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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41회 :: 당신이 할 수 있는 정말 쉬운 일 】방송일: 2005.06.16.
극본 : 이 남 규
씬1/ 남자 원룸 거실 (N)
시끄럽게 유선 전화 울리고 있다.
동직, 신문 펼쳐 보다가 멈춰서 숨죽이고 있고,
정민, 라면 냄비 들고, 소파 쪽으로 오다가
그 상태 그대로 멈춰 있다.
마치 둘 정지 화면 같다.
정민 (NA) 세상을 살다보면 생각만으로도 두통이 날 만큼 어려운 일도 있지만 껌을 씹는 일 만큼이나 쉬운 일들이
있다. TV 채널을 돌리는 일, 양말을 신는 일, 울리는 전화를 받는 일.
전화 (E) 지금은 외출 중이오니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주인 (E) 대박 비디온데요. 마님 사정 볼 것 없다 연체중이시거든요. 오늘까지 반납 좀 꼭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정민 (NA) 비디오테이프를 반납 하는 일 또한 껌을 씹는 만큼이나 쉬운 일에 속한다. 빌렸던 테이프를 갖다 주기만
하면 끝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민, 라면 들고 소파로 와서 앉는다.
둘, 나란히 앉아 귀찮다는 표정에서 TITLE.
TITLE - 당신이 할 수 있는 정말 쉬운 일.
씬2/ 남자 원룸 거실 (N)
정민, 라면 먹고 있고, 동직 군침 다시고 있다.
동직 맛있냐?
정민 끓여먹어.
동직 (치사한) 비디오테이프나 갖다 줘!
정민 (휙 보며) 니가 갖다 줘!
동직 내가 탤런트 인기순위 12위다 12위!
정민 (틱 보며) 나두 변호사 순위 12위야.
동직 내 얼굴도 있는데 니가 좀 갖다 주라~
정민 그럼 내 얼굴은 가면이냐? (라면 먹다가) 에이~ 내일 출근하면서 갖다 주면 되잖아~
동직 (다행이다 싶은데) 지금 반납하라는데?
정민 이렇게 후끈한 영화를.. 지금 가면 사람들 많단 말이야~
씬3/ 거리일각 (N) - ENG
우현, 가는데 옆으로 구걸하고 있는 거지 보인다.
우현, 주머니에서 돈 꺼내서 구걸 통에 돈 넣는데,
거지 맨발로 앉아 있다.
우현, 돈 넣고, 다시 걸으며 뒤 쳐다보는데
자꾸 거지의 맨발이 눈에 보인다.
우현 다시 돌아가 거지한테 신발 벗어준다.
우현, 씩 웃으며 거지보고, 거지 고맙다고 꾸벅 인사한다.
우현, 일어나 맨발로 걸어가는데, 한참 걷다가
영옥, 영숙, 혜옥을 만난다.
영옥 사둔 장에 갔다 와?
우현 네!
영숙 (맨발 보더니) 신발은 어따 두고?
혜옥 (다 안다는 듯) 엿 바꿔 먹었구나?
우현 그게 아니구요... 어떤 아저씨가 신발도 안 신고 구걸하고 있길래...
영옥 아니~ 아무리 그렇다고 자기 신발을 벗어주는 사람이 어딨나? 쯧쯧쯧.. 하여간 정만 많아서~
우현 (머리 긁는)
영숙 사둔 착한거야 동네가 다 알잖우~
혜옥 그래~ 사둔은 착해서 복 많이 받을꺼야~
영옥 (풀린 듯) 복 받아야지~ 아! 사둔 같은 사람이 복 안 받으면 세상에 복 받을 사람이 누가 있어?
우현, 쑥스러운 표정으로 몇 걸음 내 딛는데,
유리 밟는다. 우현 ‘아’ 하며 발 잡고, 할셋, 놀라는.
씬4/ 거실 (N)
할셋, 우현 발에 약 발라주고 있다.
영숙 심하게 안 찔려서 다행이네~
영옥 심하게 다칠 리가 있냐? 그나마 사둔이 착하게 사니까 복 받아서 이 정도 밖에 안 다친 거야.
우현 (웃는)
혜옥 (생글 생글) 그래~ 나 봐! 맨 날 속이나 썩이구 사고나 치구 다니니까~ 드럽게 박복하잖어.
영옥 (한심) 으이구 좋냐? 그래서 좋아? (때리려면)
혜옥 이거 봐! 이거 봐~
우현 왜요~ 막내 이모님두 착하시죠.
