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8일(木) 전주MBC에서 열린 민주당 후보경선 TV토론에서 이인제 후보는 노무현 고문의 88년 당시 [대정부질문]과 [현대중공업 강연] 내용을 문제 삼아 '색깔론' 공세를 펼쳤습니다. 이에 노하우에서는 문제의 대정부질문과 현대중공업 강연의 요지를 다음과 같이 밝히는 바입니다.
1. 13대 국회 본회의 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1988년 7월 8일)
* 1988년 7월 8일, 당시 노무현 고문은 민주당 국회 대정부질문자로 선정되어 최초의 대정부질문을 했습니다. 당시 노고문의 질문 내용은 초선의원으로서의 의욕을 유감없이 보여준 것이었으며 관성에 찬 국회의 분위기를 고무적인 분위기로 만드는 자극제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연설의 마디마디마다 소외된 서민계층에 대한 진한 애정과 안타까움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연설은 끝난 후에 김대중 당시 평민당 총재가 당내 의원들에게 "대정부 질문은 저렇게 하는 거야”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이인제 후보측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몇몇 문구들은 그동안의 상황 변화로 인해 지금과는 입장이 같지 않은 대목도 있으며, 당시 억압받고 소외당하던 노동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당시 재벌 구조조정 과정에서 권력이 특정재벌을 20년 거치 20년 상환의 방식으로 다른 기업에 넘겨주고 하던 상황에 대한 풍자적 반론도 담겨 있습니다.
(연설 요지)
국무위원 여러분, 저는 별로 성실한 답변을 요구 안합니다. 성실한 답변을 요구해도 비슷하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람 모두가 먹는 것, 입는 것, 이런 것, 좀 걱정 안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좀 신명나게 이어지는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이런 세상이 좀 지나친 욕심이라면 적어도 살기가 힘들어서 아니면 분하고 서러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좀 없는 그러한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 제5공화국 이후 지금까지 노동자가 기업주의 비인간적인 대우에 항거하거나 기업 또는 공권력의 탄압에 항거하여 목숨을 끊은 사람의 수는 몇 명입니까?
정권의 도덕성을 규탄하거나 광주학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또는 민족의 자주와 통일을 부르짖으며 스스로의 목숨을 끊은 청년 학생들이 모두 몇 명이나 됩니까. 같은 기간 농촌에서 소값 피해를 보상하라고 주장하며 자살한 농민은 몇 명입니까. 산동네 달동네에서 철거에 항거하다가 무너지는 집더미에 깔려죽거나 자살한 사람은 몇 명입니까. 경쟁에서 뒤떨어지거나 경쟁의 부담이 과중해서 자살한 학생의 수는 몇 명입니까?
이같은 가슴아픈 일이 계속되는 동안 정부는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왔습니까? 만약에 하였다면 그 내용은 어떤 것인지 그것을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청년 학생들이 죽어 가는 것은 감옥에 가서 참회해야 될 사람들이 권력을 잡고 온갖 도둑질을 다해 먹으면서 바른 말하는 사람 데려다가 고문하고 죽이는 바람에 생기는 일이니까, 그 사람들이 임명한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에게 무슨 대책이 있으리라고 믿지는 않습니다.
... 결국 저는 교육의 문제 또한 노동자, 농민 그리고 도시빈민의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지난 7월 2일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15세 된 소년 근로자가 수은중독으로 사망하였습니다. 직업병에 대비한 의료체계의 미비, 수은중독이 밝혀진 이후의 회사의 비정한 처사와 노동행정관청의 태만을 따지려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또래의 제 자식놈은 아직 공부조차 힘이 들어서 온갖 투정이나 부리고 응석이나 부리고 있는 철부지에 불과합니다. 그 나이에 멀리 부산에서 서울까지 부모 슬하를 떠나 온 것만 해도 애처로운 일인데 그런 어린아이가 귀중한 생명이 좀먹어 가는 그 위태로운 작업장에 방치되고 끝내 목숨까지 잃게 한 책임은 결국 무능한 그의 부모만이 져야 되는 것입니까. 그 며칠 전에는 열네살 먹은 어린 소년이 하루 11시간의 장시간 노동에 견디다 못해 자기가 다니던 공장에 불을 지른 사건이 보도되었습니다.
