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신앙(창남교회) 24-4, 집사님은 라테입니다
‘약속 시간에 늦으면 커피를 사 가라’고 했다.
커피 한 잔으로 수습이 안 될 만큼 늦지 않는 이상
그 한 잔으로 얼어붙으려던 상대의 마음을 녹일 수 있다는 뜻이다.
어디서 들은 그 말을 지금 떠올려 생각하게 된 데
전성훈 씨 성경 공부에 몇 분 지각한 일에 영향이 적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성훈 씨! 성훈 씨!”
둘 다 좀 늦었다.
나는 잠깐 사이에 다른 일을 좀 보겠다고 능력을 과신했거나 시간을 가볍게 여긴 잘못이 컸고,
전성훈 씨는 이어폰과 충전기 선을 뽑고 정리한 다음 성경 공부 갈 가방 싸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결과는 지각 위기!
손을 잡고 서둘러 계단을 내려가는데 웃음이 나왔다.
전성훈 씨도 웃고 있다.
아슬아슬 재밌다.
“성훈 씨, 마트 어디로 갈까요? 하나로랑 스카이, 둘 다 커피 살 수 있어요.”
“스카이, 스카이 주세요.”
“오케이! 가요!”
오늘 성경 공부하러 갈 때, 김영문 집사님과 함께 먹을 간식을 준비하기로 약속해 두었는데,
촉박하다고 미루자니 아쉬웠다.
살짝 늦을 것 같은 상황을 감수하고 계획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입장과 동시에 나는 쟁반을 챙기고, 전성훈 씨는 빵을 고른다.
설탕을 묻힌 꽈배기는 이번에도 선택받았다.
아이스 카페모카를 주문하고 집사님 커피는 망설이기에 라테를 추천했다.
지난번 집사님이 전성훈 씨 주겠다고 라테를 준비했던 것을 떠올리고 말했다.
차 앞에 서서 들고 있던 빵과 커피를 건넨다.
문을 열고 주는 것을 받았다.
안전벨트 버클을 채우고 손 내미는 전성훈 씨에게 돌려준다.
왠지 호흡이 척척 맞는 것 같아 웃음이 나온다.
“집사님, 안녕하십니까?”
“아이고, 어서 오세요. 성훈이 잘 지냈나?”
“성훈 씨가 집사님께 드린다고 간식 준비했습니다. 이건 성훈 씨 거, 집사님은 라테입니다.”
“고마워요. 그냥 와도 되는데…. 성훈아, 고마워. 먹으면서 하자.”
인사하고 돌아선다.
시계를 보니 오 분쯤 늦었다.
닫히는 문틈으로 활짝 웃는 얼굴이 보인다.
집사님이 준비한 간식에 전성훈 씨가 방금 산 것까지 상이 가득 찼다.
차에 혼자 돌아오는 길, 다음 주에는 여유롭게 준비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겠지만, 오늘만큼 재미있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
2024년 4월 11일 목요일, 정진호
늦을 상황의 대처법, 저도 잘 배웠습니다. 두 분 ‘케미’가 대단하네요. 잘 어울립니다. 김영문 집사님, 고맙습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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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입주자를 지원하며 세상 사는 법도 배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회사업이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