혜옥 (좋다) 그래?
씬5/ 거리 일각 (N) - ENG
현우, 미자 다정하게 손잡고 걷고 있다.
둘, 쇼윈도로 비싼 보석 보이는 건물 앞에서 선다.
현우 자기야~
미자 응!
현우 나 자기한테 줄 거 있는데...
미자 뭔데?
현우 (쑥스러워 하면)
미자 뭔데 그래~?
미자, 순간 쇼윈도에 보이는 보석 보인다.
미자 (설마)
현우 나 여자한테 이런 거주는 거 처음이거든..
미자, 맞구나 심증 굳히고, 몸 둘 바를 몰라 하며
고개 숙이고 베베 꼬는데.
현우 (OFF) 이거!
미자 앞으로 불쑥 편지 한통 보인다.
미자, 편지 받고, 아무것도 없나 편지 살피고,
쇼윈도 보더니, 보석이라 생각한 자신이 우습다.
미자 (풋 웃는)
현우 왜?
미자 아니... (하다가 의외) 정말 여자한테 편지 처음 써봐?
현우 응!
미자 그 첫사랑은? ..세진이...?
현우 글쎄.. 걔한테두 이런 건 못해봤는데..
미자 (좋다) 그래...? (해맑게 웃는)
씬6/ 미자 방 (N)
미자, 들어오자마자 핸드백 툭 던져 놓더니
바로 편지 열고 본다.
미자 사랑하는 미자씨! (부끄러운, 다시 보며) 예전에 어느 시인이...
현우 (E) 이런 말을 했어요. 할 말이 너무 많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노라고... 미자씨를 보면 제가 그래요.
미자씨한테 할 말은 너무 많은데, 미자씨만 보면, 자꾸 할 말을 잃게 돼요. 보고 싶었다 말해야지, 사랑한다 말해야지,
그렇게 마음먹고 있다가도, 미자씨를 막상 보면, 미자씨 보는 게 너무 좋아 다 잃어버려요. 미자씨에게 편지를 쓰면
수다쟁이처럼 쓸 말이 많을 것 같았는데~ 또 미자씨 생각을 해서 그런지 아무 생각도 안나네요...
미자, 편지 계속 읽으며, 수줍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미자의 표정으로 편지의 내용이 보인다.
미자, 편지 다 읽고, 정성스럽게 편지 봉투에 담는다.
미자 편지라는 게 또 답장 받는 맛이지. 내가 근사한 답장 해줄게요. (편지지 꺼낸다) 연애편지 하면 또 최미자
아니겠어?
펜 잡아 쓰기 시작하는
미자 (E) 사랑하는 현우씨에게... (풋 웃는) 현우씨 안녕! 잘 지냈지? (갸웃 ON) 매일 보는데 잘 지냈냐는
좀 그렇지! (다른 편지지에 적는 E) 현우씨 안녕! 날씨도 제법 쌀쌀해지고... (하다가 ON) 여름이잖아! 여름!
(갸웃 다시 쓰며 E) 날씨도 제법 후덕지근해지고.. (에이~ 다른 편지지로 바꾸는 ON) 안녕 다음 것만 풀리면 술술
써질텐데... (E) 현우씨 안녕! 안녕! 안녕.. (생각 안난다. 후)
씬/ 원룸 외경 (D) - 브릿지 M
씬7/ 주차장 차안 (D) - ENG
동직, 차에 타고, 정민 헐레벌떡 뛰어 와 차에 탄다.
정민 (시계 보더니) 아씨~ 늦겠다.
동직 테이프는?
정민 (깜빡했다) 아 맞다 테이프!
정민, 문 열고 나가려는데, 아무래도 귀찮다.
정민, 다시 문 닫는다.
동직 테이프 반납 안 해?
정민 귀찮아~ 이따가 갖다 주지 뭐.
씬8/ 앞마당 (D)
우현, 빗자루 질 하고 있는데, 대문 앞에서 누군가
기웃거리고 있다. 우현 대문 열고 보면, 허름한
노숙자로 보이는 사람 서 있다.
우현 어떻게 오셨어요?
노숙자 저... 제가 며칠 굶어서 그런데, 찬밥 한덩어리라도 있으면 어떻게...
우현 (딱하다) 들어오세요.
노숙자 아니 여기서...
우현 (끌며) 괜찮아요 들어오세요.
