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4년도 가족여행을 기록한 것으로 재미 삼아 봐주세요.
8월의 끝자락에 우리 가족은 강원도 강촌을 시작으로 3박 4일의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강촌은 1년에 서너번씩 오는 곳이라 근처의 남이섬, 제이드가든 수목원, 애니매이션 박물관,소양강을 건너 청평사 등 가볼 만한 곳은 다 가봤는데 이번에는 재작년에 왔었던 애니매이션 박물관을 다시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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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아들과 로보트도 같이 조립하고 다양한 체험 게임도 하며 즐거운 오후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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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 정한 숙소는 서울시립대 강촌수련원인데 2011년도 “올해의 건축 BEST 7"에 선정되기도 했던 아름다운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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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골 목구조와 철근콘크리트구조를 조합하여 지은 이곳은 대형 세미나실, 식당, 자율취사장, 바베큐장, 운동장, 야외 야영장 등이 있고 방은 모두 복층 구조로 8명~9명의 인원이 묵을 수 있는 곳입니다.
(현재는 정원이 6~7명)
그리고 자율취사장 앞에서 시작하는 산행코스는 좀 가파르지만 20분 정도 올라가면 정상까지 갈 수 있고 인근의 문배산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숙박료는 학교동문의 경우 5만원(현재는 7만원)이고 일반은 10만원(현재는 12만원)으로 상당히 저렴하고 30명 이상 단체가 있는 경우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언제나 그랬듯이 바베큐장을 이용했고 따로 숯을 준비해 갔기에 바베큐장 이용료도 50% 정도 할인 받았습니다.
(현재는 세미나실 앞에 탁구대 2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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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촌에서의 이른 아침은 아들과 함께 북한강변을 걷는 걸로 시작했습니다.
아들에게 여기 흐르는 강이 북한강이라고 설명했더니 “그럼 남한강도 있겠네” 그러는 겁니다.
아침은 공동취사장에서 참치 김치찌게를 맛있게 먹고 남한강이 흐르는 단양으로 출발했습니다.
단양 가기 전에 제천의 의림지를 들렸는데 의림지는 신라시대에 축조된 저수지로 경치가 좋아 우륵이 가야금을 켰던 곳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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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천에 온 김에 제가 태어났던 곳 청풍호를 찾아갔습니다.
청풍 문화재단지에서 바라보는 청풍호를 바라보며 어릴 때 동네 아이들과 씨름했던 것들, 외할머니의 꽃상여가 지나가던 풍경 등을 추억했는데... 이제는 모두 청풍호 아래 잠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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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호를 가르는 청풍대교를 건너 단양8경 중에서 제1경이라는 도담삼봉을 찾아 갔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도담삼봉은 '남편이 아들을 얻기 위해 첩을 들이자 심통이 난 아내가 새침하게 돌아앉은 모습' 이라고 합니다. 가운데 봉우기가 남편봉우리, 왼쪽이 처봉, 오른쪽이 첩봉인데 첩봉은 배가 부른 형태고 처봉이 남편봉우리와 등을 지고 있는 모습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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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삼봉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고수동굴이 있어 입장 마감시간에 임박하여 들어갔습니다.
아들에게 동굴 속의 신비감을 느끼게 해주려고 했는데 약 1시간 정도 걸렸기 때문에 아들은 좀 힘들어 하더군요. 오히려 다음 날 간 온달동굴이 더 아기자기 하고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다.
