쪽 이졸라를 거쳐 피란(Piran)까지 한나절을 이용하여 다녀오는 일정을 진행한다.
크루즈는 오전 6시에 코페르에 도착해서 준비를 마치고 오전 7시부터 크루즈 문을 열고 승객들이 나갈 수 있게 한다. 코페르에서 다음 기항지 크로아티아로는 오후 4시에 출발을 한다.
크루즈 첫번째 기항지라서 그런지 여권을 필수 지참하고 나가게 한다.
크루즈로 다시 들어갈 때는 유럽 입국 도장을 이곳에서 찍어준다.
그 후로 도착하는 항구에서는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슬로베니아는 쉥겐조약 가입국이다.
이 조약에 가입한 국가들 간에는 국경 통과시 검문검색폐지, 여권검사면제가 적용되는 조약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슬로베니아등이 쉥겐조약국이고 크로아티아는 쉥겐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이다.
코페르는 작은 도시라는 것을 알았기에 크루즈가 정박해 있는 동안 코페르만 여행하기보다는 근처에 있는 도시 피란에 다녀올 계획을 세워 떠났었다.
버스를 탈 수 있는 곳 지도를 출력하여 준비해 갔다.
피란으로 갈 수 있는 버스정류장을 물어서 걸어가보니 크루즈가 정박한 항구에서 가깝다.
막상 가보니 버스 터미널인줄 알았는데 간이정류장 이다.
정류장에는 피란에 오가는 버스 시간표가 있다.
시간표에서 보듯 코페르에서 피란 가는 버스는 한시간에 두 세 차례로 자주 있는 편이다.
7시에 크루즈에서 나와 정류장에서 좀 기다리다가 입간판 시간표에 있는 7시 27분 버스를 탔다.
실제로 버스는 7시 30분에 왔다. 이 정도 늦는거야 애교로 봐줘야지.
40여분 버스를 타고 가니 피란(Piran)에 도착한다.
요금은 3.1유로인데 운전수가 돈을 직접받고 영수증을 출력하여 준다.
슬로베니아는 유로를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여행에서 여러 통화를 사용해야 하는 일을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다음번 도착지 크로아티아는 자국통화를 사용하는 나라여서 불편했는데 그보다도 작은 나라인데 유로를 사용하니 여행객들에게는 아주 편리한 일이다.
피란은 인구 1만6천 명의 작은 도시이다.
코페르에서 버스로 40분 걸리는 곳이다보니 코페르에서 당일로 다녀오기 알맞은 도시였다.
피란의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걸어서 타르티니예브 광장으로 가본다.
타르티니니예브 광장은 피란 출신으로 18세기에 활약한 바로크 음악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주세페 타르티니(1692~1770)의 이름을 본뜬 것이다.
광장에 이렇게 바이올린과 활을 들고 있는 그의 동상이 있다.
주세페 타르티니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이 광장에 동상을 세운 것이다.
도시의 형태는 중앙광장에 정부 건물이 있고, 그곳을 중심으로 타운이 형성되어 있다.
바닷가쪽으로 가니 아주 작은 규모의 교회가 앙증맞게 서 있다.
동방 정교회의 교회이다.
그리스, 러시아등 동유럽의 지역에서 사도시대(예수 탄생 후인 AD30년경)부터 발전한 그리스도교의 총칭으로, '그리스 정교회' 또는 '동방 정교회'라고도 한다.
동방정교는 결혼한후 성직자가 되는 것을 허용했으며, 로마교황을 다른 주교들보다 높은 위치와 권력을 가진 이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대립속에서 1054년 결국 동서로 분열하여, 예루살렘, 안티오키아, 알렉산드리아, 콘스탄티노플을 배경을 한 정교회와 로마를 배경으로한 로마카톨릭교회로 분리되었다.
제4회 십자군의 서유럽 병사가 콘스탄티노플을 공격했기 때문에 서방 그리스도교가 비잔티움 제국에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게 되어, 양 교회의 대립은 한층 깊어졌다.
1453년 콘스탄티노플은 오스만제국에 의해 멸망했고,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하의 동방정교회는 19세기 중엽에 그리스가 터키로부터 독립하기까지 약 350년 동안 터키의 지배를 받게 됐다.
비잔티움 제국이 터키의 지배하에 있었던 동안은 러시아가 그 대신 정교의 대 보호국이 되었다.
그리하여 동방정교를 그리스정교, 러시아정교라고 부르는 배경이 된다.
로마를 배경으로 한 서방교회는 1517년 루터에 의한 종교개혁으로 다시 두 개의 분파로 나뉘어 현재의 로마카톨릭교회와 개신교(프로테스탄트)가 탄생하였다.
이렇듯 카톨릭은 한 뿌리에서 로마카톨릭, 동방정교, 개신교로 분리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동방정교는 그리스정교, 러시아정교, 처럼 각나라별로 슬로베니아는 '슬로베니아 정교회', 세르비아는 '세르비아 정교회'라고 불리우게 되는 것이다.
동유럽과 서유럽을 여행할때 성당이나 교회에 볼거리가 많기 때문에 주요 관광지다.
이때 이런 정교회와 로마카톨릭, 개신교가 분리된 과정을 이해하고 성당이나 교회를 돌아보면 이해도가 달라진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피란에 도착하여 광장을 돌아보고 요새에 올라본다.