씬9/ 주방 (D)
노숙자 앉아 밥 먹고 있고, 우현 지켜보고 있다.
노숙자 다 먹은 듯 하다.
우현 다 드셨어요? 뭐 좀 더 해드릴까요?
노숙자 아니요 잘 먹었어요... (근데) 죄송하지만 담배 한대만...
우현 우리 집은 담배 피는 사람 없는데... 기다리세요 금방 사다 드릴게요.
노숙자, 미안한 듯 한 표정이고 우현 밖으로 나간다.
씬10/ 정민 사무실 (D) - ENG
정민, 의뢰인 남자와 앉아서 얘기 중이다.
정민 아버님이 이미 정년퇴직을 하셨기 때문에 노동력 상실에 대한 부분은 보상을 받으실 수 없구요...
E) 핸드폰 벨소리.
정민 죄송합니다. (전화 받는) 여보세요!
동직 (F) 정민아! 대박 비디오 전화번호가 392로 시작하는 거 맞지?
정민 응! 왜?
동직 (F) 비디오 가게에서 전화 왔었다.
정민 (의뢰인 눈치보며) 뭐래?
동직 (F) 안 받았어.
정민 (버럭) 니가 안 받으면 나한테... (눈치보며 유하게) 전화 오잖아~ (사이) 알았어. (끊고) 죄송합니다.
정민, 탁자 위에 전화 내려놓는데,
온 신경이 전화로 가 있다.
의뢰인 그럼 보상은 어느 정도 받을 수 있습니까?
정민 (전화 신경 쓰여 건성으로 대답) 병원비랑 후유장애에 관한 보상 받을 수 있구요...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정민, 안되겠는 지 핸드폰 들고, 끄려고 파워
버튼 누르려는데, 그때 전화 온다.
정민, 놀라서 보면, 비디오 가게 전화번호다.
정민, 마치 전화가 안 온 듯 전화기 밀어놓고.
정민 제가 어디까지 얘기했죠?
의뢰인 전화 받으세요.
정민 괜찮습니다.
의뢰인 전 괜찮으니까 받으세요.
정민 (코훅) 진짜 괜찮은데... (전화 받는) 여보세요.
주인 (짜증 섞인 F) 마님 사정 볼 것 없다 언제 반납 하실꺼에요?
정민 (눈치 보며 변호사 일 인 듯) 아~ 그 증거 테입이요~ 오늘 중으로 꼭 제출하도록 하겠습니다.
주인 (F) 연체료 있는 거 아시죠?
정민 그럼요! 손해를 입으셨으면 배상을 받으셔야죠. 네네! 알겠습니다. (끊는)
정민, 우선 한숨 돌렸다.
씬11/ 연습실 (D)
미자, 연습실에 앉아 편지 쓰고 있다.
미자 (E) 밤새 다섯 글자 썼다. 현우씨! 안녕! (정신 집중하고 눈에 힘 팍 주고 쓴다 E) 현우씨! 안녕현우씨!
안녕 .. (버럭 ON) 안녕 그 다음에 뭐?
미자, 후~ 하며 한숨쉬는데, 현우 커피 두잔
들고 들어온다.
미자, 후다닥 편지 숨기는.
현우 여기 있었어요?
현우, 앉으면, 미자 마치 현우를
못 보기라도 한 듯 벌떡 일어나 돌아선다.
미자 벌써 더빙할 시간이네~ (후다닥 나가는데)
현우 미자씨! 미자씨!
미자, 못 들은 척 나간다.
씬12/ 거실 (D)
할셋, 외출했다가 들어오는데 놀라는
도둑맞은 듯 정신없이 어질러져 있다.
영옥 (놀라) 뭐 없어진 거 없나 찾아봐~
할셋, 집안을 왔다갔다 찾아보고,
우현 담배 들고, 들어온다.
우현, 집안 보더니 담배 힘없이 떨어뜨린다.
우현 그 아저씨 그런 사람으로 안 보였는데...
혜옥 (뭔가 집힌다) 또 배곯는 사람 집에 들인 거야?
우현 (...)
영옥 그런 사람 함부로 집에 들이지 말라구 했잖어.
영숙 사둔이 그런 사람인 줄 알았겠수? (무마) 없어진 건 없는 거 같으니 됐네요.
우현 집에 가져 갈 것도 없었을 텐데~ 이럴 줄 알았으면 만원짜리라도 몇 장 놓구 갈 걸.
