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두로봉, 하늘 가린 숲속 길이라 하늘 보기가 어려웠다

어제도 저물고
오늘도 또 저물어
가는 봄이여
きのふ暮けふ又くれてゆ春や
―― 요사 부손(与謝蕪村, 1716~1784, 일본 에도 시대 시인)
▶ 산행일시 : 2016년 5월 28일(토), 맑음, 미세먼지
▶ 산행인원 : 14명(버들, 모닥불, 무명, 은하수, 악수, 대간거사, 챔프, 상고대, 두루,
신가이버, 불문, 해피, 무불, 메아리)
▶ 산행시간 : 8시간 45분
▶ 산행거리 : 도상 16.1km(지장암에서 월정사 매표소까지 도로 2.5km 포함)
▶ 교 통 편 : 두메 님 24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6 : 30 - 동서울터미널 출발
09 : 30 - 평창군 진부면 척천리 방아다리교, 산행시작
09 : 44 - 첫 휴식
11 : 25 ~ 12 : 18 - 한강기맥 주릉, △1,360.7m봉, 헬기장, 점심
13 : 15 - 1,357.3m봉, ┫자 능선 분기, 왼쪽은 호령봉으로 감
13 : 27 - 1,352.6m봉
13 : 45 - 1,282.8m봉
15 : 18 - 1,247.9m봉(영진지도에는 1,254.0m)
15 : 38 - ╋자 갈림길 안부
15 : 58 - 1,077.7m봉(영진지도에는 1,081.0m)
16 : 20 - 1,072.2m봉
16 : 58 - 963m봉, ┳자 능선 분기
17 : 25 - 지장암
17 : 45 - 월정사(月精寺)
18 : 15 - 월정사 매표소 앞 시내버스 정류장, 산행종료
18 : 30 ~ 20 : 08 - 진부, 목욕, 저녁
22 : 35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 한강기맥 주릉 △1,360.7m봉에서, 왼쪽부터 상고대, 메아리 대장, 챔프, 은하수,
대간거사, 모닥불, 신가이버, 무불, 두루, 해피, 불문, 앉은 이는 버들과 무명(오른쪽)

2. 월정사 금강교 아래 금강연

▶ 한강기맥 주릉, △1,360.7m봉
이번 산행은 오대산 변방이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영동고속도로가 어지간히 막히는 터라
(지난달에 봉평의 회령봉이나 흥정산을 가려다 영동고속도로가 워낙 막혀 문막 근처에서 치
악산으로 기수를 돌린 적이 있다) 서울춘천고속도로를 가다 홍천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
타고 횡성에서 6번 국도를 달린다. 전혀 막힘이 없다.
그런데 6번 국도와 나란히 가는 영동고속도로가 차량들이 밀리기는커녕 더 쌩쌩하게 달리는
것이 아닌가. 그걸 보니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 산간고개 가리치는 여전히 준령이다. 옛날에
계방지맥 종주할 때 들리고는 소원해졌다. 가리치 넘고 산모퉁이 돌고 돌다가 지계곡 건너는
조그만 방아다리교 건너자마자 멈춘다. 들머리다.
오늘 산행의 콘셉트는 나물산행이다. 약간 철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봄날을 이대로 보내
기에는 조금 섭섭하다. 그렇다고 산행을 소홀히 할 수가 없어 호령봉을 목표로 잡았는데 아
무래도 거기까지는 무리일성 싶다. 도로 옆 덤불숲 헤치고 엷은 지능선 붙잡는다. 녹음. 검은
등뻐꾸기가 앞에서 뒤에서 ‘홀딱 벗고’ 소리로 반긴다.
하늘 가린 숲속 길이다. 사면 질러가던 대간거사 님의 때 이른 에헤라디야 연호가 들리고, 그
필유린(必有隣, 반드시 이웃이 있기 마련이다)을 찾아 풀숲을 누빈다. 긴 한 피치 올라 가파
름이 잠시 수그러든 틈을 타서 입산주 탁주 마신다. 이때다 하고 (산행 시작한 지 경우 14분
이 지났다) 서로 배낭 무게 줄이려고 다투어 수박, 식혜 등 먹거리 내놓는다.
좌우측에서 달려드는 지능선 모아 등로는 더욱 탄탄해지고 사면을 누빌 일이 없어졌다. 고도
는 (주로 1,000m 이상 고지에서 자생하는) 곰취가 알아낼 것이다. 막 간다. 돌길도 나온다.
철쭉꽃은 거의 다 졌다. 그 낙화가 등로를 수놓았다. 남은 몇 송이 철쭉꽃은 미풍에도 떨어진
다. 천파 오숙(天坡 吳䎘, 1592~1634, 조선 중기의 문신)의「석춘(惜春)」의 풍경이다.
다만 ‘저녁 내내(終夕)’는 여기서는 ‘종일(終日)’이다.
작은 바람에 꽃은 지고 花受微風墮
작은 비에 봄은 간다 春從小雨歸
정원의 새 무슨 뜻이 있는 듯 園禽如有意
저녁 내내 숲을 돌며 나는구나 終夕繞林飛
넙데데한 초원이 나와 가는 걸음에 둘러보지만 별무소득이다. 하늘 가린 숲속 길은 계속된
다. △1,360.7m봉. 너른 헬기장이다. 오대산 두로봉에서 시작한 한강기맥이 호령봉을 넘어
와서 계방산으로 향하는 도중이다. 삼각점은 ‘도암 301, 2005 재설’이다. 숲속 그늘로 들어
가서 점심자리 편다. 신삼합이 산중진미다. 신산합이란 더산 님의 버전으로 곰취, 삼겹살,
생더덕주를 말한다. 곰취에 참나물을 한두 가닥 곁들이면 더 좋다.
이래서 호령봉은 그만 아득해졌다. 놓아준다. 그 대신 삽상한 춘풍과 어울려 신선노름 한다.
술이 더 없기 망정이다. 다시 △1,360.7m봉 헬기장에 모여 기념사진 찍고 물러난다.
3. 방아다리교 남쪽 1,124.1m봉

