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카메라는 든든한 자식 같은 존재이기도 하고 우리 식구들을 먹여 살리는 일꾼이기도 하다.
피붙이나 다름없기에 카메라가 아프면 같이 아파했다.
몸살이 나면 정성스레 치료(?)하고,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나면 실컷 부려먹었다.
하긴 내 분신이 되어 전국을 휘~저으며 함께 추억을 일구어 냈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어찌 다 적겠는가.
터키 소피아성당에서 카메라가 검색대에서 뚝 떨어져 골절상을 입었고
제주도 왼딴섬 우도의 산호사 바닷물 위에서도 잘도 버티었다.
인도의 모래바람에도 끄덕 없었고 주인은 콜록콜록~
영하 30도 백두산에서도 멈추지 않고 묵묵히 임무를 수행한 내 가족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렸다.
드라마 '에덴의 동쪽'의 유치한 피붙이 스토리 보다 묵묵한 감동을 준다.
그러나 허리가 휘는 중노동, 한해 한해 늘어나는 나이는 어쩔 수 없나보다.
그렇게 잘 나갔던 놈이, 실은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번 부산 갔을때 되돌이킬 수 없는 중병에 걸렸다.
우선 증상은 사진의 아래 1/3 부분이 시커멓게 나오는 것이었다.
참으로 난감하다.
몇 년 전 삼양대관령목장에서 일생일대의 민들레 밭을 보고 흥분했을 때
갑자기 카메라가 고장 나 눈물을 머금고 철수한 적이 있었다.(당시 300D)
그래도 이번 부산은 철수까지는 안했다.
1/3 까만 부분을 짜를 것을 감안해서 찍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세로로 찍거나 뒤집어서 찍으면 정상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로 세로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크롭할 것을 감안해서 ~
그런데 이 못된 암세포가 그것마저도 용인하기 싫은가보다.
세로사진까지 전이되더니 옆으로 두툼한 먹줄을 그어놓은 것이다.
유일한 길은 사진을 찍지 않거나 거꾸로 찍는 방법 뿐~
사진을 찍지 말라는 것은 내게 숨을 쉬지 말라는 것과 같은 말
해운대 해수욕장.
날이 따뜻해 많은 사람이 해변에 나왔다.
거기서 난 기괴한 폼으로 사진을 찍었다.
다른 사람이 보면 제 정신이 아닌 사람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찍은 것이 해운대야경, 갈매기 사진, 만어사 일몰사진이었다.
막상 사진 보는 사람은 모른다. 이것이 얼마나 힘들고 쪽팔린 일인지.....
어제는 아버님 카메라를 빌려 운두령을 다녀왔고
오늘 기어코 시간을 쪼개 카메라 종합병원(A/S 센타)에 갔더니
셔터박스에다가 미러박스까지 고장이다. 이를테면 카메라의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혹시 직업이 뭐예요?”
“왜요?”
“사진 컷 수가 무려 20만 컷이나 되서요. 이렇게 찍은 사람이 별로 없거든요.”
말이 20만 컷이지 3년이면 매일 180컷씩 찍은 셈이다.
수리비가 무려 82만원 이란다. 환율, 부품인상때문인데 기절하는 줄 알았다.
“으~윽”
담당 직원도 선뜻 수리하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당장 다음주에 지방 출장가야 하는데 총이 고장났으니 전쟁터에 나갈 수 도 없다.
"수리하느니 차라리 새 것을 사겠다. "
결국 마이너스 통장+ 달러빚(^^)까지 다 써가면서 기어코 새 카메라를 손에 쥐었다.
불탄 포장마차 새로 개비한 것이나 마찬가지
그리고
평소 꿈에 그렸던 EOS 5D MARK2.
이렇게 우여곡절 속에 카메라를 갖게 되었지만 마음은 무겁다.
가정 형편상 이렇게 큰 돈을 쓸 처지가 못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샀다. 난 프로니까~
정수 맘이 얼마냐고 묻는다.
“그냥~ 싼 것 샀어.”
3년 전엔 이렇게 슬쩍 넘어갔는데~
오늘 기어코 통장잔고마저 들켰다.