영옥 (이런 상황에 남 걱정한다는 표정)
영숙 이렇게 착한 사둔 뒷통수나 치구~ 영 몹쓸 놈이네~ 몹쓸 놈이야.
씬13/ 남자 원룸 거실 (D)
동직, 정민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비디오테이프 바라보고 있다.
정민 (NA) 껌을 씹는 일은 분명 쉬운 일이지만, 단물이 빠진 껌을 씹는 건 여간 곤욕스러운 게 아니다. 아무리
쉬운 일도 때를 놓쳐버리면 어려운 일이 되는 것이다.
정민 그냥 테이프 잃어버렸다구 할까?
동직 ... 택배로 보낼까?
정민 ... 또 전화 올 텐데~
동직 (헉) 혹시 반납 안 했다구 이상한 거 써서 붙이고 그러는 거 아니야?
INS// 원룸 알림판.
마님 사정 볼 것 없다 반납하세요.
써 있고, 동직(탤런트) 정민(변호사) 사진
현상 수배범처럼 붙어 있다.
정민 (생각만으로 난처한 테이프 들고) 가자!
둘, 쭈뼛거리며 걸어 나간다.
씬14/ 비디오 가게 앞 + 안 (D) - ENG
동직, 정민, 테이프 비닐봉지에 감싸서
안 떨어지는 걸음으로 힘겹게 비디오 가게 앞까지
걸어가다가 갑자기 잰 걸음으로 빠르게 되돌아온다.
가게 안//
카운터에 윤아, 지영 서 있다.
주인 좀 우락부락 하다.
윤아, 지영 서로 얘기하라고 눈치 본다.
윤아 (주인 못 쳐다보고) 마님 사정 볼 것 없다... 들어왔어요?
주인 그거 아직 안 들어왔는데~
지영 (고개 숙이고 딴짓) 그럼 언제?
주인 오늘 꼭 갖다 준다고 했거든요.
윤아, 지영 서로 보고 씩 웃다가 주인 한번보고
잽싸게 고개 돌리고, 딴 거 빌리는 척 테이프들 본다.
씬15/ 거실 + 대문앞 (D)
집안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고,
우현, 할셋, 정리 끝내고 앉는다.
우현 죄송해요.
영옥 사둔이 뭐 죄송할 거 있어~ 은혜도 모르는 그 놈이 나쁜 놈이지~
영숙 그 놈 경찰에 신고 해야 되는 거 아니유?
영옥 집도 절도 없는 떠돌일 어디서 찾어. 그런 놈은 놔둬두 다 벌 받게 돼 있어~
영숙 암 벌 받죠.
영옥 하늘은 무심하지 않거든~ 나쁜 놈들은 벌 받구, 착하게 산 사람들은 (우현 보며) 복 받는거야~
혜옥 맞아 사둔은 복 받을꺼야.
그때, 초인종 소리 난다.
대문앞// 할셋, 우현 나와 있고 경찰 둘 있다.
경찰, 거지 벗어 준 우현 신발 한쪽 들고 있다.
경찰1 이 신발 아시죠?
플레쉬 백// 우현 신발 벗어주는 장면.
경찰2 (우현에게) 본인 꺼 맞으시죠?
우현 (불안) 제께 맞긴 한데...
경찰 경찰서까지 같이 좀 가주셔야 겠습니다.
우현, 할셋 놀란다.
영옥 왜.. 무슨 일 인데요?
경찰1 슈퍼에 도둑이 들었는데 이 신발이 거기 떨어져 있었습니다.
할셋 에?
우현 (멍하다)
경찰2 일단 서에 가서 자세한 얘기 합시다.
경찰들 우현 연행해가고 할셋 따라가는
씬16/ 공원일각 (D) - ENG
동직, 정민 걷다가 벤치에 앉는다.
정민 하필 걔들이 거기 있냐?
동직 또 갈 꺼야?
정민 (다시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E) 정민 핸드폰 울린다.
정민, 번호보고는 표정으로 비디오 가게인 게 보인다.
정민, 전화 받고, 동직 바짝 귀대고 듣는다.
정민 (전화 받는) 여보세요! (사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오늘은 꼭...
남자 (OFF) 오늘 꼭 준다는 게 벌써 며칠 째야!
남자, 옆 벤치에서 통화하고 있다.
정민 진짭니다 오늘은 꼭 드릴게요.
남자 당신 혹시 내 돈 떼먹겠다는 속셈 아니야?
