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향유하는 일상의 안녕과 만족과 여유와 평화와 별개로 세상은 불안하고 부조리하며 몰상식한데다가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늘 벌어지고 있다. 내 일상과 그 세상과의 간극이 그리 크지 않던 시절도 있었지만 어느덧 내 이해관계에 얽힌 일이 아니라면 ‘관망’은 하되 ‘관심’은 가지지 않게 됐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으나, 우선 소시민적인 삶에 별다른 불만이 없어서다. 세 끼 잘 먹고, 큰 불안 없이 자고 일어나고, 해야 할 일이 있고, 적당히 사회적인 인정도 받고 또, 때 되면 월급이 나오는, 주말에는 가고 싶은 곳을 훌쩍 떠날 수 있는 지금 이 생활에 스스로 꼬투리를 잡기는 어렵다.
그리고 내가 가진 한계가 무엇인지 새삼스럽게 절감한 것도 크다. 그래도 역사는 진보한다는 당위에 대한 의심은 없으나 개인을 희생하면서까지 무엇을, 예컨대 공공선 같은 공적 영역의 확대를 이뤄내자고 말할 자신은 없다. 나의 안온한 일상이 내가 가진 가장 큰 기득권이라는 걸 알아서다. 그것을 포기할 만한 결기가 이제는 없다. 아니 애초부터 그런 결기가 있었다고 스스로를 기만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 기만은 모른 채 한 채 나는 어디 가서 기자입네 행세하며 살고 있다.
술 자리였던 모양이다. 어젯밤에 전화가 왔다.
“형. 그냥 좋은 신문 하나 만들려고 그러는 것 뿐 인데. 쉽지 않네요.”
타사의 일이기에 조심스러운 면이 많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난감했다. 다만 잘 되겠지. 이런 말만 얹어주었을 뿐이다. 녀석이 한 마디 더 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카페에 들어왔더니...”
마음이 아팠다. 그 말의 끝에 어떤 아쉬움이 배어 있는지 짐작할 수 있어서다. 어쩌면 고향 같은 커뮤니티에서의 무관심이 서러웠을 것이다.
녀석과 같은 상황이 닥쳤을 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누구의 말대로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의 자유 문제다. 그런 상황에 대해 수 만 명 언론인 지망생이 모였다는 이곳은 어느덧 공분보다는 침묵이 자연스러운 공간이 되어 버렸다.
세대가 달라졌고 시절이 바뀐 현실을 모르는 건 아니다. 점점 뒷방 늙은이마냥 잔소리 하고 네들이 잘못하고 있다는 식의 타박과 힐난으로 상대적 우월성을 느끼려는 게 아닌가 싶어 글을 썼다가도 지운 적이 많다. 괜한 논란을 자초해 시간을 투입하는 것도 부질없는 일이라 싶었다.
한 때 이 공간에서 대안을 이야기했던 열정이 있었다. 온라인에서 치열한 논쟁이 오고갔다. 치기가 앞섰지만 문제의식은 순수하고 순진했다. 그리고 결국 사람들을 모아 얼굴 맞대고 이제는 말조차 하기 거북스럽게 된 여러 추상적이지만 순수한 단어들을 꺼내며 서로 마음이 뜨거워 밤새 찬 소주로 열기를 식힌 채 신새벽을 맞이하기도 했다.
이렇게 올해 초부터 벼르던 카페 가입 10년 단상을 뒤늦게 감상적으로 남긴다.
나도. 이곳도 많이 변했다. 변하지 말았으면 좋았을 것들도.
첫댓글 변해버린 판에 뛰어들어 '언론관' 없는 배움에 고생만 하는 후배들이 때론 불쌍하기도 합니다. 제 자신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그들은 대체 무얼 배우고, 내 자신 역시 남들이 침묵할때 같이 입다물고 있진 않은지 되새겨봅니다. 밤 늦은 시간,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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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곳도 많이 변했다...
참 와닿는 말씀이네요.....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고..전 생각합니다만...그게 다 그렇지는 않은 듯 합니다.
'마음의 고향같은'...카페 가입 10년을 즈음한 사람입니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한번씩 들어와보곤 합니다. '혹시나'해서...인정하자면서도 서운하고 아쉬운 맘이 가시질 않네요...
........그러게요..이제 떠날때?가 된 듯 합니다.
뭔가 뭉클합니다...
....전..좀 씁쓸했습니다.
토닥토닥, 10년 지기도 여기 한 명...
미국...사진 잘 봤슴돠..ㅋ
벌써 가입이 10년이 됐구나... 어느새 세월이 헐....
유수같지 뭐-.-
오호! 에디슨? ㅋㅋ
나도 가입은 10년쯤 된것 같은데..^^정말 오랜만에 들어왔다 반가운 글 보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