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올레길을 다녀오다<표문숙 베로니카>
봄은 호들갑을 떨면서 바람을 타고 꽃소식을 실어 나르느라 바쁘고,
꽃소식에 속아 얇은 옷을 꺼내입다가 화들짝 놀라기를 몇 차례...
그렇게 봄은 변덕을 떨면서 꽃잎을 피워내고 있었다.
우리 성당 신산회는 제주 올레길을 계획했고, 망설이던 나도 용기를 내어 따라 나섰다.
날씨 예보는 비가 오락가락... 컨디션은 괜찮을지...걸음은 따라 갈 수 있을까....?
혹여 남들에게 피해가 되지는 않을까...? 근심주머니는 주렁주렁 매달렸다.
그래도 설레임은 늘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하늘을 향해 내달리고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요한이 함께해 주어 마음은 든든하고 편안했다.
어렵지 않은 코스라고는 하지만 무리하지 말자고
오전에는 걷고 오후에는 카페 투어를 하기로 몇 분이 속닥속닥 ...
날씨는 흐리고 쌀쌀했지만 기분은 상쾌하고 걸음은 가벼웠다. 시작이니까.
유채꽃길을 지나고 돌담길을 지나고 그리고 해변길을 지나면서 제주의 봄을 맘껏 누렸다.
양파와 마늘밭을 밟고 달려온 바람은 초록 숨을, 유채꽃밭을 다녀온 바람은 노란 숨을,
벚꽃을 희롱하다온 바람은 분홍 숨을 선물했다.
걷다가 지치면 잠시 쉬었다 가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제주도의 맛있는 점심이 기다리고...
맛있게 배를 채우고 또 다시 지친 걸음을 다독여 길을 간다.
그렇게 한 코스 한 코스 12, 13, 14, 15코스를 완주한다.
더불어 매일 매일 미사는 참으로 은혜로웠다.
첫날 용수성당에서는 비신자인 버스 기사님이 미사에 참석했다가 은혜를 받고 자진해서 성당을
나가겠다 했고, 둘째 날은 신자 중에서 가슴 벅찬 은총의 체험을 눈물로 간증했다.
그리고 다음 날엔 15년 냉담자가 성사를 보고 하느님 품 안으로 돌아오는 기적을 보여주셨다.
카페 투어팀은 친절하신 기사님 덕분에 예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워냈다.
바닷가를 걸으며 바다 내음으로 샤워도 하고 햇볕사냥도 해가면서 호사를 누렸다.
사순시기를 보내면서 이 또한 우리의 시선과 마음을 깨끗이 정화하는 시간이었다.
조금 부족하고 조금 다르지만 이해하는 마음을 배웠고, 발에 물집이 잡히고 부어가면서도 그 힘든
과정을 묵묵히 걸어 내는 인내심에 내 연약한 자신은 부끄러운 반성을 배웠다.
늘 언제나 애써 주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우리는 편하게 일정을 잘 마칠 수 있었다.
편한 잠자리와 맛있는 음식 그리고 불편한 분들까지 챙기며 마음 써 주시는 분들이 우리 곁에 와
계신 예수님 아니셨을까? 함께했던 모든 분들께 감사를 전한다.
신산회 파이팅!!! 사랑합니다~~
첫댓글 표문숙 베로니카님이 송천월보 5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제주 올레의 추억을 반추하며 읽어보세요
순간순간 걱정되었지만 끝까지 함께한 베로니카 대견하고
주님께서 함께 하셨기에 가능했으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