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놀이… 인기가수 동원 축하쇼…
시의원 전용 헬스장에 개인 사무실까지 제공…
시장실은 아방궁으로 불려
"여러분, 가수들만 보고 가시면 안 됩니다. 오늘 돈 많이 썼습니다. 불꽃놀이까지 감상하시고 가세요."
사회자로 나선 개그맨 이윤석씨가 콘서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이씨가 추운 날씨 탓에 움츠린 시민들에게 박수와 환호 연습을 시킨 뒤 첫 초대손님으로 가수 하춘화씨가 나와 "사랑이 야속하더라~"로 시작하는 '날 버린 남자'를 열창했다.
18일 오후 5시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여수동 성남시 신청사 앞. 성남시청사와 의회 개청을 기념하는 'e―푸른콘서트'를 보기 위해 모여든 시민 8000명(성남시 추산)으로 신청사 인근과 청사 1층 로비는 북새통을 이뤘다.
오후 3시 30분부터 시작된 식전행사와 개청식에선 기념식수와 테이프 커팅이 진행됐다. 이어 열린 현판 제막식에서 이대엽 성남시장과 성남 출신 국회의원 및 도의원, 각계 인사들이 1층 중앙현관 현판에 묶여 있던 밧줄을 당기자, 현판이 드러나면서 수천개의 오색 풍선이 하늘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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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222억원을 들인 호화 신청사로 비판받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 신청사 앞에서 18일 인기가수와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청식이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호화 청사에 호화 개청식
토지매입비와 건축비를 포함해 3222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돼 '호화 청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성남시는 이날 개청식 행사와 콘서트를 위해 2억원을 들였다. 이날 행사엔 주현미·인순이·김경호씨 등 인기가수들이 출연했다.
'스텔스 전투기' 모양을 본떠 지하 2층, 지상 9층, 연면적 7만2746㎡로 건립된 성남시 신청사는 기획 단계부터 "지나치게 호화롭다"는 비판을 받았다. 서울 중구 태평로에 지하 5층 지상 13층 규모에 연면적 9만788㎡로 들어설 서울시청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성남시는 "향후 도시계획과 통합시 탄생을 고려하면 호화롭지 않다"는 입장이다.
신청사 1층 로비에 들어서면 3층까지 이어진 에스컬레이터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호텔 로비나 컨벤션 센터 1층의 분위기와 흡사하다. 2층엔 내달 문을 열 종합홍보관 공사가 한창이다. 홍보관 면적은 825㎡(약 250평). '호화 청사'로 비판 받은 용인시(419㎡)와 서울시(420㎡)의 홍보 관련 공간 넓이의 2배에 달한다.
성남시는 1~3층을 시민공간으로 개방했다. 600석 규모 대강당에선 문화행사나 예식을 무료로 열 수 있다. 2층엔 시청을 찾은 시민들이 이용하도록 열린도서관(40석)과 문화강좌실, 수유실·아기용침대·화장대 등이 마련된 여성휴게실을 설치했다. 3층엔 식당과 매점, 대·중회의실 각 1곳과, 3곳의 소회의실을 만들었다. 나머지 4~9층은 직원들 사무공간이다.
4~5층 중앙엔 넓은 소파 10여개가 놓인 휴식공간과 20여평 넓이의 실내정원이 3곳에 조성됐다. 네티즌들 사이에 '아방궁'이란 별명이 붙은 9층 시장실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성남시는 시장실 공개를 꺼리고 있다.
◆시의회 공간 계획 엉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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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남시 신청사 내 실내 정원(왼쪽)과 시의회의원 전용 헬스장./성남=이석호 기자 yoytu@chosun.com
'스텔스 전투기'의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성남시의회 공간은 지상 6층 규모다.
시의회 1층 로비 바닥엔 길이 1m,폭 40㎝ 크기의 회색 대리석이 깔렸다. 안내데스크 쪽 벽면도 갈색 대리석으로 장식됐다. 시의원 35명 모두에게 개인사무실(21.8~22.8㎡)이 제공됐다. 민주당 시의원 12명은 '호화 청사' 논란을 의식해 개인 사무실 입주를 거부하고, 상임위원회 사무실과 교섭단체 회의실을 사용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시의회 4~6층엔 약 33㎡(10평) 넓이의 집행부 대기실이 총 6개 들어섰다. 대기실마다 가죽 소파 10여개와 검은색 벽걸이형 평면TV가 놓였다. 회기 중 시청 직원들이 머물기 위해 마련된 곳이다. 하지만 시의회와 시청은 사실상 한 건물이다. 외부로 나가지 않아도 3층 통로를 이용해 오갈 수 있다. 2층 본회의장 한쪽엔 '간부 공무원 대기실'이 별도로 들어섰다.
시의원 개인사무실이 논란이 되자 일부 의원들은 "개인사무실이 없어 민원상담이 어려웠다"고 말한다. 그러나 개인사무실 외에도 시의회 건물 4·5층엔 민원상담실 4곳이 마련됐다.
◆샤워실 갖춘 시의원 체력단련실도
시의회 6층엔 시의원들이 사용할 체력단련실이 자리 잡았다. 앞쪽에 TV가 달린 러닝머신 6대, 자전거 4대, 9개의 운동기구가 30여평 넓이의 체력단련실을 가득 메웠다. 한쪽엔 비데 좌변기 1개, 샤워꼭지 3개, 번호키로 여닫는 옷장 10개를 갖춘 남녀 샤워실이 각각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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