“오늘부터 한 달 동안 한 끼씩 굶어”
이러다가 대장 뱃가죽이 붙어 피골이 상접되어~ 모놀 식구들이 못 알아볼까봐 걱정이다.
이쯤되니까 카메라 값이 얼마인지 궁금하겠지. 묻지 마시길~ 조회도 하지 마시실~~
무진장 괴롭고 미안하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나의 로망을 얻은 기분은 끝내준다.
이를테면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펄쩍~'
난 경쾌한 셔터소리만큼이나 행복하다.
풍부한 기능과 다양한 스펙~
몇 번 만져보았는데 진작 바꾸지 않는 것이 후회될 정도다.
조강지처를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젊고 싱싱한 후처를 얻은 기분이라고 할까~
대장이 이렇게 간사하고 철이 없다.
주인을 위해 목숨바쳐 일한 옛 카메라와 너무나 행복한 작별을 고하고 있단 말이다.
첫댓글 ㅎㅎㅎㅎㅎ 우째 ~~~~ 대장님 먹을거만 해결되면되나요? 하루에 한사람씩 만납시다^^ ~~~~ 이 글을 읽으면서 난 무엇에 이만큼 애착을갖을수있을까~ 생각해봤답니다~~~!! 그 애착이 참 아름다워요 !!!
대장님 그 기분이 옛날옛날 새댁시절에 월급쟁이 남편 월급 쪼개고 모테고해서 13평 신접살림에 어울리지도 않은 고급스런 살림살이 장만한 그런 기분이랑 많이 비슷하다하면.... 수긍하실런지 ㅎ ㅎ ㅎ ㅎ 워낭소리에 나온 황소처럼 소명을 다해준 대장님과 동고동락해준 '그 카메라'엔 경의를!, 새 카메라엔 행운과 무병장수??? 건강을! 축하드려요
푸하하하하하하~~~~~
우짜노~~ 쌀이라도 쪼매 보내드려야 겠네~~~ 그래도 우리는 좋~~다 더 좋은 사진 볼 수 있을테니까~~~축하해요.^^
새로운 애인이 생겼으니 한끼 굶어도 배부르시겠지요? 행복한 미소가 보입니다. 덕분에 저도 행복합니다. ㅎㅎ
오~우 수명을 다 한 그 카메라에게 경의를 보냅니다,새 카메라를 손에 넣으신 대장님께도요, 카메라의 눈부신 활약 기대만발입니다~
오랫동안 손안에 두었던 카메라와의 이별에 심심한 애도를 ㅎㅎㅎ 어른들이 이야기 하기를 가는 손님은 걍~ 버려두고, 오는 손님은 맨발로 뛰어나가 맞으라고 했습니다. 새 식구와 오래도록 건강하게 해로하시기 바랍니다. ^^
오랫만에 한마디 합니다.....걍~!! 축하드립니다. 후처와의 알콩달콩함을 기대해보겠습니다......화이팅!!!
제 친구도 이번에 그 카메라를 샀는데 정말 화소가 정말 좋더라구요 예전 카메라 사망은 안된일이지만 덕분에 저희는 더 좋은 사진 만나게 되었습니다
비싼 모델료 낼 자신이 없어서 감히 그 앞에 어찌 스오리까~~~근데, 모델도 새모델로 세워야 하는 건 아닌지요????
친척들과 임진강 한우마을 가려고 검색하는 순간 대장님의 글과 사진이 떴어요... 자세한 설명과 안내와 더불어 멋진 사진 밑엔 '여행작가 이종원' 이 보무당당하게 씌여있었죠..대장님에겐 무엇보다 귀중한 살림밑천인데.~~정수 가족, 모놀가족을 위해 화이팅 !!! 합니다^^*
저...일수아줌마 하고 싶은데....딸라 필요하시면 연락주삼...ㅋㅋㅋ
어쨌거나 전쟁에 총을 안갖고 갈순 없는 노릇이고... " 경쾌한 샤터 소리 만큼이나 행복하다 " 는 대장이 있어서 행복한 모놀가족들 생각해서... 멋진 작품 많이 만들길 바랍니다. 축하합니다.
