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에서/이탄
가끔 생각은 했지만 내 다리가 너무 약하구나. 등을 꼿꼿이 하고 하늘을 향한 어깨가 믿음직한 과수원의 나무들 사이에서 나는 너무 심했던 음주(飮酒)를 미안하게 생각한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한 해의 결실을 풍성히 거둔 열매를 보면 좁은 소견머리가 더욱 미안해진다.
제자리에서 비와 바람을 이기며 완성의 눈을 감는 나무의 냄새가 마음을 적신다. 단추마다 과일의 풋풋한 맛이 괴고 여기선 해가 길다.
믿었다 말았다 믿었다 말았다. 사람들 틈에서 나는 때 묻은 머리칼의 냄새를 날리며 히히 웃었지 웃었지. 미안할 뿐이다.
과일나무 하나하나에 나는 미안하다는 인사를 하며 서툰 그림을 그린다. 인내의 등과 푸른 어깨를, 붓에다 향기를 듬뿍 적신다.
===[한국 대표 명시 2, 빛샘]===
이탄(1940~2010) 본명은 김형필. 충남 대전 출생. 외국어대 영문과 졸업. 한양대 대학원 수료. 196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바람 불다」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 '신춘시'동인. 시집 『바람 불다』 『소등(消燈)』 『줄풀기』등이 있다.
------------------------------------------
퇴직하면 거창하게 과수원을 하기보다는
소박하게 유실수 몇 그루 심어
꽃 피고 과일이 익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꿈입니다.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는다는 것을 알게 하는 유실수.
붓에다 향기를 듬뿍 적신다는 시인의 행복한 웃음을 봅니다.
자연은 저의 스승입니다.
가만히 한참동안 바라보면 무슨 이야기를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카시아 꽃이 피는 계절입니다.
고향에서는 하교길의 간식거리였습니다.
향기가 참 좋았습니다.
하얀 꽃,
아카시아 꽃길을 걸어 보세요.
오늘은....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