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朝鮮칼럼 The Column
[朝鮮칼럼] 이것은 애도가 아니다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입력 2023.11.08. 03:20
https://www.chosun.com/opinion/chosun_column/2023/11/08/DVDQRZBTF5HLZILZ4ODQD6U4HQ/
※ 상기 주소를 클릭하면 조선일보 링크되어 화면을 살짝 올리면 상단 오른쪽에 마이크 표시가 있는데 클릭하면 음성으로 읽어줍니다.
읽어주는 칼럼은 별도 재생기가 있습니다.
뉴욕 9·11 메모리얼 박물관
가장 문명적 애도를 목격했다
복합 쇼핑몰도 일상과 추모 공존
우리 세월호와 이태원은 어떤가
미안하고 고맙다니
참사 기억 들이대며 정쟁 도구로
단언컨대 이것은 애도가 아니다
2023년 9월 10일 9.11 테러 22주년을 맞아 뉴욕 맨해튼 그라운드 제로에 있는 9.11 기념관 및 박물관을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동물도 죽음을 애도할까? 미국의 행동생태학자이자 코끼리 전문가인 케이틀린 오코넬에 따르면 동물도 장례를 치른다. 우두머리 암컷 코끼리가 안락사하자 두 친구 코끼리가 조용히 죽은 친구를 방문하고 주기적으로 죽은 친구의 몸에 흙을 뿌려 덮어주었다는 것이다. 침팬지 역시 비슷한 행동을 보였다. 나무에서 떨어져 죽은 침팬지 위로 다른 침팬지들이 나뭇가지를 꺾어 떨어뜨렸다.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고, 시신을 지키며, 매장하는 것이다.
인간의 애도는 특별하다. 죽은 이를 향한 살아있는 이들의 배웅은 일회성 행동에서 멈추지 않는다. 고대 로마인들에게도 ‘경이로운 고대 유적 관광지’였던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떠올려 보자. 왕의 죽음을 기억하고 애도하며 그 부활을 기다리기 위해 사막에 그런 엄청난 구조물을 세웠다. 인류 문명은 어찌 보면 죽음 앞의 성찰과 애도에서 탄생한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애도의 영향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인간은 죽음의 원인을 밝히려 들기 때문이다. 특히 그 죽음이 자연스럽지 못한 경우, 어떤 재난이나 재앙에서 비롯했을 경우, 같은 종류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끔 최선을 다한다. 진정한 애도는 과거에서 시작해 미래로 향한다.
미국 맨해튼에 있는 9·11 메모리얼 박물관에서 우리는 가장 문명적인 애도를 목격할 수 있다. 화창하고 평화로운 화요일 아침, 이슬람 극단주의 집단 알카에다의 조직원 19명이 민항기 네 편을 납치했다. 그중 하나는 불시착했고, 한 대는 미 국방부 건물 펜타곤에 충돌했으며, 두 대는 세계무역센터의 ‘쌍둥이 빌딩’에 차례로 부딪쳤다. 3000명에 가까운 이가 목숨을 잃고 2만5000명 이상 부상자를 낳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테러 사건이었다.
이 상처를 어떻게 회고하며 극복할 것인가? 테러 직후부터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결국 오랜 숙고 끝에 테러 10주년에 맞춰 9.11 메모리얼 박물관이 개장했다. 이스라엘 특공대 출신의 젊은 건축가 마이클 아라드는 쌍둥이 빌딩이 서 있던 자리에 검고 거대한 인공 폭포 두 곳을 지었다. 엎드려 울기 적합한 각도의 난간에 생전 관계를 고려하여 사망자들 이름을 배치했다. 섬세하게 방울져 떨어지는 물은 마치 끝없는 슬픔을 상징하듯 바닥이 보이지 않도록 깊게 파인 구덩이로 빨려 들어간다. ‘부재(不在)의 반추’(Reflecting Absence)라는 이름에 걸맞은 정중하고 엄숙한 애도 공간이다.
9·11 기념 공간의 특별함은 메모리얼과 박물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기존 세계무역센터 부지를 다시 개발하여 만들어낸 상업 공간까지도 추모의 뜻에 헌정되어 있다. 무려 12개의 지하철 노선과 기차가 지나가는 환승역이자 쇼핑센터인 오큘러스가 바로 그곳이다.
검은 인공 폭포 내지는 호수 앞에서, 슬픔을 딛고 날아오르기 위해 날개를 펴는 흰 새 모습을 한 복합 지하 쇼핑몰이다.
9.11 테러 22주년을 맞은 지난 9월 10일 뉴욕 맨해튼의 그라운드 제로에 있는 9.11 기념관 및 박물관 근처의 웨스트필드 세계무역센터(일명 오큘러스) 모습. /AFP 연합뉴스
상업 공간으로 추모를 한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직접 보면 말이 된다. 눈물이 흐르는 검은 폭포 옆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삶을 형상화하는 하얀 새가 앉아 있다. 오큘러스는 애플스토어를 비롯해 온갖 럭셔리 매장이 자리 잡은 곳이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상업 공간 중 하나다. 하지만 추모를 위한 건축물이기도 하다. 삶과 죽음이 분리될 수 없듯 애도와 일상도 나누어질 수 없다. 9·11을 겪은 뉴욕은 그 당연한 진리를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로 돌아와 보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세월호 방명록에 쓴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나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분명한 건 특정 정당과 이념 세력의 선동 속에서, 대형 참사 앞에 누군가를 단죄해야 ‘정의’라고 믿는 이들의 그릇된 신념이 득세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신속 제정하자며 밀어붙이는 민주당을 바라보는 민심은 싸늘하기만 하다.