정민 떼먹긴 누가 떼먹습니까 저 그런 사람 아니거든요.
남자 이잔 얼만지 알지?
정민 만원이요. 연체료도 같이 꼭 드릴게요.
동직, 보는데 약간 이상하다. S.E 뻐꾹
씬17/ 비디오 가게 앞 (D) - ENG
동직, 정민 짜증나는 표정으로 가게에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윤아, 지영 카운터에 근처에서 어색하게 기다리고 있다.
동직 쟤넨 도대체 저기서 뭐하냐?
정민 저 두 사람두 보면 할 거 무지 없어.
씬18/ 거실 (D)
우현, 할셋, 들어오는데, 할셋 우현 눈치보고 있다.
영옥 도둑 아니라구 오해 풀렸으면 됐지~ 이것두 다 사둔 복... (아무래도 아니다 말 관두는)
우현 시장하시죠? 제가 금방 밥 차려 드릴게요.
우현, 주방으로 가면, 할셋 안쓰럽게 본다.
씬19/ 연습실 (D)
미자, 완전히 수험생이다.
뭔가를 필사적으로 적다가, 마음에 안 드는 지
확 구기고, 입 바람으로 후후 머리 날린다.
미자 (다시 쓴다 E) 현우씨! 안녕! 이 편지를 받을 때쯤 저는 멀리 멀리 떠나 있을거예요! (ON) 뭐래니?
(짜증나는 듯 확 구기고 다시 쓴다 E) 현우씨 안녕! 이 편지는 행운의 편지로서... (ON) 암튼 쓸 데 없는 건 생각
잘 나~ 현우씨 목 빠져라 답장 기다릴텐데~ (짜증) 아~ 뭐가 써져야 주지~
그때, 현우 들어온다.
미자, 놀라서, 헌 편지지 가방에 챙겨 넣는데
안들키려 하다보니 고개 숙이고 아픈 듯도 보인다.
현우 뭐 하고 있었어요?
미자 .. 아무 것두..
현우 오늘 끝나구 영화 어때요?
미자 ... 오늘은 집에 일찍 들어가 봐야 될 거 같아..
현우 왜요?
미자 (생각이 안나 몸부림 친다)
현우 (놀라) 어디 아파요?
미자 (잘됐다) 네! 아파요! (아픈 척)
씬20/ 할머니 방 (D)
할셋, 우현 생각에 표정 별로 좋지 않다.
영숙 하늘도 무심하시지~
영옥 그러게~ 복을 퍼 담아줘두 부족한 사람인데... 하는 일 마다 어찌 저리 복이 없누.
혜옥 사둔 보고 있으니까~ 마음이 영 그런 게~ 밥이 꼭 돌덩이 씹는 거 같드라~
영숙 쯧쯧쯧... 복 없는 사둔~ 걱정해 주는 우리라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유~
영옥 다행이지~ 다행이야! 저 복에 우리라두 없었어봐... 뭔 일을 당해두 크게 당했지...
혜옥 그럼 어제 다친 발두 대충 치료했어봐... 그거 덧나두 한참 덧났지~ 우리가 얼마나 또 꼼꼼하우?
영숙 저번에 알지? 내가 사둔 힘들까봐 세탁기도 바꾸게 해줬잖수~
영옥 난 뭔 돈만 생기면 그거 다~ 사둔 통장으루 저금 하잖아~ 또 내가 괜히 사둔한테 잔소리 해? 그게 다~ 사둔
잘되라구 그러는 거지.. 그러니까 사둔이 그렇게 착해졌지~ 아니었어 봐~ 벌써 나쁜 길로 빠졌을 껄?
혜옥 나두 다 사둔 때문에 깜박깜박하는 거 잖우?
영/숙 (그건 아니다란 표정으로 보는)
혜옥 (무마하는 듯) 그..그럼.. 가만 사둔 복이 우리네?
영숙 (응?) 그러네? 그러고 보니 우리가 바로 사둔 복 아니우?
영옥 그러게~ 참!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말이지만 우리같이 큰 복이 있으니까~ 복 없는 사둔이 이때까지 버텨 온
거지~
혜옥 (흐뭇) 그럼.. 사둔 이미 복 많이 받았네!
할셋, 흐뭇해져서 웃는다.
씬/ 집 외경 (N) - 브릿지 M
씬21/ 거실 (N)
할셋, 외출 준비하고 있고, 우현 배웅한다.
