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브1-2 인터뷰1-메인 | 0 |
도시농부 안희철 씨가 텃밭에서 직접 기른 고추를 따서 보여주고 있다./ 사진=전희진 기자 |
도시농부 안희철 씨…내 손으로 안전한 먹을거리 수확하며 힐링 라이프 실천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사는 안희철 씨(56)는 아내와 함께 일주일에 한두 번 반드시 찾는 곳이 있다. 안 씨의 발길이 향하는 곳은 집에서 차를 타고 15분 정도 걸리는 서울 강서구 과해동의 ‘힐링체험농원’.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길게 쭉 뻗은 도로를 한참 걷다보면 도심에 있는 땅이 맞나 싶을 정도로 탁 트인 들녘, 널따랗게 펼쳐진 밭에 다다른다. 그가 직접 농사를 짓는 밭이 이곳에 있다.
16㎡(약 5평) 규모의 작은 밭이지만 상추 등 잎채소는 물론 고추·가지·오이·토마토·고구마 등 다양한 종류의 작물이 알차게 자라고 있다. 그는 “씨앗이 며칠 만에 커져 있고 잎채소는 일주일 정도만 지나도 눈에 띌 정도로 자란다”며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새삼 신비롭기까지 하다. 작물을 제대로 잘 기르기 위해선 오래 손을 놓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농약이나 제초제를 쓰지 않기 때문에 잡초를 솎아주는 게 번거롭지만 그래도 그는 흐뭇하기만 하다.
◇도시농부학교서 농사에 본격적으로 눈 떠
건설장비 사업을 하는 안 씨가 도시농부의 길로 들어선 것은 5년 전쯤이다. 바쁜 업무로 심신이 지칠 때가 많다 보니 평소 힐링 문화나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았는데, 이참에 시간 날 때 직접 채소를 재배해 보면 도움이 되겠다 싶어 주말 농장을 분양받아 시작하게 됐다. 베란다 상자 텃밭에서 채소를 길러서 먹는 걸 좋아하는 아내의 영향도 컸다.
처음에는 토마토나 고추 같은 손쉬운 작물을 주로 재배했다. 책과 인터넷을 뒤지고 주변 사람들을 통해 농사정보를 얻었지만 실패한 경우가 더 많았다. 어린 시절에 잠깐 시골에 살면서 농사일을 도와본 경험뿐인 안 씨로서는 당연한 결과였다. 그가 농사에 본격적으로 눈을 뜬 것은 올해 4월 아내의 소개로 찾게 된 ‘강서 도시농부학교’의 도시농사교육을 통해서다.
강서도시농부학교는 강서구민들에게 친환경 도시농업에 대한 기초 영농기술교육과 현장견학을 통해 도시민의 정서 함양 및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하고자 개설된 기관. 이곳에서 그는 다양한 작물의 특성과 재배방법은 물론이고 텃밭채소 가꾸기 이론 및 실습 등 농부가 되기 위한 기본을 배웠다.
| 서브1-2 인터뷰3-모종 | 0 | 자신의 텃밭 인근 개화농원에서 모종을 고르고 있는 안희철 씨. |
|
한 달여간 이론·실습교육을 거치면서 안 씨는 주변으로부터 “진짜 농사꾼이 다 됐다”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은 도시농부학교 과정을 이수한 수료생들에게 실습 차원에서 일정 기간 무료 분양해주는 힐링체험농원에서 텃밭 농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직접 씨 뿌리고 가꿔 먹는 데서 희열이 느껴집니다. 화학비료를 전혀 쓰지 않고 기른 무공해 친환경 채소로 건강한 음식을 해먹을 수 있다는 게 마음이 놓이고요. 또 소중히 수확한 작물을 이웃과 나누고 관심이 같은 사람들과 함께 농사짓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것도 좋아요. 게다가 푸르른 자연까지 접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제가 늘 원하던 ‘힐링’이 되는 거죠.”
그의 농사에 대한 열정은 단순한 도시농부 활동에만 그치지 않는다. 함께 공부한 강서도시농부학교 7기 수료생 50여명과 뜻을 모아 지난 5월 ‘도시농부봉사회’를 결성했다. 도시의 친환경을 꾀하고 도시농업을 문화적 콘텐츠로 연구하며 나누는 소통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봉사회는 직장인·주부·은퇴자 등 30대 후반~60대 후반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도농상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귀농귀촌종합센터의 협력 지원을 받아 농산물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귀농자들의 농산물을 판매하거나 강서구립 어린이도서관 상자텃밭 관리 및 그림 그리기 재능기부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봉사회가 추구하는 이념으로서 도시농사가 일반적인 농사의 개념에서 벗어나 생산이 주가 아닌, 문화적 콘텐츠로 즐기면서 봉사까지 할 수 있는 콘텐츠라는 점을 강조했다.
안 씨는 2~3년 후에 귀농할 계획을 갖고 있다. 꼭 전문 농업인이 아니더라도 여유를 즐기며 농작물 수확도 할 수 있는 귀농생활을 구상 중이다. 도시농사가 귀농 전의 준비단계로도 충분한 역할을 한단다. 이에 약용작물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대개 주말농장이나 구청에서 분양하는 텃밭은 3~5평 정도예요. 여기에 드는 모종비는 2만~3만원 밖에 안 해요. 농기구는 현장에 다 비치돼 있고요. 사실 호미 하나만 있으면 돼요. 이에 비해 도시농사는 얻는 게 훨씬 많죠. 저처럼 밭을 가꾸며 흙을 만지고 흙의 기운을 받는 느낌, 힐링되는 몸과 마음을 도시농부가 돼서 한 번 경험해보길 권합니다.”
| 서브1-2 인터뷰2-여주 | 0 | 안희철 씨가 작물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
|
출처 아시아투데이 전희진 기자