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블랙리스트’ 명단을 작성한 뒤 유포한 사직 전공의가 구속되자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해당 전공의를 두둔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온라인 집단 괴롭힘(사이버불링)을 주도한 가해자를 ‘피해자’로 규정하는 상황에 이르자 의료계 내부에서도 “옳고 그름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행태”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하지만 집단 괴롭힘을 주도한 가해자를 피해자로 규정하고 무작정 이를 엄호하는 의사단체의 행태는 되레 국민 반감만 키운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본 의사들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지적이다.
수도권의 한 병원장은 “자신들 이익에 반하는 의사를 공격하고 국민적 분노를 일으키는 행위를 두둔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고, 의사단체의 장래를 볼 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면서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집단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을 따돌리는 건 깡패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도 “옳지 못한 행동이었고, 필요한 행동도 아니었다”며 “(의협의 옹호 발언이) 되레 대다수 전공의에게 블랙리스트 작성을 장려하는 것으로 비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강희경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구속할 사안인지에 대해서는 판단이 다르더라도 이는 명백한 사이버불링 가해자의 구속으로 봐야 한다”며 “주변 동료를 타깃으로 피해를 준 행위인데 범죄가 아니라고 옹호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