이번에 운두령 가서 돼지머리 놓고 고사 지낼까요? 오래오래 무병장수 하라고.
20만 컷... 더 이상 할말이 없네요. 열심히 살아오셨고, 살아가실 이종원님 건강하세요~
이별의 슬픔과 만남의 기쁨 희비쌍곡선입니다. 수고한 카메라에게 경의를 새로온 카메라에겐 환영을 . . . ㅎ ㅎ
조강지처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젊고 싱싱한 후처를 얻은 기분~싱싱한 후처 살살 달래가며 잘 길들시고 오래오래 해로 하십시요~ㅎㅎ지금도 사진이 좋은데,앞으로의 사진,더욱 기대 됩니다..마이너스 잔고가 걱정이긴 하지만..히힛
ㅋㅋㅋ 아쉽긴 하나..새것이 좋으시죠?
한끼씩 한달만 굶어서 카메라 생긴다면 남는 장사입니다. 부인 잘 만난 것 갘사하면서 사십시오.
에고고카메라 장례식은 치루셨나요그래두대장님 새카메라 들구 또 바쁘게 셔터 누르실거 생각함 새로운 힘이 나시죠
마이너스 통장은 신경이 쓰이지만 새 카메라 들여다 보며 예쁘고 대견해서 이리 보고 조리 보고 흐믓해 할 대장님 표정이 보이는듯 하네요~~~
우와~..ㅎㅎ..전 궁금해서 가격 조사해 봤어요~~ㅎㅎㅎ...부럽다~~..나도 정수엄마 같은 마누라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ㅎㅎ 대장님 더 멋진 사진 미리 감사드려요~~ㅎㅎ..
하쿠나 마타타...세계 테마여행 보셨으면 뭔 말인지 아시쥬?...다 잘 될 거예요..마이너스 통장을 플러스로 채워주실거니까요..ㅎㅎ
에구....날마다 로또 생각하다가 잠도 못 잔 내 신세...피~~앙~팡 돈 많아 대장님 카메라 항 개 사 주면 을매나 좋을까? 꿈만 꿔대고....ㅠㅠ 그래도 희망잃지 않고 날마다 숫자 맞추고 있슴다. 잘 하셨어여. 그래두 그거이 직장열쇠인디...ㅎㅎ 올해 그 후처뇬 끌어안고 돌아댕길 대장님 생각하니까 기분은 좋슴다. ㅎㅎ
아내가 대장님 카메라 구입했다고 글 올려졌다기....저는 아직까지 20D 잘 달래가면서 사용중인데, 꿈에 그리던 카메라를 구입하셨군요.우선 감축드립니다. 좋은 일 있을 겁니다. ^^,
나도똑 같은 증상으로 S2 Pro 보내 부렀는데 수리비가 장장 80 만원이라 .. 결국 보상판매를 해준다꼬 해서 산 카메라 인데.그래도 더 멋진 넘 저질렀으니 더욱 좋은 작품으로 복구 하시길.
오디막투를 지르셨군요~~~ 저도 500만 화소 카메라 하나 질렀는데.. 답사가서 보여 드릴께요(대기자 면해 주시면... ==3==3)
아픔이 있으면 기쁨도 있는것이네요 카메라 없는 대장님은 안꼬없는 찐빵이지유 힘내세요
대장님 저도 검색해봤시유. 제 남편도 재작년에 아들한테 카메라 백삼십오만원짜리 사주곤 허리 휜다고 엄살폈는데 한달동안 한끼 굶으셔도 되겠어요. 뱃살도 좀 빠지시고...
거금 350만원의 케논 최신형! 축하드림니다. 저는 구형 5D정도 구해볼랍니다.
벌써 새로 카메라를? 의아하게 생각되었는데 3년 20만 컷이면, 정말 대단하군요,, 2100만 화소,, 덕분에 모놀 가족들은 생생한 여행을 앉아서 할 수도 있겠습니다. 예고없는 출혈이 많이 아프시겠지만서도,,,멋진 결과물로 위안이 되실겁니다.
오늘 이글을 보고 검색해 봤네요. 정말 한끼씩 굶으셔야 겠던데요.ㅎㅎㅎㅎ 좋은 작품 많이 찍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