아드리아해 다른 해안도시들 처럼 산위에 마을을 둘러싼 성벽이 있고 성안에 올드타운이 형성되어 있는 모습이다.
이런 도시들은 전형적인 모습의 올드타운을 성에서 내려다 볼 수 있다.
이 작은 성벽에 올라가는 입장료는 2유로이다. 입장료가 엄청 싼 느낌이다.
성벽 위로 올라가서 내려다 보는 올드타운의 모습이 참 이쁘다.
사실 눈으로 보는 마을 전경보다 사진기에 담는 전경이 더 멋진 피란이라고 느껴진다.
빨간색 기와지붕이 돋보이는 아드리아해 연안의 발칸반도쪽 나라 도시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성벽과 어울어진 풍경이 사진빨하나는 기가 막힌다.
이곳은 '여행을 하러 오는 곳'이라기보다는 '사진을 찍으러 오는 곳'이라고 말하는게 훨씬 더 잘 어울릴것 같은 모습이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여행자에게는 참으로 매력적인 도시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한다.
중앙광장의 정부청사 건물들과 그 주변에 형성된 올드타운 중심부가 내려다 보인다.
돌아볼만한 것은 크게 없지만 이렇게 사진을 찍기에는 그만인 도시이다.
성으로 올라오기전 지나쳐온 광장과 주변 건물들의 모습이 내려다 보인다.
마을 규모가 작아서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어도 들어가 추천 여행지를 물어보고 말고 할게 없을것 같다는 생각까지 드는 피란 이다.
올드타운 안의 인구는 4천 명 정도라고 읽었던 기억이 있다.
육지쪽에서 쳐들어오는 외침을 막으려고 성벽을 쌓았나보다.
그런데 도시규모가 작아서 그런지 성벽의 두께나 이런 것은 아주 얇게 느껴지는 성벽이다.
이런 고성을 보는게 참 좋다.
중세로 시간여행을 떠난것 같아서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색적 풍경이어서 그런것 같다.
물이 맑아서 그런지 해변가에 모래사장도 없는 비치인데도 수영하는 사람들이 있다.
방파제 역할을 하는 큰 돌위에 옷을 벗어두고 바다로 바로 들어가 수영을 하고 있다.
성 유리야(영어로는 성 조지아) 교회가 내려다 보인다.
1344년 피란의 수호성인 성 조지를 기면해 세운 교회다.
이 지역이 오래전 베네치아 공화국의 통치하에 있던 지역이다보니 종탑은 베니스 산마르코 광장에 있는 종탑을 본떠 만들었다.
이 교회는 구시가 높은 언덕에 자리하고 있어 여기서 내려다보는 구시가의 모습이 멋지다.
이 지역에는 슬로베니아 정교, 이슬람교, 카톨릭의 종교가 혼재되어 있는 나라다.
도시 어느 곳이나 교회가 가장 큰 건물중 하나다.
성에서 내려가 성 유리야 교회로 가본다.
구시가의 모습이 가까이서 잘 내려다 보인다.
역사적 건축물과 해안선이 잘 어울어진 그림같은 도시지만 워낙 작아 크게 볼거리는 없다.
교회가 워낙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시내를 내려다보는 뷰가 끝내준다.
올드타운으로 내려가 골목길을 거닐어 본다.
모든 길은 중심 광장으로 이어진다.
어느 각도에서 내려다 보던 올드타운 사진이 기가막히게 나온다.
파란색의 바다와 어울어진 빨간색 기와지붕의 마을이 참으로 이쁘다.
버스를 타고 이 도시에 와보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한나절의 관광으로 도시전체를 이해하며 여행하기에는 물론 한계가 있다.
코페르도 그렇고 피란도 그렇고 도시라고 하기에도 작은 규모의 도시들이다.
구시가지의 경우 돌아보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코페르의 경우 사실 크루즈 기항지로 포함이 되어있는 도시다보니 크루즈 일정안에서 효율적 여행을 위해 피란과 묶어서 여행을 했다.
만약 일부러 이곳만을 따로 목적지로 정해 여행왔다면 도시규모가 작아 실망 했을 법하다.
다만 피란의 올드타운은 사진이 이쁘게 나오는 도시라서 규모는 작으나 위로가 된다.
피란은 사진찍기 안성맞춤의 여행지라서 크루즈로 코페르에 도착하여 한나절 시간을 내서 다녀오는 정도로는 안성맞춤인 도시였다.
문제는 다시 코페르로 돌아가다가 발생했다. 어떤 사건이었을까?
여행 Tip 1
코페르(Koper)에서 피란(Piran)까지 버스는 자주있는 편이다.
버스요금은 2018년 8월 31일 현재 3.1유로(4,000원)이다.
요금은 차에 타서 운전수에게 직접 지불하면 된다.
소요시간은 막히지 않은 아침 이른 시간기준으로 40분 소요된다.
여행 Tip 2
이등변 삼각형 모습을 한 피란 방어를 위해 만든 성벽의 입장료는 2유로(2,600원)이다.
이 성위에 올라가 도시전경 사진을 찍으면 기가막히게 나오니 놓치지 말자.
즐거운 유럽여행! 함께 나누는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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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