할셋, 흐뭇한 표정으로 우현 본다.
할셋 사둔 복 받으시게~
우현 (??)
영옥 자네 복들 잠깐 나갔다 옴세~
우현 (갸웃하며) 다녀오세요!
우현, 뭔 소린지 모르고, 할 셋만 좋아라 나간다.
씬22/ 남자 원룸 거실 + 문 앞 (N)
정민, 동직 힘없이 들어와 문 앞에 서 있다.
동직 어쩌냐?
정민 진짜 택배루 부칠까?
E) 초인종 소리.
둘, 설마 하며 서로 쳐다본다.
정민, 조심스럽게 까치발로 문 까지 걸어가 본다.
복도// 주인 서 있다.
거실// 정민, 조심스럽게 걸어와 동직에게
주인 맞어! 입 모양으로 얘기하고, 둘 핸드폰
배터리 분리 하고, 조용하게 있다.
복도// 주인 짜증나는 표정으로 전화 끊고는 나간다.
거실// 둘 여전히 살금 살금 거실로 와 앉는
동직 불 켤까?
정민 안돼! 불 켜면 우리 있는 줄 알구 또 온단 말야!
동직 아 그치. (하곤 라이터 켜면)
정민 (후 불며) 이것두 안돼! 너 성냥불 하나 보구서 비행기가 폭격한단 말 못들었냐?
둘, 생각해 보니 자신들이 너무 한심스럽다.
정민 아니 우리가 무슨 돈을 빌린 것두 아니구~
정민 그렇다구 무슨 큰 죄를 진 것두 아니구~
정민 다만 (테이프 들고) 이 영화를 너무 사랑해서 두고 두고 본 죄 밖에 없잖아.
동직 그지 너무 사랑했지.
정민 연체료 주고 반납 늦어서 미안하다 그렇게 얘기하면 끝이잖아!
동직 끝이지.
정민 별거 없네! 까짓 거 갖다 준다!
동직 그래 갔다 와라!
정민 (동직 잡아 끌고 나간다)
씬23/ 원룸 로비 (N) - ENG
정민, 동직 자신 있게 걸어 나가는데,
비디오 가게 주인 원룸 앞에 있는 게 보인다.
둘, 서로 한번 쳐다보며, 자신 있게 주인에게 걸어간다.
주인 (통화 중이다) 테이프 이제 안 받아도 좋아! 그 놈들 보기하면 그땐 나한테 죽었어!
둘, 걸어가다 헉 놀라 멈칫.
주인 착실하게 한번 살아 볼랬더니~ 그 놈들이 안 도와준다~
둘, 큰일 났단 표정으로 서로 쳐다보더니
그대로 뒷걸음질로 조용하게 걸어간다.
씬24/ 시장 (N) - ENG
할셋, 물건 살피며 가는데 상인들 깍듯하게
인사한다. 상인1 아는 체 한다.
상인1 아유~ 어떻게 그렇게 늘 건강하십니까?
영옥 (잘난척) 늙은이 건강 뭐 있나~ 삼시 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는 거지~
할셋, 다른 쪽으로 가는데, 상인2 아는 체 한다.
상인2 항상 깔끔하시네요.
영숙 (잘난척) 늙은이 추레하게 다니는 거만큼 보기 안 좋은 게 어딨어~
상인3 근데... 우현 총각 말이에요.. 그렇게 착한 사람이 왜 그렇게 복이 없는지.. 아까두 또 안 좋은 일
당했다면서요?
영옥 우리 사둔이 왜 복이 없어?
영숙 우리 사둔 이미 복 많이 받구 있네...
혜옥 (뿌듯) 그럼 엄청 받구 있지~
서로 보며 흐뭇하게 웃으며 간다.
씬25/ 미자 방 (N)
미자 머리 산발해서 편지 쓰고 있다.
미자 (울먹이며 E) 현우씨! 안녕! 현우씨 안녕!...
미자, 책상으로 퍽 엎어진다.
머리 쥐어 싸매고, 괴로워 하다가 바로 코 곤다.
E) 핸드폰 벨소리.
미자, 소리에 놀라서 벌떡 일어나는.
미자 (전화 받는) 여보세요! 현우씨!
현우 (F) 자기 걱정 돼서 왔어. 지금 집 앞 인데 잠깐나올 수 있어?
미자, 편지 쳐다보는데, 백지다.
미자 ... 응 잠깐만~ 금방 나갈게~
미자, 전화 끊고, 정신없이 편지 쓴다.