4. 휴식 중, 신가이버 님을 주려고(?) 빵을 나누고 있는 대간거사 총대장님

5. 대간거사 총대장님은 목하 공부 중, 어디가 곰취가 있을까?

6. 왼쪽부터 버들, 신가이버, 두루

7. 무불 님, 땀 좀 나네

8. 녹음 속으로, 모닥불 님

9. 쥐오줌풀(Valeriana fauriei Briq.), 마타리과의 여러해살이풀

뿌리는 수염뿌리이며 뿌리에서 쥐 오줌냄새와 비슷한 냄새와 비슷한 독특한 향이 난다고
해서 ‘쥐오줌풀’이라고 불린다.
10. 쥐오줌풀(Valeriana fauriei Briq.), 마타리과의 여러해살이풀

11. 곰취(Ligularia fischeri), 국화과 여러해살이풀

▶ 1,072.2m봉, 지장암, 월정사
곰취 찾으러 간다. 북사면 초원을 헤집는다. 이따금 함박꽃과 눈 맞춤 한다. 그런데 곰취는
어디를 가야 만날 수 있는가? 무슨 비결이라도 있는가? 상고대 님 왈, 운이 좋아야 한단다.
그랬다. 운이 좋았다. 우연히 곰취 밭에 들어섰다. 아까는 한 포기가 드물뿐더러 고작 일엽이
었는데 여기는 다엽이다. 곁눈질 특히 아래쪽 곁눈질은 삼간다. 발품들이기 귀찮다.
그저 앞만 보고 엎드려 곰취 뜯으며 (그것도 골라 뜯는다) 간다. 이때 하도 허리를 굽혔기에
이튿날 아팠다. 30분이면 충분했다. 등로로 복귀하고 일행 쫓아 잰걸음 한다. ┫자 능선 분기
봉인 1,357.3m봉. 왼쪽은 호령봉으로 간다. 우리는 곧장 월정사 쪽으로 가고자 직진한다. 고
원이다. 봉봉 오르내리는 굴곡이 얕아 지도상의 봉우리를 짚어내기가 쉽지 않다.
1,247.9m봉(영진지도에는 1,254.0m) 북사면에서 시간도 죽일 겸 한탕 더 뛴다. 온통 단풍
취로 뒤덮인 사면 내리고 너덜지대 관중도 지났다. 그러나 (나에게) 곰취는 한 장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빈손일 수야. 참나물 뜯는다. 향 싼 종이에는 향기가 난다고 했다. 곰취와
참나물 뜯은 손에 향기가 배었다. 1,247.9m봉을 길게 내린다. 모처럼 산을 가는 것 같다.
바닥 친 안부에는 ╋자 갈림길이 나 있고 이정표가 길을 안내한다. 오래 휴식한다. 가파른 오
르막이 이어진다. 0.4km. 산죽 숲속 잘 난 등로에 굵은 밧줄이 매여 있다. 이때만큼은 한여름
비지땀 쏟는다. 1,072.2m봉. 산죽 숲이다. 사방 키 큰 나무숲에 가려 아무 조망 없다. 신삼합
그 달콤했던 술기운은 다 가셨다. 목 추긴다.
이제 고원의 오솔길이다. 이 걷기 좋은 오솔길을 한참 간다. (대간거사 총대장님이) 무명 님
앞세워 채근하며 간다. 오지산행은 아가씨처럼 걸어가서는 안 되고 해병대처럼 가야 한다나.
그 뒤를 따르는 신가이버 님도 어깨너머로 많이 배운다. 어쩌다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 트이
면 두로봉 연릉 기웃거린다. 나물은 대풍년이지만 조망은 대흉년이다.
┳자 능선 분기봉인 963m봉이다. 오른쪽은 해탈교 쪽으로 가고 왼쪽은 지장암이다. 지장암
으로 간다. 등로는 스님들 명상의 길인가 한적하다. 등로 주변의 드문드문 아름드리 소나무
는 선사(禪師)다. 완만한 지능선 산죽 숲 헤친다. 지장암 절집에 든다. 총명수 약수터가 먼저
나온다. 총명수의 시원한 물맛이 아주 좋다. 지장암은 화원이다. 하늘 높이 솟은 소나무와 전
나무로 둘러싸였고 정원에는 갖가지 야생화를 심었다.
12. 곰취