의원여러분, 가만 앉아 계셔도 11시간이면 다리가 꼬이고 허리가 아프지요. 과연 그 철부지를 잡아다 방화죄로 처벌을 하고 나면 그만입니까?
현재 전국적으로 미성년 노동자는 몇 명입니까. 노동시간이 세계 최장이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 다시 안 묻습니다. 한국의 산재율은 세계 몇 번째입니까. 해마다 산재로 죽는 사람은 몇이나 되고 그 중 병신이 되는 수는 몇 명입니까. 좀 알기 쉽게 1,000명을 기준으로 하면 한 해에 몇 명이 병신이 되거나 죽는가, 한 노동자가 40년 일한다면 산재로 죽거나 병신이 될 확률은 몇 %나 되는지 1,000명을 기준으로 해서 역시 한 번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만은 꼭 한 번 정확한 수치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 어쨌든 이 나라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의 비참한 삶을 더 늘어놓지 않겠습니다. 다만 돈 있고 힘있는 사람들이 입만 벌리면 외쳐대는 한 민족, 한 동포라는 말이 과연 진실이라면 이들도 우리와 함께 고통스러운 삶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합니다. 만일 그들의 고통이 돈과 힘을 한 곳에 모아 쥔 소수 특권계급의 착취와 억압에 기인한 것이라면 그들은 착취와 억압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분배구조를 개선해서 빈부격차를 해소하겠다고 수없이 약속해 왔습니다. 빈부격차의 해소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권력분립과 복수정당제도가 부인되었을 때 이를 민주주의라 부를 수 없듯이 노조가 파업의 자유가 부인되는 곳에 민주주의가 있을 수 없고, 따라서 노조와 파업의 자유에 대한 도전을 민주주의 그 자체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되는데 같은 의견인지 아닌지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국무위원여러분, 아직도 경제발전을 위해 케이크의 크기를 더 크게 하기 위해서 노동자의 희생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이렇게 묻겠습니다. 그런 발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니네들 자식 데려다가 죽이란 말이야, 춥고 배고프고 힘없는 노동자들 말고 바로 당신들 자식 데려다가 현장에서 죽이면서 이 나라의 경제를 발전시킵시다.
국무총리
지금 우리 경제는 근본적 개혁 없이는 경제민주화가 불가능한 상태에 있다고 보지 않으십니까. 재벌을 해체할 의향이 없습니까... 재벌은 해체되어야 합니다. 재벌 총수와 그 일족이 독점하고 있는 주식을 정부가 매수해서 노동자에게 분배합시다. 이 말은 대기업을 모두 해체한다는 뜻과는 다른 것입니다. 매수와 분배 모두 20년 거치, 20년 분할상환 정도면 노동자들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집없는 서민들, 중소상공인 농민들을 위해서 부채 탕감과 아울러 토지도 모두 같은 방법으로 분배를 합시다.
법무부 장관에게 한 번 물어 봅시다. 방금 제가 한 제안이 우리 헌법 안에서는 불가능한 제안입니까. 자본주의 제도하에서는 불가능한 제안입니까. 만일 그렇다면 저는 이렇게 물어보겠습니다. 제5공화국 부실기업 정리와 관련해서 탕감해 주거나 15년 거치 15년 상환으로 유예해 준 돈이 6조 원이라는데 국민의 부담으로 특정인에게 엄청난 이익을 주는 것이 자본주의 제도하에서 허용되고 국민들에게 연불로 불하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근거는 어디에서 나올 수 있는 것입니까?