저녁이 되어 숙소인 단양의 대명리조트로 가서 체크인을 한 후 남한강 건너편 쪽의 단양구경시장을 둘러 보았습니다. 장날이 아니어서 그런지 시장은 한산했는데 유독 마늘 파는 상점이 많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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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음날 점심은 마늘밥 정식으로 정했는데 처음 맛보는 다양한 요리들이 많았습니다. 손님이 많아 음식이 좀 늦게 나오는 것 빼고는 대체로 정갈하고 괜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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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의 시작은 단양온달관광지였습니다. 바로 고구려의 온달장군이 성을 쌓아 신라와 싸우다 전사했다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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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달산성까지 올라가기에는 힘들 것 같아 온달 동굴까지만 구경을 하였는데 참고로 임산부는 동굴 안쪽까지는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키가 큰 저는 몸을 최대한 굽혀서 낑낑대며 통과해야 하는 반면 아들은 크게 힘들이지 않고 통과하니 아들은 아주 재밌어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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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안동의 도산서원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처음에는 좀 따분할 것 같았지만 막상 도착해니 마음이 숙연해지고 주위의 멋진 경관에 학문 보다는 풍류가 더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한석봉이 쓴 도산서원의 편액 아래에서 그 옛날 선조들의 학문에 대한 열의를 생각하게 되고 앞마당의 수백년 된 고목에서는 이곳의 깊은 역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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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서원 앞으로는 낙동강이 유유히 흐르고 그 건너편에는 시사단이란 곳이 있는데 이곳은 정조 때 지방별과를 보았던 곳으로 비와 비각이 있고 비문은 영의정 채제공이 썼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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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서원에서 낙동강을 건너 시사단까지 가는 길에 아들과 물 수제비도 띄우고 거센 물 소용돌이도 감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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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서원의 아름다움을 뒤로 한 채 숙소인 농암종택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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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암은 조선중기 시인인 이현보의 호로 농암은 효자로서도 특히 유명했는데 1512년 부모를 위해 '애일당愛日堂'이라는 정자를 짓고, 9노인을 모신 이른바 '애일당구로회(愛日堂九老會)’를 개최해서 여기서 70세 노구의 몸으로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추었다고 합니다.
효를 중시하는 마음은 현재 종손에게도 이어져 종택에서 아침식사를 할 경우 80세 이상의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경우 가족 모두의 식사비(1인당 7천원)를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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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기 위해 차로 50분 걸리는 안동시내로 갔습니다.
어마어마한 양의 맛있는 안동찜닭으로 배를 채운 후 안동의 명물인 월령교의 야경을 보러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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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령교는 길이 387m의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목재교로서 밤에는 멋진 조명시설이 켜지고 많은 연인들과 가족들이 즐겨 찾는 나들이 코스입니다.
다음날 아침은 종택의 안방에서 숙박객들이 함께 식사를 했는데 안동고등어를 비롯하여 너무도 다양하고 맛있는 반찬들이 나와서 밥을 두 그릇씩 해치웠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깐깐한 이미지의 종택 어르신 및 어머니처럼 자상한 종부님과의 대화도 나눴고요.
아침 식사 후 이번 여행의 마지막인 하회마을로 향했습니다.
하회마을 앞의 낙동강을 배로 건너 부용대에 올라가서 보면 하회마을이 한 눈에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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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이곳에서 중요무형문화재인 하회별신굿탈놀이를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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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연세드신 분들이나 좋아할 만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풍자와 해학,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이 있어 너무도 재밌게 관람하였습니다. 특히, 할미탈을 쓰고 공연하는 분이 제 아들의 꿀밤을 때리며 부모님 말씀 잘 들으라고 하는 장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고 그래서인지 제 아들도 그 전보다는 인사성도 좋아지고 착한 아이가 된 것 같습니다.
여행을 하고 싶어하는 이유를 말하자면 저는 “낯선 곳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얘기합니다.
아이들이 커가는 것 자체가 모두 낯선 경험들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어른들도 마찬가지겠지요. 이번 테마여행도 우리 가족의 행복했던 낯선 곳에 대한 추억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가장 멋진곳에서 가족여행을 하셔서, 더 의미있는 여행이 되셨겠네요~^^
더 멋진 곳도 많아서....이번 겨울에는 한라산에 가볼 계획인데...요즘 은행 대출금 부담 때문에 허리띠를 조여메고 있습니다.^^;
풋풋하셨네요! ㅎㅎㅎㅎ
3년 전에는 지금과 달리 팔팔했었죠.
지금은 노안도 오고...늙어가는 것을 제대로 느끼고 있습니다.
더 늙기 전에 많이 다녀 봐야겠어요..
제 아들들에게 반성하면서 좋은글 읽었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오늘이라도 당장 같이 5분이라도 놀아주면 됩니다.^^
따뜻하다!!
역시 아들이 미남이네요^^
많이 다니면 다닐수록 자녀와.부모사이에 유대감이 진해짐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