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그 남자 (7편)
/ 모네타
아침 늦게 가게에 나온 그 여자는
가게 출입문쪽에 위치한
테이블에 앉아
인터넷 문학카페에 접속해
음악 방송을 듣는다
‘안녕 하세요
디제이를 맡은 CJ색연필입니다
제가 맡은 시간동안
즐거움을 담뿍 안겨드릴테니
가을의 행복함 만끽하세요
오늘은 춥다하네요
감기조심하시고요‘
조용한 음성의 디제이 멘트가
끝나고 음악의 전주곡이
흘러나온다
그 여자는 생각한다
색연피리 참 많이 컸네
처음에는
더듬더듬 앞말과 뒷말 사이가
길기만 하더니
이젠 제법 멘트도 깔끔하네
굼벵이도 나는 재주가 있다더니
전주곡이 끝나자
이진관의 ‘인생은 미완성’이란
노래가 감미롭게 흘러나오며
그 여자를 센치하게 한다
노래말을 따라
음미하던 그 여자는
갑자기 무언가에 몰두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인생은 연극, 꿈, 신의 장난,
단막극, 한판의 카드놀이,
공수래 공수거
일장 춘몽
여러 가지를 생각하던
그 여자는 철학을 더듬어 본다
여고에서 배운 국민윤리에서는
서양 철학자이라면
키에르 케고르, 쇼펜 하우에르,
파스칼의 명상록
데카르트의 존재론
로마의 폭군 네로의 스승이자
자살론의 주창자 세네카
타인들은 죽음이 행복이라 했지만
자기는 위험하다고 면도조차
직접했다는 위인
동양 철학자라면
공자 맹자 장자 노자
그 여자는 ‘픽’하고 웃음이 나온다
노자란 말에
그 여자 엄마가 흥이 나 부르던 노래
‘노세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나니‘ 란
노랫말이 생각나서이다
한국 철학자라면
퇴계 이황의 이기이원론
율곡 이이의 이기일원론
아! 참 그리고 더 있지
진짜 유명한 개성의 명품
송도삼절
박연 폭포, 서화담 선생, 황진이
비오는 날 늦은 캄캄한 밤
얇은 속옷차림으로
지족암 고승 지족 선사를 찾아가
파계시켰다는 황진이
그러나 화담 서경덕 선생에게도
똑같은 수법을 쓰다가
오히려 망신만 당하고
높은 학식과 인품에 탄복했다는
유명한 일화
그 여자는 생각한다
만일 다른 여자가 황진이처럼
야시시한 복장을 하고
그 남자를 유혹하면
그 남자는 그 여자를 위해
‘아니요’ 란 말을 하고
그 여자를 위한 순결을 지켜줄까
그 여자는 생각한다
아마 아닐 것이다
세상 남자들 겉만 뻔지르르하지
속은 다 시커먼 늑대
‘웬 떡이냐’ 하면서 남이
넘보기 전에 냉큼 달려들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 여자는 더욱 신경질이 난다
그 여자는 다시 생각한다
그 남자에 대한 내 믿음이
왜 이렇게 약해졌지
진짜 그 남자는 그 여자를 위해
‘아니요 절대 안되요’ 란
말을 기차 화통소리보다
더 크게 외칠거야
그 여자는 생각한다
만일 일주일을 굶은 내 앞에
다이아몬드와 개떡 한 개가
놓여 있다면 나는 어느 것을
선택하게 될까
이 것 못 먹으면 일주일동안
아무런 음식도 없다고 하는데
그 여자는 곰곰이 생각하다
두 가지 답을 머리에 떠오른다
그 남자가 앞에 있으면
고상한 여자처럼 탈속하여
다이아몬드를 잡을 것이고
그 남자가 없다면
개떡을 집어 양손으로
‘우그적우그적’ 단 맛이
날 때까지 먹을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왕복하던
그 여자는
급기한 ‘픽’ 또 웃어버린다
쓸데없는 망상
개똥철학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믿음
난 왜 늘 그 남자를 시험대에
올려 놓고
요리조리 요리해 보지
그 남자도 나처럼 그럴까
내가 그런 생각 많이 할수록
그 남자도 그럴꺼야
그 여자는 다짐한다
세상이 뒤집어진다해도
아니 내일이 종말이라해도
난 반드시 그 남자를
믿고 따를거야
욕심과 이기심은 버리고
그 남자를 위해 멋진 그 여자가 될거야
그 여자는 혼자 생각하면서
하얀 미소를 그 남자에게 보낸다
그 남자의 가슴이
따뜻해져 오도록
그 여자는 다시 음악을 듣는다
그래 인생은 미완성이야
그러니 나에게 그 남자가 필요하고
그 남자도 내가 필요할거야
미완성인 인생에서
둘이 합하면 조금은 나아질거야
그 여자는 그 남자가
너무 믿음직스러워진다
너무 사랑스러워 하늘을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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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 여자의 내심세계가 묘한 필치로 그려지는군요
재미있게 보고 가요^^
고맙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시간들 이시길요
연속으로 이어지는 한 여인의 대한 이야기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이젠 봅ㅁ이 얼마 안 남은 것 같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시간이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