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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와 관리자는 어떻게 다른가?
한마디로 리더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이고,
관리자는 관리하는 사람이다.
현대 리더십의 아버지로 추앙되는 워렌 베니스(Warren G. Bennis) 교수에 따르면 ‘리더십은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옳은가를 결정하는 것이고, 관리는 결정된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다. 리더십이 효과성(effectiveness)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관리는 효율성(efficiency)을 추구하는 것이다.
리더십과 관리는 전쟁과 전투에 비유할 수도 있다. 전쟁(War)은 국가와 국가 또는 정치집단들 사이에 폭력이나 무력을 동원해 충돌하는 상태를 말한다. 클라우제비츠(Karl von Clausewitz)는 전쟁을 ‘정치의 연장’이라고 봤다. 전쟁은 군사력 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국가의 총체적인 역량이 동원돼 수행된다. 이에 비해 전투(battle)는 교전당사자들이 특정한 시간 그리고 특정한 장소에서 벌이는 무력충돌을 뜻한다. 따라서 한 전쟁에서 수많은 전투가 벌어진다. 전쟁이 국가적 단위에서의 군사적전이 전략적 차원에서 이뤄진다면 전투는 전술적 차원에서 이뤄진다.
종종 ‘전투에서는 이기고 전쟁에서는 진다’는 말을 한다. 예를 들어 제1, 2차 세계대전 시 독일은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했지만 결국 전쟁에서 지고 말았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많은 전투에서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결국 전쟁에서 패하고 말았다. 이는 전술적으로는 승리했으나 전략적으로 패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독일 롬멜(Erwin Rommel) 원수의 전차군단이 북아프리카에서 전투를 벌이지 않고 유럽에 남아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롬멜은 북아프리카에서 엄청난 전투력을 발휘했지만 그것이 전략적으로 유익한 것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전투에 이기고 전쟁에 지는 것과 같은 상황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이는 눈앞의 작은 이익을 추구하다가 결국 큰 이득을 놓치거나 큰 손실을 보는 경우이다. 패러다임이 잘못 정립돼 있는 경우 이런 일이 발생한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코흘리개 적부터 줄곧 과외학습만 받아 점수 따기 경쟁에서 승리해 좋은 대학을 졸업했다면 일단 전투에 이긴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자란 아이가 창의성과 사회성 그리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과 어려움을 극복하는 인내력이 부족해 사회생활을 잘 해쳐나가지 못한다면 전쟁에 진 것이다.
만일 대자본이 골목상권까지 장악해 서민들의 푼돈까지 다 긁어간다면 전투에 승리한 것이다. 자본력의 절대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대기업이 승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서민들의 구매력이 하락해 국민총수요가 떨어지고 실업자와 빈곤층이 증가해 사회가 불안해 진다면 대자본에도 결코 유리하지 않다. 또한 국민들의 반 기업정서가 높아질 것이다. 그리하여 돈은 더 많이 벌지 모르나 존경은 커녕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이다. 결국 그들은 전투에 승리해 승전가를 부를지 모르나 얼마 가지 않아 전쟁에 패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부모가 자녀를 통제위주, 순종위주로 기르고, 완벽한 뒷바라지와 함께 아무것도 못하게 하고 머리공부만 시킨다면 아마 좋은 학교에 진학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부모는 전투에 승리한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자란 아이가 남을 배려하고 부모를 배려할 리가 없다 모든 것이 자기중심적인 인간이 될 것이다. 일생을 두고 볼 때 부모와 자녀는 모두 전쟁의 패배자가 되는 것이다. 부모가 자신들의 패러다임에 따라 지나치게 독선적으로 자녀들을 윽박지르는 경우 일시적으로 부모는 아이의 항복을 받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가 빗나가 비행청소년이 된다면 전투에 이기고서도 전쟁에는 완패한 결과가 된다. 종종 상당한 재력이나 사회적 지위를 가진 부모들이 자녀가 선택한 상대와의 결혼을 결사반대하는 경우를 본다. 그러면 자녀의 결혼은 불가능하게 된다. 문제는 그 후에 일어나는 일이다. 그냥 넘어간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데 문제가 있다. 아예 집을 나가 살림을 차리거나 아니면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또한 부모는 전투에 이기고, 전쟁에 참패한 것이다.
만약 어떤 기업이 제품의 성분함량을 속이거나 몰래 품질을 떨어뜨리는 경우 초과이윤을 획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일 그 사실이 소비자들에게 알려지는 경우 그 기업은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고 최악의 경우 망할 수도 있다. 전투에 이기고도 전쟁에서는 패배하는 현상이다.
네트워크마케팅 사업자들 가운데서도 전투에서는 이기고 전쟁에서 패배하는 사람들이 많다. 온갖 편법과 꼼수를 동원해 눈앞의 작은 이득 획득에 성공한다면 일단 전투에서 이긴 것이다. 그러나 그로 인해 회사나 관계당국의 제재를 받는다거나, 다른 사업자들과 파트너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된다면 전쟁에서는 패배한 것이다. 단기적 이익추구가 전투라면 장기적 이익추구가 전쟁이다.
리더가 신뢰를 잃으면 주변 사람이 떠나고 새로운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는다.
뱃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배가 출항하기 전에 쥐가 배를 떠나면 그 배는 안 타는 게 좋다고 한다. 배가 침몰할 징조라는 것이다. 이 말이 얼마나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현상은 조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람이 떠나기 시작하면 그 조직은 가망이 없다. 얼마 못가 망한다. 리더 입장에서 떠나는 사람이 ‘쥐’ 같이 보일지 모르나 사실은 조직의 운명을 미리 알고 떠나는 ‘인재’일수도 있다. 인재는 조직에 비전이 없으면 조용히 그 조직을 떠난다.
당신의 배에서 ‘쥐’가 떠나는가?
그러면 정신 바짝 차려라.
당신의 배는 곧 침몰할지도 모른다.
이성연 애터미경제연구소장 nexteconomy@nexteconom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