뉴욕은 9·11 테러를 기억하며 미래를 기약한다. 가장 깊은 슬픔과 가장 높은 이상을 함께 말한다. 반면 우리는 참사의 기억을 들이대며 정쟁 도구로 삼으려 드는 비열한 태도가 정치권에서 아무렇지 않게 통용되는 나라에 살고 있다. 3년상을 치를지 5년상을 해야 할지 싸웠던 조선 시대 당파 싸움이 차라리 고상하게 보일 지경이다. 단언컨대 이것은 애도가 아니다. 우리는 죽음과 문명을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야 한다.
참고인
2023.11.08 06:17:43
슬픔을 강요하고 증오와 저주의 굿판으로 이득 챙기려는 자들은 악마다. 악마에게 홀리면 약도 없다.
답글작성
29
0
기쁨 기도 감사
2023.11.08 06:25:01
시체와참사를 정귄탈취수단으로 감성팔이하는 더불어앵벌이당의 교활하고 잔인하며 사기적인 선동질의 인간이길 포기한 버러지들.
답글작성
24
0
ziliz
2023.11.08 07:15:39
시체팔이가 돈이 되고 득이 되니 섞은 것에 벌레 꼬이듯이 모여든다.
답글작성
14
0
system
2023.11.08 07:55:09
이런 너무나 당연한 말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기개있고 용감한 필자가 있음에 감사한다. 종북 얼치기 좌파들은 죽음의 야스쿠니 사원을 만들어 놓고 민주화 운동 희생자 뿐 아니라 온갖 사고 희생자들을 강제로 합사해서 끝없는 정쟁의 선동장으로 악용해 왔다. 국민들이 저들의 비열한 음모를 깨닫고 하루바삐 저들의 음침한 온상 - 죽음의 야스쿠니 사원을 저들과 함께 이 땅에서 영원히 추방해야 한다.
답글작성
4
0
둥이할머니
2023.11.08 07:43:45
님의글을 읽고 이나라 정치인과선동꾼들에게 더 분노의마음이 일었습니다.이제 이나라에는 무슨사건이,사고가 났다하면 걱정이 앞섭니다.저건또 언제까지 우려먹을까싶어,불의의사고로 떠난건 같은데 왜 이렇게 애도의마음이 다를까요 미국과 한국이 다른나라여서,아닙니다 미국은 가신님들에게 참 애도를,이나라에선 가신님들을 정치도구화해서 입니다.언제 이런짓이 사라질까 이젠 그것을 생각하는 우리국민들의 마음이 불쌍합니다.
답글작성
4
0
소망
2023.11.08 07:56:33
자식의 죽음을 이용하여 나랏돈을 뜯어 내려는 모리배들입니다. 거기에 편승해 정권을 잡고 국회의원 해보겠다고 부추키는 것은 정상배들 입니다. 너무 심한 말인가요? 아닙니다. 더 심한 말이 생각나지 않아 이 정도로 표현합니다.
답글작성
3
0
낭그래
2023.11.08 07:12:24
우리나라는 정치가 중심이 되면서 모든 것들이 쑈가되고 말았다. 정치꾼들이 설치면서 비뚤어진 사회관계가 지금도 버젖이 마치 정의인양 통용되고있는 것이다. 사회정의를 잃어버린 현세대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누가 힘이더세냐? 누가 돈줄을 틀어 쥐고있나? 누가 거짓일지라도 표를 많이 확보하고 있느냐에 따라 움직이는 거짓과 술수가 난무하는 모습이다. 국민들은 이미 거짓 선동에 길들여져서 참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하는 의식마비상태가 되어간다. 세상의 종말이 바짝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이다. 거짓말이 통하는 법원이라니... 평형수장치가 고장난 배와 같다. 침몰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한심한 사호로 전락하는 대한민국이 되고말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들만 정신차리면 그나마 희망은 있는데...
답글작성
3
0
CS06
2023.11.08 07:01:00
애도하는것들 지들 부모는 잘 챙기나 몰라.
답글작성
3
0
굿엉클
2023.11.08 08:26:26
당연히 애도 아니지 정쟁이고 표팔이고 증오고 편가르기지, 그러니 대다수 국민은 이태원도 외면하는거지 사기꾼 이재명만 값싼 동정표 몇장 얻으려고 오냐오냐 하는거고..
답글작성
0
0
구스타프
2023.11.08 08:25:05
애도를 하고 싶어도 좌8이 소리 들을까봐 근처에 가기도 싫다.
답글작성
0
0
무신
2023.11.08 08:01:19
그럼 윤석열이는? 죽은 영혼들 가까이는 가지도 못하는 무속신앙자를 어떻게 설명할건데!!!애도하고 추모하는것도 다른나라와 비교하면서 해야하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