... 지금 제가하는 주장은 공연히 한 번 해보는 소리가 아닙니다. 우리 정부는 기를 쓰고 대한민국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다고 주장을 합니다. 지금까지의 경제정책을 한 번 보면 임시정부의 정책을 이어받은 것이 한 건도 없습니다. 제가 바로 재벌 해체와 토지 분배 등을 경제정책으로 주장한 것은 임시정부의 정강정책으로 돌아가자는 뜻입니다. 그래서 민족 자립경제의 기반을 확고히 세우고 경제적 정의를 구현하자는 것입니다.
2. 현대중공업 집회연설 발언요지(1988년 12월 26일)
* 이인제 후보측은 88년 12월 26일 당시 노무현 의원이 현대중공업에서 행한 연설에 대해서도 '색깔론' 공세를 펼쳤습니다. 노무현 고문이 밝혔듯이 연설의 전체 정서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일부의 몇몇 문구만을 따로 떼 내어 사상 검증을 하려는 것은 극우세력의 전형적인 매카시즘 수법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을 선동하거나 아양을 떨려고 온 것이 아니다. 울산에 제가 가끔 얼굴을 내미니까 울산 동구에 무슨 흑심이 있지 않나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저는 노동자는 아니지만 노동자를 위해 무엇인가 해보려고 하면 여기저기서 로비가 들어오고 무조건 반대를 하고 해서 노동법 개정 문제만 하더라도 굉장한 난관에 부닥쳐 있다. 노동자 대표를 한 20명만 국회에 보내주면 정말 화끈하게 해보겠는데, 바로 여기 울산 동구에서 노동자 대표를 한분 뽑아주시고, 저는 딴 데 어디로 가면 또 (국회의원에 당선이) 안되겠나.
여러분의 이번 파업은 법률상 위법이다. 그러나 사람을 위해 법이 있는 것이지 법을 위해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권력있고 돈많은 몇사람만을 위한 법은 법이 아니다.
저 산동네 철거민도 대한민국 국민인데 법에 위반됐다고 집을 뜯는다. 노점상인들을 도로교통법에 걸어 목판을 차버린다. 이렇게 밥을 못먹게 하는 법은 법이 아니다. 노동 3권, 노동 3권 하면서도 여러분에게 '방위산업체니까 일방적으로 불법이다' 라고 하는 경향이 있다. 노동 3권이 우리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이상 여러분의 파업은 일어나야 한다. 헌법에만 명시해놓고 하지 못하게 하는 법은 있으나 마나다. 방위산업체의 사업주가 폐업을 해도 잡아넣어야지 왜 그런 것은 놔두는가.
법은 정당할 때 지키고 정당하지 않을 때에는 지키지 않아야 한다. 악법은 국민 스스로의 손으로 철폐시켜야 한다.
제가 여기 와서 얘기하는 것도 불안하다. 노동법에는 제3자개입금지라 해서 노동자가 아닌 자가 와서 노동자에게 얘기하고 상담만 해줘도 잡아넣는데 사용자는 대학교수, 경제연구소 사람들 불러서 토론도 하고 상담도 받는다.
지난 청문회에서 정주영 증인은 '단돈 10원도 경우에 어긋나면 줄 수 없고 수십 수백억이라도 경우에 맞으면 줄 수 있다'고 했다. 여러분의 요구는 경우에 맞는가?('예'라는 대답)
여러분이 해고자복직을 주장하는데 그 사람들 불순분자 아닌가?('아니다'라는 대답)
여러분이 이 싸움에서 돈 한푼 못받더라도 인간답게 살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다면 여러분 모두가 배신자가 되지 않겠다는 확고한 결의만 있다면, 10명을 잡아넣으면 1백명이 함께 감옥에 넣어주라하고 1백명을 잡아가면 1천명이 가고 그렇게 하면 대한민국 노동자가 달라질 것이다.
이 파업기간 동안 아니 그 이후라도 여러분이 더욱 성장해서 모든 사람에게 존경받고 진정 이 사회의 주인이 되는 그날을 위해 우리 함께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