곰취는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라는 풀이다. 꽃은 여름에 피기 시작하
여 초가을까지 피는데, 우리가 꽃잎이라고 생각하는 혀 모양의 설상화(舌狀花)는 진하고 산
명한 노란색이다. 곰취의 꽃말은 ‘보불’이다. 한자로는 웅소(熊蔬) 또는 마제엽(馬蹄葉)이라
고 한다.
13. 등로는 숲속 오솔길이다

14. 멀리 왼쪽은 대관령

15. 호령봉 위수지역을 벗어난 바닥 친 ╋자 갈림길 안부

16. 두로봉

17. 챔프 님, 하산 길 산죽 숲에서

18. 월정사 지장암, 이곳 총명수 물맛이 아주 좋다

19. 매발톱, 지장암에서. 지장암은 많은 화초를 가꾸고 있다

20. 은방울꽃

지장(地藏)은 지장보살의 줄임말로 무불(無佛) 세계에서 육도(六道, 중생이 선악의 원인에
의하여 윤회하는 여섯 가지의 세계) 중생을 교화하는 대비보살을 말한다. 지장암만 해도 대
찰이다. 지장암을 빠져나오면 바로 상원사와 월정사를 오가는 대로다. 월정사에 들린다. 적
광전(寂光殿)이 본전이다. 적광은 세상의 번뇌를 끊고 적정(寂靜)한 열반의 경계로 들어가
발휘하는 참된 지혜의 빛이라고 한다.
월정사 금강교에서 내려다보는 금강연에 비치는 반영의 세상이 피안으로 보인다. 금강교 건
너면 월정사 주차장인데 우리 차는 없다. 월정사 매표소 앞 군내버스 정류장에 있다. 월정사
의 맛과 멋은 사실 매표소에서 월정사까지 전나무 숲길을 걷는 것인데 차를 타고 주차장까지
그냥 와버리는 것은 매우 아깝다. 그래서도 우리는 걷는다.
오대산 월정사 앞의 이 전나무는 유명하다. 특히 겨울의 모습은 “늠름하게 뻗어 올라간 아름
드리 줄기며 짙푸른 잎새, 그 위로 가지가 휘어질 듯 덮인 하얀 눈송이와의 조화는 천상의 아
름다움에 견줄”만큼 환상적이다. 전나무를 젓나무라고도 한다.
“젓나무는 우리나라 식물 분류학의 대가인 이창복(李昌福, 1919~2003) 박사가 붙인 이름
이며,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이름이다. 이 박사의 견해로는 잣을 생산하는 나무가 잣나무이듯
젓나무에서는 하얀 물질이 나오는데 이 물질을 예전에 ‘젓’이라고 불렀으므로 젓나무가 옳은
이름인데 발음대로 쓰이게 되어 전나무가 되었으니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이유미,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나무 백 가지』)
이창복 박사는 ‘千草萬樹無不眞友(천만가지 나무와 풀 가운데 진정한 친구 아닌 것이 없
다’라는 지론에 따라 호를 수우(樹友, 나무의 벗)라고 지었다.
오늘 우리는 돈 벌었다. 번 셈이다. 주차료 7,000원, 문화재관람료 42,000원(14명 × 3,000
원), 도합 49,000원이다. 쪽동백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월정사 매표소 앞 시내버스 정류
장에는 우리 차뿐이다.
21. 지장암 불두화

22. 복주머니란(Cypripedium macranthos Sw.)

속명 Cypris는 미의 여신 Venus(Cypris)를 나타내며, pedium은 슬리퍼(Pedion)과의 합성
어이다. 따라서 미의 여신이 신는 아름답고 우아한 신발과 같이 생겼다는 의미이다. 우리나
라에서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23. 개양귀비

24. 월정사 가는 길

25. 월정사 가는 길

26. 월정사 절집, 적광전(寂光殿)이 월정사 본전(本殿)이다. 그 앞의 8각9층석탑은 고려시
대 석탑으로 국보 제48호이며 이 탑 앞의 석조보살좌상은 보물 제139호이다.

27. 월정사 금강교 아래 금강연

28. 월정사 금강교 아래 금강연

29. 도로 옆 붓꽃

30. 월정사 전나무 숲

31. 월정사 일주문을 향해 속세로 나가려는 세 사람, 왼쪽부터 두루, 은하수, 불문
첫댓글 오대산 변방의 숲능선을 품고온 산행이었습니다.
월정사의 그 고요함이 좋았습니다 !!
조망은 없지만 나물도 별로 였는데, 형님은 많이 거두셨군요^^,,, 모처럼 지나온 월정사의 숲길,,,다리만 아프지 않으면 좋은 길인데, 수고 많으셨습니다^^
조망도 없고 날파리 등살에 고생도 했지만
생각나고 그리워지는 것은 무언가요?
행님은 산봉우리들이 몇개나 담으셨네요.무더운 날씨에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