씬26/ 집 마당 (N)
현우, 기다리고 있으면, 미자 산발해서 나온다.
현우 (놀라) 많이 아픈 거야?
미자 (그때야 알고 이런~) 으.. 응! 쪼금...
현우 괜찮아?
미자 응!
현우 얼굴 봤으니까 됐다! 그만 들어가 쉬어. 자갸~
미자 저 이거~ (편지 내미는) 조심히 가세요.
미자, 후다닥 들어가고, 현우 걱정스럽게 보는데,
안에서 우당탕탕 미자 걸려 넘어지는 소리 들린다.
현우 괜찮아요?
미자 (아픈 거 참으며 OFF) 응! 괜찮아요.
현우, 걱정스럽게 보다가 편지 보며 미소 띤다.
현우, 골목길 계단 앞에 쪼그려 앉아 편지 꺼내 보는데,
편지 앞면 백지다.
현우, 갸웃하면서 살피는데, 편지지 뒤에 뭔가가 써 있다.
미자 (E) 자기야~ 안녕! ..나한테 듣고 싶은 말 있으면, 자기가 직접 쓰면 돼! 그게 바로 내 마음이야~
현우 피식 웃다가 소리내어 웃는다.
씬27/ 동네 일각 (N) - ENG
할셋, 장 본 물건 들고, 오는데,
가게에서 아줌마 한명 나온다.
아줌마 할머니! 할머니네 사돈 총각 말이에요...
혜옥 이제 우리 사둔 걱정 안해도 돼!
아줌마 (잘 모른다) 에?
영옥 그렇게 복 많은 사람 걱정 할게 뭐 있다구...
아줌마 (갸웃) 그럼 사돈 총각한테 여자가 생겼나 보죠?
영숙 여자? 뭔 여자?
아줌마 (모르나?) 아니 사돈 총각한테 괜찮은 선 자리가 들어왔는데 한사코 거절하길래...
혜옥 그런 얘기 없었는데.
아줌마 그래요? 그럼 할머님들이 사둔 선 좀 보라구 얘기 좀 해보세요.
영옥 평양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는데 우리가 뭐? 어떻게 얘길 하라고?
아줌마 아니~ 자기 없으면 할머님들 모실 사람 없다구 자꾸 거절하길래...
할셋 (떠덩) 에? (서로 쳐다보며 충격 받은 듯)
씬28/ 거실 + 할머니 방 (N)
우현, 할셋 물건 받고 있고, 할셋, 물끄러미
절룩거리는 우현을 본다.
우현 배고프시죠 밥 차려 놨어요.
영옥 (E) 늙은이 건강 뭐 있어~ 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는 거지~
할셋, 방으로 들어간다.
셋, 방으로 들어오면, 각자 빨래 곱게 개서 놓여 있다.
영숙 (E) 늙은이 추레하게 다니는 거만큼 보기 안 좋은 게 어딨어~
우현, 걸레 들고 절룩이며 들어와 걸레질 한다.
셋, 한참을 짠하게 바라본다.
부록, 들어와 ‘다녀왔습니다!’ 인사한다.
부록 (우현 보고) 너 선자리 들어왔다며?
우현 네? (머리 긁으며) ...아~ 아니에요.
부록 아니긴 임마! 니 복에 그런 선자리 또 언제 온다구 거절이야? 거절이.
할셋, 표정 안좋다.
우현 그게요..
부록 (신나서 영옥 보며) 이 놈이요~ 딱지 맞을 것 같으니까 미리부터 거절을... (하는데 느낌 안좋다)
영옥 (끓어오르는 거 간신히 참으며) 아범아!
부록 네!
영옥 (후~ 앞머리 넘기는)
부록 (눈치는 빤하다) 어머님 저는 피곤해서 그만~ 어? 갑자기 피곤이 막 몰려오네~ (급히 나가는)
할셋, 우현에게 다가간다.
영옥 (손 꼭 잡고) 미안하네~
우현 에? 갑자기 무슨 말씀...
영숙, 혜옥 우현 쓰다듬는다.
숙/혜 미안하이/ 고마워!
우현 (영문을 모르겠다)
영옥 이렇게 몸 편하구~ 노인네라구 사람들 안 피하는 게 다 사둔 덕인데~
영숙 노인네들 건사하기 싫어 나 몰라라 하는 세상에 싫은 내색 한번 없이...
영옥 늙은이들 자기가 짐인 줄도 모르고 그런 주책을 떨고 다녔으니~ 우리 같이 주책 맞은 늙은이들이 뭔 복에 사둔
같은 사람을 만났는지~ 사둔! 사둔이 우리의 천복일세~
우현 전... 사둔어른들과 살면서 항상 참 복 많은 놈이라고 생각해왔어요.
할셋 (보는)
우현 어머니 일찍 돌아가시구~ 너무 힘이 들어서 난 참 박복한 놈이구나 하고 생각했었어요. 근데 여기 오고부턴 생각이
바뀌었어요... (웃으며) 이렇게 제 걱정 많이 해주시고, 저를 복이라 생각해주시는 어른들이 계신데~ 제가 다른 어떤 복을
바라겠어요?
할셋 (눈물난다)
우현 앞으로 제가 받은 복 다~ 돌려드릴 거니까 오래 오래 사시기만 하면 돼요~
할셋, 눈물 훔치며, 우현 아들처럼 쓰다듬어 주는데서.
씬/ 원룸 외경 (N) - ENG
씬29/ 남자 원룸 거실 (N)
동직, 정민 누워 자고 있고, 탁상시계 비추면
시계 3시를 가리키며 따르릉 자명종 울린다.
정민, 동직 벌떡 일어난다. 부산하게 준비한다.
씬30/ 비디오 가게 앞 (N) - ENG
지나가는 사람도 없는 비디오가게 앞.
정민, 동직 기웃거리며 반납기 앞으로 온다.
동직, 품에서 비디오테이프 꺼내고,
정민, 주머니에서 편지 꺼낸다.
정민, 편지지 열면, 연체료와 편지 있다.
정민 (편지 읽어본다. E) 마님 사정 볼 것 없다를 연체해서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제 회사가
갑자기 부도가 나고, 제 친구는 건강이 악화되는 바람에... 앞으론 어떤 경우라도 빌린 테입은 제때 반납하는 모범 고객이
될 것을 약속합니다. 추신, 저희가 계속 도울테니까 착실하게 살려고 하시는 맘 변치 않으실 바랍니다.
정민, 편지 넣고, 테이프에 붙어서 반납기에 넣는다.
동직 이제 절대 이런 영화 보지 말자~
정민 절대 안봐!
둘 흐뭇한 서로 보며 웃다가, 가게를 한번 쳐다보는데,
가게 앞에 에로영화 포스터 붙여 있다.
동직 반지하 제왕 완결편! 이거 새로 나왔네.
정민 어디? ‘잃어버린 바지를 찾아서?’ 이야~
둘 한참 보다가 돌아서면 더 흐뭇한 표정이다.
다음날
씬31/ 다른 비디오 가게 (D) - ENG
동직, 정민, 그 비디오 손에 들고 흐뭇한 표정으로 서 있다.
주인2 처음 오셨죠?
동/정 네!
주인2 주소가 어떻게 되세요?
정민 (NA) 주변에 남자들이 어느 날 다니던 비디오 가게를 옮겼다면 대부분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껌을 씹는
일만큼이나 쉬운 게 껌을 바꿔 씹는 일이기 때문이다.
둘, 흐뭇한 표정으로 테이프 들고 나오는데서. F. O
씬32/ 거리일각 (D) - ENG
에필로그// F. I
미자, 현우 걸어간다.
현우 자긴.. 날 너무 사랑하는 거 같아.
미자 (응? 무슨 소리지?)
현우 자기 답장말이야~ 편지에 공간이 하나도 없을 만큼 사랑한다구 썼던데?
현우, 편지 내밀면, 빽빽하게 사랑한다고 써 있는 편지.
정민, 골목에서 나오는데, 현우, 미자 걸어간다.
정민 아는 체 하려고 하는데, 미자의
밝게 웃는 모습이 보인다.
정민, 그냥 한참을 바라보고 있다.
정민 (NA)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누군가를 잊어야 한다는 것.. 생각해보면, 비디오테입을 반납하는 일만큼 쉬워
보인다. 사랑했던 마음을 다시 그 사람에게 돌려주고, 돌아서서 잊으면 그 뿐이니까.. 하지만 이것이 테입처럼 연체되어
버리면 그 사랑을 반납하는 일은 너무나도 힘든 일이 되어 버린다. 버릴 수도 잊을 수도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사랑해 버릴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민 씁쓸하게 돌아서는데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